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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물박사 : 인화기법은 저기 보이는 도자기를 보면 금방 아실 것 같기도 한데요. 저기 있는 '분청사기 인화 국화무늬 병'을 한번 잘 살펴보실래요. 15세기 조선시대에 만들어진 병인데요, 분청사기가 최고로 유행하던 시기에 제작된 도자기입니다. 도자기 표면을 보면 점처럼 생긴 국화꽃 무늬가 빼곡하게 그려져 있지요. 사실은 그린 게 아니고 국화무늬를 도장으로 찍어 만들어낸 겁니다. 그러니까 ‘인화기법’은 무늬가 새겨진 도장을 가지고 도자기에 표현하고 싶은 무늬를 도자기 표면에 찍어 넣은 뒤 도장이 찍혀 생긴 무늬 위에 하얀 흙을 발라 무늬를 도드라지게 표현하는 도자기 제작기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인화기법은 통일신라시대 때 제작되던 뼈 항아리에도 많이 사용되었고 고려시대의 상감청자에도 사용되던 기법인데요, 분청사기가 널리 제작되면서 절정에 이르게 된 도자기 표현기법입니다.
- 분청사기 인화 무늬 병ㅣ조선 15세기ㅣ국립중앙박물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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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물박사 : 네, 그렇습니다. 이상하게도 분청사기에는 글씨가 새겨져 있는 도자기가 많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그리고 도자기에 적혀 있는 글씨들은 무슨 의미를 갖고 있는 걸까요? 분청사기에 적혀 있는 글씨들은 대개는 그 도자기가 만들어진 곳이나 도자기가 사용되던 관청을 표시하던 글씨들입니다. 분청사기는 토산공물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니까 지방의 도자기 가마터에서 만들어져 서울에 공물로 보내져 궁궐이나 관아에서 주로 사용되었던 거죠. 그래서 그 도자기가 잘 만들어졌는지, 어느 지방에서 제작된 건지를 알리기 위해 도자기에다 그것을 만든 마을 이름을 새겨 놓거나 써 넣은 거죠. 그리고 그 그릇이 사용되는 관청의 이름을 새겨 넣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예빈禮賓'이라는 글씨가 크게 적혀있는 분청사기 접시 파편이 보관되어 있는데요, 조선시대 때 궁궐에서 국가의 아주 귀한 손님을 대접하거나 왕의 종친들이나 재상들에게 음식을 제공하던 관청으로 '예빈시' 라는 곳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그 접시는 조선시대 때 궁궐의 예빈시라는 관청에서 사용되던 도자기였던 거죠. 뿐만 아니라 도자기를 만든 도공의 이름이 적혀 있는 분청사기도 꽤 많습니다.
- '예빈禮賓'이라고 쓰여진 분청사기 접시 파편ㅣ조선ㅣ국립중앙박물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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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물박사 : 아주 좋은 질문을 해 주셨는데요, 사실 분청사기는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도자기랍니다. 청자나 백자는 중국이나 일본에도 있고 청화백자 같은 경우에는 지난 번 터키 유물 전시 때 보셨으면 잘 아실 거라고 보는데, 터키나 페르시아 같은 나라에서도 제작해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분청사기는 다른 나라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만 제작되어 사용된 거죠. 그리고 분청사기가 갖고 있는 또 다른 매력으로 서민적인 미감을 빼놓을 수 없죠. 분청사기 역시 궁궐이나 관청에서 많이 사용되기도 했고 관청의 관리를 받으며 제작되던 도자기이긴 합니다만, 서민들도 널리 사용하던 도자기였습니다. 게다가 국가나 관청의 규제 없이도 자유롭게 제작되고 해서 그런지 저기 있는 분청사기 물고기 무늬 병을 보시면 잘 아시겠지만, 무늬들이 소박하면서도 자유분방하고 해학적으로 표현되어 있는 도자기들도 아주 많습니다. 그런 점에서 무척 매력적인 도자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외국 사람들한테서도 인기가 아주 많은 것 같습니다.
- 분청사기 넝쿨무늬 장군ㅣ조선ㅣ국립중앙박물관 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