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유물박사 : 서양에서는 그림을 그리는 화면을 자연을 담는 액자로 생각하고, 고정된 한 곳의 위치에서 관찰한 풍경을 그림으로 옮긴 풍경화가 발달합니다. 정지한 상태로 눈의 초점을 집중시켜 공간이 가진 길이나 깊이의 변화를 일정하게 표현함으로써 평면을 입체적인 공간처럼 보이게 만드는 원근법이 사용된 것이지요. 이런 방법은 고정된 위치에서만 바라봐야 하는 제한이 있기 때문에 앞 쪽에서는 뒤쪽의 모습을 볼 수 없고, 멀리 있는 풍경은 작게 그려야 해서 세부적인 묘사를 하기 힘들어집니다. 하지만 동양의 산수화에서는 전체를 잘 볼 수 있도록 눈의 초점을 이동하는 이동시점을 사용하여, 앞쪽의 산뿐만이 아니라 첩첩 쌓인 산과 계곡, 그 사이의 바위까지 묘사할 수 있어서 훨씬 생동감 있는 그림을 그리게 되지요. 두루마리를 펼치면 한 화면 속에 산 넘고 다리를 건너 강을 바라보는 등 다양한 자연의 모습이 끊임없이 펼쳐지며 그림 속 상상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됩니다. 이처럼 동양 산수화의 매력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대상을 그린 것을 넘어 그림을 보는 사람이 그림을 그린 화가가 경험한 자연을 함께 바라보고 그 속을 거닐면서 자연을 즐길 수 있다는데 있습니다.
- 이인문 필 강산무진도 (끝없이 펼쳐진 강과 산) 일부 | 조선 18세기 |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
- 유물박사 : 산수화에 자주 등장하는 바위, 나무, 언덕과 같은 자연물의 표면 질감이나 입체감을 표현하는 기법을 특별히 준법이라고 부릅니다. 조선시대 산수화에 사용된 준법은 20여 가지가 넘지만 중 대표적인 예로는 피마준, 미점준, 부벽준, 하엽준 등이 있습니다. 주로 바위가 없는 흙산을 묘사할 때 사용하는 피마준은 삼베의 올을 풀어놓은 것처럼 대체로 같은 방향으로 일정한 굵기의 긴 선을 긋는 방법이고, 안개가 꽉 차 있거나 멀리 보이는 산, 혹은 부드러운 곡선으로 형성된 흙산 등을 묘사할 때 사용하는 미점준은 붓을 옆을 뉘어서 쌀 모양의 큰 점을 찍어나가는 기법입니다. 도끼로 나무를 찍어서 갈라터진 것처럼 그리는 부벽준은 산과 바위의 강하고 단단한 모습을 표현하는 데 사용되었고, 연잎의 줄기가 퍼져 내린 것처럼 긴 선으로 그리는 하엽준은 산봉우리 혹은 물이 흘러 고랑이 생긴 산비탈 등을 나타낼 때 사용되었습니다. 이제 전시실의 산수화를 볼 때 바위나 산의 표현이 어떻게 묘사되었는지 자세히 관찰해 보세요.
- 산수화의 대표적인 준법 : 피마준 | 미점준 | 하엽준 | 부벽준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