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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물박사 : 조선시대의 산수화에는 중국에서 처음 그려진 동일한 주제의 그림이 반복되어 제작된 경우도 있고, 상상 속의 자연을 그린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조선의 풍경을 관찰해서 그린 산수화도 있지요. 특별히 우리나라의 실제 경치를 직접 사생하여 그린 그림을 진경산수라고 부릅니다. 진경산수는 현실적인 대상을 연구하는 실학과 경치 좋은 곳을 찾아 유람하는 여행 풍조와 함께 발달했는데요, 겸재 정선은 조선 후기에 발달한 진경산수의 대표적인 화가입니다. 그는 북으로는 함경도, 남으로는 경상남도에 이르기까지 전국의 명승지를 두루 다니면서 우리나라 산수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았는데요, 정선이 가장 즐겨 그린 그림 중 하나는 금강산 그림이었습니다. 특히 1711년에 금강산을 그린 <신묘년 풍악도첩>에는 산봉우리마다 명칭을 적어 놓고, 등산로와 같은 길을 뚜렷이 표시할 만큼 세밀하게 관찰한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 정선 필 '풍악도첩' 중 금강산내총도 | 조선 1711년 |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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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물박사 : 옛 사람들은 그림을 배우거나 그릴 때, 우선 규범이 되는 옛 그림을 모사하여 그 그림에 담긴 깊은 이치를 공부하고 화가 자신이 완전히 소화해야 비로소 새롭게 그림을 창조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오랜 세월을 두고 같은 주제의 그림이 반복되어 제작된 경우가 종종 관찰되지요. 그림을 그리는 사람들은 옛 그림을 베낄 때도 원본을 있는 그대로 똑같이 옮기는 것이 아니라 옛 사람의 정신을 깨닫고 마음으로 이해하여 독창적인 방법을 깨우치려고 노력했기 때문에 서로 다른 작가가 같은 주제를 시대와 개성에 따라 어떻게 표현하는지 살펴보는 것은 전통회화를 공부하는데 중요한 요소입니다. 조선시대에 반복해서 그려진 산수화 주제로는 <소상팔경도>가 있습니다. 중국에서 풍광이 좋기로 유명한 동정호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를 여덟 장면으로 그린 소상팔경도는 봄이나 가을과 같은 계절감뿐 아니라 비나 눈이 내리는 등의 날씨감이 골고루 표현되어 있어 중국에서 뿐만이 아니라, 조선, 일본에까지 두루 유행한 회화 주제였답니다.
- 전(傳) 안견 필 '소상팔경도'중 산시청람 | 조선 15세기 |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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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물박사 : 캔버스에 그린 그림을 액자에 끼워 감상하는 것처럼 동양에서는 완성된 그림에 종이나 천을 덧대어 꾸미는 장식이 있었는데요, 이처럼 서화를 감상하거나 소장하기 편리하도록 꾸미는 것을 장황(裝潢)이라고 불렀습니다. 옛 그림은 형태에 따라 다양하게 구분되는데요, 가장 흔한 형태는 벽에 길게 걸어 놓고 감상하는 그림으로 주로 위아래로 긴 그림을 족자 형태로 꾸민 것을 축(軸)이라고 부릅니다. 두 번째는 흔히 두루마리라고 부르는 형태로 주로 좌우로 긴 그림을 말아서 보관했다가 길게 펼쳐서 감상하는 것입니다. 한자로 권(卷)이라고 부르는 두루마리 그림은 보통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도록 그려집니다. 또한 책처럼 꾸며 한 장씩 넘겨가며 감상하는 첩(帖)이 있는데요, 주로 작은 크기의 작품들이 여러 장 세트처럼 구성될 때 사용 되었습니다. 다양한 형태로 꾸며진 조선의 산수화. 알면 알수록 재미있지 않나요? 우리 조상들이 생각하고 그렸던 자연의 모습을 따라 우리 마음속에 산수를 그려보는 건 어떨까요?
- 정선 필 여산폭포도 | 조선 |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