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연선생의 작업은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녀의 기억 속 옛 복식은 박물관에서 발견한 출토복식이었다. 옛 사람들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낸 출토복식은 특정시대를 반영한 전통복식 이다. 옷이 지어졌던 당시의 정치, 경제, 종교는 물론 주변국과의 교류관계까지 많은 배경을 찾고 공부해야 그 옷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낼 수 있다. 많은 책과 유물을 통해 지식을 쌓으며 다종다양한 옷을 이해하자 담연선생의 눈에 새로운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수많은 전통 한복이 실제로 착용하기 위해 제작되었다는 단순한 사실을 깨닫고 나서 담연선생은 지금 시대에 입는 옷을 지으려고 마음먹었다. 전통 복식의 겉모습과 장식을 따라 만든 한복이 아니라 실생활에서 입을 수 있는 한복을 짓는 것. 그것이 한복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길이라 생각했다.

전통복식이 가진 외형의 모습을 넘어 실제로 입는 한복의 기능에 집중하다보니 놀라운 깨달음이 쌓여갔다. 한복을 직접 입고 생활하며 불편한 요소를 하나씩 개선시켜보니, 내 몸 편하자고 고친 부분들을 옛 어른들도 똑같이 고쳐놓았음을 실감했다. 원단의 두께나 질감에 따라 꼭 맞는 바느질만 해도 몸에 걸쳐지는 느낌과 착용감이 향상되었다. 굳이 어려운 바느질이 시도된 부분은 그럴만한 이유가 뒤따랐다. 그렇게 눈에 의지한 관찰만으로는 도저히 알 수 없었던 한복의 장점을 하나씩 익혀나갔다. 맵시 있는 한복의 완성은 겉옷의 디자인이 아니라 그 속에 숨겨져 있던 속곳의 모양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체감하자, 한복은 실제로 입고 활동할 때 가장 가치가 빛나는 옷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사람에게 입혀져서 사람이 움직일 때 같이 움직여주며 그 사람을 대신 표현해주는 역할을 하는 옷. 한복도 옷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