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ZINE

47호


뮤진 확대경

<뮤진 확대경> 코너에 대해
국립중앙박물관 뮤진은 2013년 새 개편을 맞아 <뮤진 확대경> 코너를 신설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유물 하나를 선택하여 집중 탐구해 보는 <뮤진 확대경>은 초 근접 촬영한 실사 이미지를 통해 육안으로 확인하기 힘든 유물의 세밀한 부분까지 상세하게 관찰해 보는 코너입니다. 뮤진에서 준비한 확대경을 통해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각의 유물 탐구 기회를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 이번 뮤진의 집중탐구 유물은 무엇일까요?
  • 섬세한 솜씨로 이뤄낸 은은한 화려함
  • 청자 칠보 무늬 향로
  • 새로운 시각의 유물탐구 전시
  • 뚜껑
  • 몸통
  • 받침
  • 판과 다리장식

이번 호 뮤진 확대경을 통해 본 유물은 무엇일까요? 평소에 접하기 힘든 정밀 사진을 통해 우리 유물이 지닌
숨김과 드러냄의 매력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 뚜껑
  • 몸통
  • 받침
  • 판과 다리장식
  • 재료가 적당히 말라 표면을 눌러도 휘어지지 않을 만큼 버티는 힘이 생겼을 때  둥근 곡면을 칼로 장식

    반복된 문양의 화려함에 눈이 어지럽습니다. 어떻게 보면 꽃 같기도, 반짝이는 보석 같기도 합니다. 매끄럽고 둥근 구의 모습에 원이 서로 겹치며 반복됩니다. 자세히 보니 구의 표면에서 보는 것보다 옆면의 두께가 더 두껍습니다. 일률적인 두께의 원이 비스듬히 만나는 부분은 끝이 꽤 날카로워 보입니다. 재료가 적당히 말라 표면을 눌러도 휘어지지 않을 만큼 버티는 힘이 생겼을 때 둥근 곡면을 칼로 장식했습니다. 아무래도 손가락 끝에 신경을 집중하고 망설임 없이 칼을 그은 것 같습니다. 원과 원이 만난 교차점에는 둥근 점을 찍었습니다. 이 점은 구멍으로 뚫어내지 않고 얕은 깊이의 홈을 낸 다음 흰색의 흙을 채워 넣어 마무리했습니다. 익숙한 손의 느낌을 따라갔더니 섬세하고 화려한 형태가 완성되었습니다.

  • 도톰한 꽃잎들이 겹겹이 쌓인 갓 피어난 꽃봉오리는 꽃잎이 서서히 벌어지며 속살이 드러나듯, 아래로 갈수록 완전히 핀 꽃잎이 묘사

    풍성한 꽃이 에워싸고 있습니다. 도톰한 꽃잎들이 겹겹이 쌓인 갓 피어난 꽃봉오리는 꽃잎이 서서히 벌어지며 속살이 드러나듯, 아래로 갈수록 완전히 핀 꽃잎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뾰족한 끄트머리로 심지를 감싼 속잎에 3단을 이루며 덧붙여진 이파리들은 한 잎 한 잎의 묘사에 적지 않은 노력이 들어있습니다. 조금씩 다른 형태로 크기를 맞춘 이파리들은 살며시 밖으로 말려 올라가며 마무리되었습니다. 덕분에 전체적인 인상은 가벼워졌네요. 꽃잎에 묘사된 가느다란 잎맥은 이파리에 따라 8~9줄씩 중심부와 주변부를 나누어 굵기에 변화를 주었습니다. 입체적인 꽃봉오리 위에 초록빛이 도는 푸른 유약을 씌웠습니다. 꽃잎과 꽃잎 사이에도, 잎맥과 잎맥 사이에도 푸른 유약이 고였습니다. 유약의 고임 정도에 따라 반짝이는 푸른빛이 농담을 이룹니다. 번지는 듯 농담의 표현과 섬세한 묘사가 표현이 잘 어우러지며 절묘한 균형감을 선사합니다.

  • 꽃잎의 세부 모양을 축소해 놓은 꽃받침은 중심 균형을 유지하며 하중을 분산시키는 역

    큼지막한 꽃봉오리를 꽃받침이 지탱하고 있습니다. 꽃잎의 세부 모양을 축소해 놓은 꽃받침은 중심 균형을 유지하며 하중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잘 보이지 않는 면까지 하나하나 따로 제작하여 접합한 제작자의 수고가 엿보입니다. 힘을 주고 바닥을 떠미는 모습의 이파리들이 한데 뭉쳐 꽃봉오리를 들어 올립니다. 여섯 군데로 상부 무게를 모두 받아냅니다. 절묘한 균형 감각입니다. 이파리에도 잎맥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꽃잎과 달리 가운데 굵은 잎맥 하나만 도드라져 있고, 옆으로 퍼지는 잎맥은 가늘게 홈을 내어 묘사했습니다. 꽃봉오리에 시유한 유약과 같은 유약을 사용하여 가느다란 잎맥 사이에 고였습니다. 은은하지만 힘 있는 받침이 완성됩니다.

  •  “굳게 다문 토끼 입이나 앞 뒷발의 발가락처럼  아주 작은 부분까지 섬세하게 표현한 솜씨

    이파리가 버티는 바닥면은 중간이 잘록하게 들어간 원형의 판입니다. 능화형(稜花形)이라고 불리는 판의 윗면은 유약을 많이 머금어 짙은 옥빛을 냅니다. 투명하게 반짝이는 능화형 판은 맑은 거울 같기도 하고, 깊은 연못 같기도 합니다. 능화형 판의 옆면은 2단구조입니다. 윗 단은 뾰족한 도구로 당초문과 유사한 곡선문양을 장식했고, 아래 단은 깔끔한 면으로 마무리하였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능화형 판을 들어 올리는 다리 장식입니다. 작은 토끼 3마리가 세 군데에서 무게를 버티고 있습니다. 구부정한 자세로 몸의 무게 중심을 앞으로 두고 등허리 부분으로 능화판을 떠받치는 토끼들은 꽤 힘이 드는지, 귀를 쫑긋 세우고 있습니다. 작고 까만 눈동자는 얕은 조각으로 묘사된 눈매 중앙에 찍혔습니다. 굳게 다문 토끼 입이나 앞 뒷발의 발가락처럼 아주 작은 부분까지 섬세하게 표현한 솜씨가 감탄을 자아냅니다. 등을 맞대고 돌아 앉아 있는 토끼 3마리에게 무게 중심을 골고루 분산시킨 제작자의 재치있는 아이디어는 그가 재료와 기법을 완전히 숙지하고 있는 노련한 작가였음을 증명시켜 줍니다.

이번호 <뮤진 확대경>이 관찰한 유물은 국보 95호 청자 칠보 무늬 향로입니다. 박물관에서든 책에서든 한번쯤은 만난 적이 있었던 모습이 새롭지 않으셨나요? 전시실에서 다시 청자 칠보 무늬 향로를 만나게 되면, 스스로의 확대경으로 유물을 관찰해주세요. 이전에는 미처 몰랐던 유물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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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국립중앙박물관 문화교류홍보과 MUZINE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