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스가 발명한 자전거 '드라이지네'
그럼 서양에서는 언제 자전거가 발명되었을까? 아주 정확한 기록은 아니지만 대략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에 만들어지지 않았겠는가 하고 추측을 하는데, 두 바퀴로 된 자전거가 아니라 세 바퀴로 달리는 자전거가 더 빨리 발명되었다고 한다. 그것도 지금처럼 발로 돌리는 자전거가 아니라 손으로 바퀴를 돌리는 자전거가 먼저 등장했는데 손으로 바퀴를 돌리며 타고 다니던 세발자전거를 개조해 독일의 카를 바론 폰 드라이스라는 사람이 1817년, 방향을 조절할 수 있는 바퀴가 장착되어 최고 속도 15km로 달리던 두발 자전거를 개발하였고, 이를 자전거의 시조로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그런데 드라이스가 ‘달리는 기계’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내놓은 자전거는 나무안장에 앉아 발을 지면에 대고 발로 땅을 구르면서 달리던 자전거였다. 지금처럼 지면에서 발을 떼고 안장에 앉아 페달을 돌리면서 타는 자전거가 등장하는 건 1850년대 중반으로 독일의 필립 모리츠 피셔(Philip Moritz Fischer)라는 기계제작자가 앞바퀴에 페달을 장착해 돌려 바퀴를 움직이는 자전거를 발명하면서부터라고 한다.
초헌 | 국립고궁박물관 소장
그렇게 시작해서 좀 더 편리한 자전거를 개발하려는 노력이 여러 발명가와 기계연구가들에 의해 진행되어 1879년 바이시클(Bicycle)의 원조 격에 해당하는 비시클렛(Bicyclette)이라는 이름의 뒷바퀴를 체인으로 돌리는 자전거가 마침내 등장한다. 그리고 또 앞바퀴와 뒷바퀴의 크기가 거의 똑같은 ‘안전자전거’가 개발되면서 지금의 자전거 모습을 갖게 된 건데, 이런 사실만 보더라도 자전거는 우리나라에 아주 빠르게 전해지고 보급된 서양의 근대문물 중 하나였다. 이전에도 수레에 외바퀴를 달아 바퀴를 이용해 사람을 이동시키던 ‘초헌’ 같은 탈 것이 우리나라에도 있긴 했지만, 다른 사람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 혼자 힘으로도 이리저리 자유롭게 옮겨 다닐 수 있는 새로운 이동수단, 자전거의 등장은 보는 것만으로도 신이 날 뿐 아니라 당시 사람들에게는 보면 볼수록 신기하고 대단한 물건처럼 비춰졌을 것이다. 게다가 엉덩이를 하늘로 추켜올리고 자전거를 쌩쌩 몰아 일본선수들을 내치고 조선의 젊은 청년이 우승을 거머쥐는 모습을 지켜볼 때는 그 무엇에도 비할 수 없을 만큼 짜릿하고 통쾌했을 테니, 엄복동 선수의 당시 인기가 어느 정도였을지는 안 봐도 상상이 가고도 충분히 남을 법한 일이다.
비시클렛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