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옷으로서 한복을 만들던 담연선생에게 사람들의 한복에 대한 편견은 고민스런 과제였다. 그들에게 한복은 선과 색감이 고운 시각적 작품일 뿐이었다. 옷은 사람에게 입혀져서 생명력을 얻는데, 사람들은 직접 입기보다 눈으로 관찰하는 감상을 택했다. 게다가 한복의 시각적 아름다움에 대한 외국인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그리하여 담연선생은 더 많은 이들이 한복에 관심을 가지고 아름다움을 느끼게끔 사람들의 눈을 매료시키는 작품을 만들어야 했다. 그것이 한국을 대표하는 옷, 한복에 대한 책임이라고 생각했다. 런웨이 위에서, 대중영화 화면 속에서 선생의 한복은 그렇게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마침내 2012년 12월, 미국인 큐레이터에 의해 기획된 아트페어 오프닝 무대에 그녀의 한복이 등장했다. 디자이너로서가 아닌 아티스트의 작품으로, 퍼포먼스 아트로 초청된 것이었다. 페어에 참여했던 외국인들은 호기심 어린 시선과 갈채를 쏟아냈다. 담연선생은 현대의 언어로 지금의 한복을 또 한 차례 구현해냈다.

국내외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그녀는 요즘 한국인들이 한복과 익숙하지 않음을 아쉬워한다. 한복이 일상생활과 멀어지는 것을 안타까워한다. 생활 속 한복에 대해 번거롭고 불편한 감정을 떠올리는 의식부터 바꿔야 한다던 담연선생은 누구나 자신에게 꼭 맞는 한복 한 벌을 갖춰 입어보면 생각이 바뀔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경험해보고 좋으면 계속 찾게 될 것이므로 첫 시도가 중요하다고 판단한 담연은 그래서 요즘 유아용 한복 제작에 심혈을 기울인다. 몸에 맞는 좋은 옷을 입고 자란 아이는 자라서도 좋은 옷을 찾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한 나라의 문화수준은 국민의 의식주로 가늠된다고 했다. 시각적으로 아름다우면서 생활하기에 편리한 옷이며 동시에 작품인 한복. 담연선생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 내내 한민족의 의복, 한복에 대한 생각이 머리속을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