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ZINE

올리브 그린 색으로 구획된 4부 공간은 대호황시대를 누리며 해외로 여행을 떠나거나 해외에서 활동했던 화가들의 작품이 소개되었다. 이들은 외국의 풍광을 소재로 삼거나 인상주의 같은 유럽의 화풍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며 미국미술에 국제적인 성격을 투영시켰고, 세계박람회의 영향으로 유행한 새로운 디자인의 장식 미술품이 함께 전시되어 세계적인 조류 속의 미국미술을 확인시켜 주었다. 20세기 전반을 보여주는 5부 전시실은 현대 미술관을 연상시키는 밝은 회색의 공간에서 빠르게 도시화된 미국의 모습을 담은 사실주의 계열 작품과 미국적인 주제를 추상과 입체주의 방식으로 표현한 모더니즘 계열 작품들을 소개하였다. 조지아 오키프나 찰스 데무스처럼 환상적인 화폭의 미국 모더니스트 작품을 감상하며 마지막 공간으로

들어서면 완전한 백색의 공간에서 1945년 이후의 미국미술이 펼쳐진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미술의 중심지가 된 미국답게 마크 로스코, 잭슨 폴록, 앤디 워홀과 같은 스타급 작가들의 작품이 선보이고, 빛과 공간을 다루는 로버트 어윈의 ‘무제’가 마지막을 장식한다.

1844-1926 | 마차를 끄는 여인과 소녀 A woman and a girl driving | 1881년 | Oil on canvas | 89.7×130.5cm | Philadelphia Museum of Art | Purchased for the Wilstach Fund | 1921 | W1921-1-1

‘미국미술 300년’ 전시는 건국초기부터 현대까지 미국미술의 흐름을 한 번에 살펴볼 수 있게 정리함으로써 일종의 미국미술 입문서 같은 역할을 한다. 시간의 흐름을 바탕으로 소주제를 부여하고, 매번 주제가 시작될 때마다 공간의 주조 색에 변화를 주는 연출 방식은 방대한 분량의 시각 자료를 효과적으로 정리하고 전달하는데 유효했다. 특히 어두운 조명의 짙은 푸른색 공간에서 밝은 조명의 백색 공간까지 전시 공간을 연결시킨 점이 인상적인데, 관람객들은 300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박물관에서 시작하여 현대의 미술관에서 관람을 마무리하는 여운을 남기게 된다. 간결한 설명을 곁들인 주제 타이틀과 그에 적합하게 선정된 작품들은 슈퍼 스타급 작가를 제외하면 상대적으로 생소했던 미국미술의 역사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주었고, 보조 설명 자료는 전체적인 전시 스토리를 풍성하게 엮어주었다. 시대에 따른 회화의 소재 및 화풍변화와 공예품의 변화를 소개하며 개념미술과 디자인 제품까지 함께 선보인 이번 전시는 장르의 구분을 넘어 미국과 미국미술을 폭넓게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