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청자 중에서도 특히 순청자를 좋아합니다. 처음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미술관의 한국실을 방문했을 때 고려청자 주전자의 진열장 앞을 떠날 수 없었습니다. 이 유물은 그동안 가져왔던 ‘고려청자의 비색이란 정작 무엇일까?’ 하는 의문에 해답을 제시해 주었죠. 색채는 물론이고 머금고 있는 균열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습니다.
- 형태를 보면, 절제가 있는 몸통과 손잡이에 비해 뚜껑의 연꽃잎 조각은 세련되나 과장스럽게 화려하진 않습니다. 절제미와 세련미의 절정과 조화는 보는 이에게 만든 이의 완벽주의와 미감을 전달하고 있답니다. 극도로 아름답지만 드러내거나 뽐내지 않으니, 바로 이점이 더욱 큰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 한국 경제와 기술의 발전, 그리고 최근 한류열풍으로 인하여, 오늘날 한국의 인지도와 위상은 상당히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 한국의 전통 문화나 역사에 대한 인식은 아직도 낮은 편입니다. 미국 중고등학교 교과 과정에서 한국 역사는 한국 전쟁 이후부터 다루어집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미국인들에게 한국은 1950년대 이후부터 존재하고 있는 셈이지요. 제가 이미 여러 번 언급한 적이 있는데, 외국인들에게 한국하면 떠올리는 이미지가 뭐냐고 물으면 아직도 북한 혹은 김정일과 김정은이라고 대답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중국하면 만리장성과 천안문을, 일본은 기모노, 스시, 심지어 ‘헬로키티’를 쉽게 떠올립니다.
- 그러나 한국의 문화를 상징하는 이미지는 정작 없습니다. 친숙하지 않거나 왜곡된 인식으로 얼룩진 특정 문화에 대한 이해도는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고 친밀감을 가질 수 있도록 참신하고 창의적인 전시 기획과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국 전통 미술에 대한 연구와 지원 또한 절실합니다.
청자 주전자 | 고려시대 | 12세기 | 에버리 브런디즈 기증유물번호 B60P123+.A-.B. ⓒImage courtesy of Asian Art Museum,
San Francisco. Photo by Kaz Tsuruta
이응록 | 책거리 | 조선 | 1860년 경 | 8폭 병풍 | 종이에 채색 | 유물번호 1998.111 ⓒImage courtesy of Asian Art Museum,
San Francisco. Photo by Kaz Tsuruta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