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ZINE

47호


유물박사 교실

뮤진 유물박사 교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 곳은 뮤진 사이버 박물관에서 만나보았던 <E-특별전>과 <뮤진 확대경>을 또 다른 시각으로 만나보는 공간입니다. 우리 문화가 지닌 다채로운 매력 속으로 지금 들어가 볼까요?

대나무와 금동불

향을 피우다

향은 제천행사에서 장작을 태워 연기를 피우는 의식에서 기원했다고 전해집니다. 벌레를 퇴치하고 잡냄새를 없애주는 실질적 기능과 기분을 전환시키고 심신의 안정을 주는 심리적 기능으로 동아시아에서 널리 사랑받아 왔지요. 일찌감치 불교에서는 ‘소향공양 燒香供養’이라 하여 향을 태우는 행위 자체를 하나의 공양으로 의식하였고, 중요한 의식이나 제사에서 예를 지킬 때도 향을 피우는 관습이 있었습니다.

또 특별한 의미 없이 개인의 취미생활 중 하나로 향 문화가 유행하기도 했었는데요, 고려시대의 문인 이규보(李奎報)는 『동국이상국집 東國李相國集』에서 주변을 청결히 하고 향로에 향을 태우면서 달빛과 향냄새에 취하여 잠드는 귀족의 모습을 묘사하는 글을 남기기도 하였습니다. 조선시대까지 지속된 향 문화는 사대부들이 고즈넉이 풍류를 즐길 때도 함께 했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문인들의 여유로운 시간을 묘사한 글이나 그림에서도 향이나 향로의 존재를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오래도록 이어진 향을 피우는 관습은 <뮤진 확대경>에서 살펴본 청자 칠보무늬 향로와 같이 수많은 관련 유물을 남겼습니다.

향로의 쓰임새나 역사적 배경에 대해 미리 알고 유물을 감상한다면 더욱 흥미롭겠죠?

문학이 흐르는 박물관, 대나무 예찬

좋은 경치를 찾아 자연을 즐기며 노니는 자리입니다. 자연스레 풍경과 흥취를 읊조리는 시를 짓고 거문고 장단을 맞춥니다. 이제 한껏 흥이 달아오른 문인이 남긴 풍류의 시정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선조들이 남긴 문학 속에는 <E특별전>에 전시된 그림이나 유물로 상상하는 것과는 또 다른 생생한 분위기가 전해집니다.
이황의 한시 보기

우리 조상들에게는 시끌벅적하게 여럿이 어울리는 것만이 풍류는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밝은 달밤. 홀로 초당에 앉아 거문고를 어루만지며 술 한 잔으로 은근한 흥취를 만끽하는 것 역시 풍류를 아는 선비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이번에는 혼자서 고즈넉하게 즐기는 풍류의 세계를 소개합니다.
이규보의 한시 보기

생각에 잠긴 부처님

<뮤진 확대경>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정교하고 섬세한 청자는 어떻게 만든 것일까요? 흙으로 빚어 옥과 같은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도자기의 장식기법에는 조각적인 장식과 회화적인 장식이 있습니다. 조각적인 장식은 형태와 칼을 이용하는 장식이고, 회화적인 장식은 안료와 붓을 이용하는 장식이지요. <뮤진 확대경>속 청자는 조각적인 장식을 이용한 유물이었습니다.

이 청자의 가장 윗부분, 칠보 무늬를 장식한 기법은 투각(透刻)기법1입니다. 투각기법은 조각칼 등을 사용하여 강조하고자 하는 문양을 제외한 여백을 뚫어 장식하는 기법입니다. 입체감을 지닌 도자기의 표면에 구멍을 뚫어 속의 공간과 뒷면의 장식을 한 번에 보여주는 투각기법은 빛의 방향에 따라 여백의 음영이 변하며 화려한 효과를 주기도 합니다.

또한 이 유물의 연꽃을 묘사한 중간 부분에는 하나하나의 장식을 따로 만들어 덧붙여 장식하는 첩화(貼花)기법2이 사용되었습니다. 얇은 흙 판을 연꽃잎 모양으로 오려내고 손으로 형태를 다듬어 따로 붙인 것이지요. 비슷한 형태를 반복해 붙일 때는 틀을 사용해서 찍어내기도 했습니다. 정성을 쏟아 하나씩 묘사한 꽃잎은 적당히 말랐을 때 흙과 흙의 접착역할을 하는 흙물을 사용하여 붙였습니다. 유물의 다리부분에 앙증맞게 생긴 토끼 형태의 장식을 붙이는 데에도 흙물이 사용되었을 것입니다.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볼까요. 투각기법으로 장식한 칠보 무늬가 교차하여 꽃잎 모양을 이룬 중앙에 하얀 점처럼 보이는 부분에는 상감(象嵌)기법3이 사용되었습니다. 상감기법은 조각칼 등을 사용하여 흙의 표면에 홈을 낸 다음, 그 곳에 흰색 혹은 검은 색의 흙을 메워 장식하는 기법입니다. 원 재료가 된 흙 속에 색깔과 성분이 다른 흙을 채워 넣는 기술은 은은하면서 화려한 장식효과를 주는 기법이지요.

향로를 떠받치고 있는 토끼가 생생하게 느껴지신다면, 화룡점정(畵龍點睛)을 이룬 토끼의 눈을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절묘하게 찍힌 토끼의 까만 눈은 붓으로 철 안료를 찍어 장식한 철화(鐵畵)기법4입니다.

한 점의 청자 향로에 동원된 기법과 재료가 이토록 다양하다는 것은 제작자의 엄청난 공력이 스며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제 박물관 구석구석을 돌아보면서 투각, 첩화, 상감 그리고 철화기법이 장식된 도자유물을 찾아보세요. 찬찬히 유물을 관찰하다보면 수 백 년 전 장인의 섬세한 손끝이 느껴지실 것입니다.

글-국립중앙박물관 문화교류홍보과 MUZINE 편집실 / 사진제공 및 일러스트-아메바디자인, 국립중앙박물관 문화교류홍보과 MUZINE 편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