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만나는 한국의 우아함 - 미네소타대학교 와이즈만미술관 한국고가구 상설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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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월 초 방미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문재인 대통령의 전용기 코드원에 특별한 손님이 동승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함께 탄 손님의 정체는 한국전쟁 시 불법 반출된 문화재인 문정왕후·현종어보였다. 전직 대통령들의 행보를 되돌아보았을 때 정상회담을 계기로 해외 반출 문화재를 반환받은 적은 여러 번 있었다. 하지만 전용기에 탑승해 돌아온 문화재는 처음이다. 불법 반출되거나 유출된 우리 문화재가 대통령과 함께 돌아왔다는 반가운 소식과 함께 이번 달 뮤진에서는 국외 소재한 한국 문화재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 미국으로 건너간 한국의 고가구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초대 이사장을 지낸 안휘준 서울대 명예교수의 저서 ‘한국의 해외문화재’를 보면 2016년 기준 해외에 있는 한국 문화재는 20개국 16만 7,968점이라고 한다. 이 중 환수된 문화재는 12개국 9,953점이다. 뮤진은 이 중 미국으로 건너간 우리 고가구에 대해 살펴보는 시간을 갖는다. 바로 미국 미네소타주 맨카토 지역에 위치한 미네소타대학교 와이즈만미술관(Frederick R. Weisman Art Museum, University of Minnesota)이 그 주인공이다. 미네소타대학교는 1868년 초등학교 교사를 양성하기 위해 설립된 맨카토 사범학교를 기반으로 한 미국 대학으로 미네소타주 공립대학교 중 두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이곳 교내에 있는 와이즈만미술관에서 한국의 고가구를 만날 수 있다.

  • 미술관 건물에 놀라다

    사실 미네소타대학교는 학교 건물의 규모와 함께 건축물이 유명하기로 정평이 난 곳이다. 학생회관인 코프만(Coffman Memorial Union)과 와이즈만미술관(Weisman Art Museum), 학교 병원 등의 크기가 압도적이다. 건물의 크기에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면 다시 한번 더 놀라게 되는데 바로 학교 건물의 건축 양식이다. 일부 건물은 현대 건축 양식을 잘 보여주고 있지만 대부분 고대 그리스 건축 양식을 따르고 있다. 교내 건축물을 통해 미국 정신을 읽을 수 있다고 할 정도이다.(학생회관, 와이즈미술관 등은 루스벨트 대통령의 뉴딜정책의 하나로 일자리를 창출하려고 일부러 크게 지은 것이라 한다.)

  • 한 컬렉터의 한국 가구 사랑-와이즈만미술관 소장 한국가구 촬영 이미지 ⓒWeisman Art Museum at the지University of Minnesota

    미네소타대학교 와이즈만미술관의 건축 양식만큼 이곳에서 유명한 것은 바로 미술관 내 한국 전통가구 컬렉션이 우수하다는 것이다. 해외에 있는 한국 고가구 컬렉션 중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데 이곳 컬렉션은 모두 정치학자 에드워드 레이놀즈 라이트(Edward Reynolds Wright Jr. 1931~1988)가 기증한 유물이다. 라이트가 1967년 풀브라이트 재단 교육위원회 단장으로 11년 동안 모은 400여 점의 한국 문화재 중에는 북한에서 제작한 가구 등 희귀품이 많다. 당시 한국은 한국전쟁 종전 10여 년이 흘렀던 때로 누구 하나 유물을 제대로 수습할 수도 없었고 또 밀려들어 오는 새로운 ‘신식’ 문화 앞에 ‘전통’의 것을 지키기는커녕 새로운 것으로 바꾸기 여념 없었다. 이때 전통가구를 수집한 이가 바로 라이트였다.

  • 한국 가구 관련 책도 출판-전시실 모습이미지ⓒWeisman Art Museum at the University of Minnesota, 혼함이미지ⓒWeisman Art Museum at the University of Minnesota

    라이트는 미국으로 돌아간 후에도 가구를 수집하기 위해 몇 차례 한국을 방문하였고 낮은 급의 가구를 처분해 높은 수준의 가구를 구입하는 방식으로 컬렉션을 발전시켜 나갔다. 자신이 수집한 한국 가구를 중심으로 「한국의 가구: 우아함과 전통」(Korean Furniture: Elegance and Tradition)이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그는 이 책을 8년에 걸쳐 준비 끝에 1984년 발간하였는데, 책을 통해 “단순하지만 우아하고 오랜 역사가 지나도 형태가 변하지 않는 전통이 한국 고가구의 매력이다.”라고 한국 가구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1988년 라이트의 사망 후 평소 친분이 있던 미네소타대 교무처장 출신의 로저 벤자민 박사를 통해 그의 소장품들이 모두 기증됨으로써 한국 전통가구들이 와이즈만미술관에 자리잡게 되었다.

  • 한국고가구 상설전시 공간 마련-박천반닫이이미지ⓒWeisman Art Museum at the University of Minnesota

    와이즈만미술관에 한국 고가구를 상설 전시하는 공간이 마련된 것은 2011년 10월 1일이다.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을 설계한 유명 건축가인 프랭크 게리가 디자인하여 1993년 문을 연 미술관은 2010년부터 1년간의 확장 공사를 통해 한국실을 신규로 설치, 미국 중부에서 한국 전통 가구의 아름다움을 소개하는데 교두보 역할을 시작했다. 이곳에 있는 한국 가구를 살펴보면 장롱, 반닫이(조선 후기 전국에서 널리 사용된 수납 목가구), 궤짝, 각게수리, 지함, 소반 등 다양하다. 북한 가구도 8점 소장 중인데 박천반닫이와 함께 19세기 백동장식 평양반닫이가 대표적이며, 1700년대 경공장(京工匠, 조선 시대 서울의 궁이나 관아에 소속된 장인)이 만든 왕실가구도 있다.

  • 한국 가구 전수 조사 진행-한국 가구 조사 모습이미지ⓒOverseas Korean Cultural Heritage Foundation / Weisman Art Museum at the University of Minnesota

    문화재 환수 및 활용과 관련한 전담기구인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2013년 와이즈만미술관과 교섭을 통해 이곳 한국 고가구 190여 점의 전수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한국 가구 소장품의 전수 조사를 처음으로 진행하며 전통 목가구 전문가와 함께 가구별 연대와 지역, 양식 등을 정리하였으며, 2014년 추가로 미술관에 소장된 한국 문화재 360건 957점을 조사하여 2015년 『미국 와이즈만미술관 소장 한국문화재』라는 보고서를 펴낸 바 있다. 한국 가구 컬렉션의 가치가 높지만, 이 외에도 토기 · 도자 · 회화로 구성해 유물 사진과 설명을 함께 수록했다. 당시 전수조사에 참여한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조사연구실 연구원의 표현을 빌리면 “와이즈만미술관 관장 등 관계자들이 우리 고가구를 만드는 데 쓰인 나무의 종류, 작품 연대와 제작 시기, 제작 기법, 자물쇠 구성에 대해서까지 흥미로워했다.”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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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잊히고 버려질 수 있었던 한국 전통가구의 아름다움이 한 외국인 컬렉터에 의해 수집되어 지금까지 잘 보존되어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한국 문화재의 가치를 확인해준 에드워드 레이놀즈 라이트를 통해 해외 한국 유물 애호가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해보는 건 어떨까. 언젠가 와이즈만미술관의 한국 전통가구를 한국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오길 기대해 본다.

    원고 작성 및 편집 | 국립중앙박물관 디자인팀

  • Quiz.

    ‘미국 미네소타대학교에 ○○○○미술관은 한국 전통가구 컬렉션이 우수하다고 알려진 곳입니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은 한국 유물 애호가였던 에드워드 레이놀즈 라이트의 기증 때문입니다.’

    마감날짜 2017년 9월 14일 ┃ 발표날짜 2017년 9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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