• 박물관의 재난대비 이미지
  • 이미지 배경

    지난해 9월, 한국에서는 거의 경험해보지 못한 강도의 지진을 경험하면서 재난과 위기에 대한 인식이 더욱 커졌다. 이웃나라 일본이 크고 작은 지진을 겪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것이 직접적으로 우리가 겪는 일이 되리라는 경각심을 가지지 못했기에 충격이 더 컸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후 안전을 위한 행동지침과 여러 준비물품 그리고 평소 안전에 대한 관심을 가지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지식들이 공유되고 있다. 재난발생 시 인명피해가 없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이기에 그에 관한 내용들이 주로 소개되지만, 박물관에서도 대피요령과 더불어 문화재와 전시품들의 안전을 위한 방안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번호 뮤진에서는 박물관이 재난 특히 자연재해에 대비하는 방법들을 함께 알아보며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지키기 위한 과정과 노력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 국립경주발물관 이미지

    경주는 신라와 통일신라의 유물들이 다량으로 출토되고 보존되어 있는 곳으로 당시 고분 등 문화유적들을 비롯하여 보물급 문화재들이 도시전체에 분포되어 있는 ‘문화재 도시’이다. 그렇기에 지난번 진도 5.8의 강진은 모두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는데, 문화재청이 지진이 일어난 직후 점검한 결과 총 23건(국가지정 13건, 시도지정 10건)의 문화재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조사되었다. 외부에 있는 건물과 탑 등이 지진에 영향을 받았는데 불국사, 석굴암, 첨성대 등 우리나라 국민이면 누구나 알만한 문화재들이 정도가 크지는 않지만 파손이나 변형이 있었다.

  • 이미지 배경

    그렇다면 박물관 내에 진열되어 있던 유물들은 안전했던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두 무사하다. 이는 지난해 7월 울산 앞바다의 강도 5의 지진 소식을 들은 박물관 직원들이 7-8월에 걸쳐 유물의 고정 작업을 미리 해 놓았기 때문이다. 구조적으로 불안정해 보이는 전시품들은 낚싯줄로 꽁꽁 묶고 토기 안에는 비중이 무거운 금강사 모래를 담은 비닐용기를 넣은 후 실리콘으로 토기 하부를 고정했다. 직원들이 철야를 하면서까지 소장유물의 내진보강을 마친 국립경주박물관은 예산과 시간을 들여 2011년 내진 성능평가 이후 국내 최대 규모의 내진보강공사를 했고, 그 대비의 결과 우리의 문화재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었다.

  • 이미지 배경

    박물관이 소장한 문화재와 미술품은 거의 유일무이한데다 자료로 정보가 누적된다고 해서 그 원형이 백업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박물관이 다른 조직과 다른 가장 큰 차이점은 모든 직원들이 목표가 ‘보존’이라는 점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2015년에 발간한 <박물관 안전관리 매뉴얼>의 가장 첫 머리의 추진목표에는 “재난으로부터 관람객의 생명과 우리 박물관의 유물을 안전하게 보호”라고 쓰여 있다. 이를 위해 재난관리 시스템이 가동되는데, 이 시스템은 예방, 대비, 대응, 복구의 네 단계로 구분하여 설명할 수 있다.

  • 이미지 배경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으로 박물관은 사전에 건물과 시설, 소장품 등의 위험노출도를 평가하는 것부터 수도배관과 전기, 유지·보수 장비, 지붕, 기타 보호 시스템의 상태 파악을 통해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일에 크게 노력을 들인다. 박물관이 노출된 다양한 재난 가운데 화재로 인한 재난 피해가 가장 크다. 화재는 붕괴에서부터 열, 연기, 전력손실, 폭발 등으로 이어지는 직접적이고 물리적인 손상을 일으키기 때문인데, 열기와 물, 연기에 의해 유물들이 소실되거나 광범위한 손상을 입는 것이다. 재난 예방의 다음 단계는 예방을 재난에 대비하기 위한 계획, 자원, 도구 등의 준비와 훈련이다. 여기에는 모든 전시와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시나리오가 준비되어야 하며 지역 소방관서 등 유관기관들과의 사전협력이 이루어져야 한다. 만약을 대비해 시간절약에 초점이 맞추어진 복구프로세스 설정과 문서화도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 이미지 배경

    재난이 발생하면 직원의 안전이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사람들이 안전해지면 손상되지 않은 소장품을 보호하고, 복구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복원 프로세스를 시작하는 것이 대응 단계에서 이루어진다. 대비 단계가 체계적이지 않으면 대응 단계에서 오히려 추가적인 손상을 입히거나 영원히 복구할 수 없는 상태로 파손할 수도 있기 때문에 소장품의 취약점을 잘 아는 적절한 인력구성을 통한 합리적 대응 체계 구축과 훈련이 매우 중요하다. 마지막 단계는 복구이다. 복구의 경우 불가능한 유물들도 있고 경우에 따라 아주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평소 기증자, 소장자와 지역사회에 보존방법과 재난 발생 시의 활동에 대해 잘 알려두어야 한다. 이 네 단계의 재난관리 시스템은 모든 가능성을 생각하고 준비되며 늘 예방단계를 유지하는 것이 최상이라 할 수 있겠다.

  • 이미지 배경

    국립중앙박물관과 국제박물관협의회 한국위원회(ICOM Korea)는 2011년 세계 문화유산 보호를 위한 글로벌 지식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제1회 국제청방패위원회 2011 세계대회』를 개최했다. 주제는 ‘변화하는 시대에서의 세계 문화유산의 보호: 비상 대비와 대응’이었다. 국제청방패위원회(ICBS)는 하나의 포괄적인 조직으로서 문화유산이 자연재해나 인재로부터 위험에 놓였을 때 국제 구호활동의 중심역할을 해야 한다는 내용과 IT기술과 지리정보시스템의 활용에 대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한편, 국립중앙박물관은 용산 새 박물관 건립시점부터 IBS(Intelligent Building System)를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다. 에너지 절감과 환경조성, 자동화와 더불어 이 시스템의 주요 도입배경은 문화재보호와 보안 및 방제이다. 이 시스템은 전시품과 소장품 모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모든 환경에 대해 예민하게 체크할 수 있도록 하고 비상시 보호를 위한 최선의 대응이 기민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 이미지 배경

    우리는 자연재해를 사전에 막을 수 없고, 모두 예상할 수도 없다. 그렇기에 가장 좋은 대책은 다름 아닌 예방이다. 평소 건물의 외부와 보이지 않는 곳을 꾸준히 살피고 아직 미약한 때 점검하고 서로 협력하고 지원하거나 자신과 주변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할 때를 구분할 줄 아는 것도 아주 중요한 일이다. 이제, 우리의 박물관이 재난에 대처하는 방법과 예방에 관해 소개하였으니, 평소 우리 문화재와 유물이 있는 박물관은 주기적인 점검과 시스템 개선으로 전시품과 소장품의 안전을 위해 재난에 대비하고 있는 박물관을 믿고 앞으로도 전시를 관람하면서 우리의 문화유산을 더 깊이 사랑해주시기를 바란다.

    원고 작성 및 편집 | 국립중앙박물관 디자인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