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엄마 손을 잡고 따라다니던 재래시장에서는 여러 가게들을 옮겨 다니며 먹을 것, 입을 것 등을 구경하고 흥정하는 재미가 있었다. 이제는 대형마트들이 곳곳에 생겨 한 곳에서 필요한 모든 물건들을 카트에 가득 싣고 계산원이 바코드만 찍어대면 흥정 같은 것은 거치지도 않은 채 카드로 긁고 쇼핑을 완료하는 편리한 시스템이 되었다. 그렇다면 재래시장이나 동네슈퍼보다도 더 오래된 시장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대형마트에 익숙한 어린이들의 이와 같은 궁금증을 해결해줄 재미있는 체험프로그램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 보았다. 이번 호 뮤진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 방과 후 프로그램 <육의전 상인의 하루>를 소개한다.
어린이박물관 내 ‘구름마루’ 교실에서는 매주 수요일 오후 3시면 어린이들만의 ‘육의전 장터’가 열린다. 육의전은 조선시대에 한양(옛 서울)의 중심부인 종로에 자리 잡고 있던 6개의 상점으로 왕실에 납품하는 6가지의 물품들인 비단, 무명, 명주, 모시와 삼베, 종이, 생선을 판매하던 곳이다. <육의전 상인의 하루>프로그램은 옛날 시장과 관련된 내용의 동영상 시청, 체험활동, 수업내용 정리 및 퀴즈 그리고 설문조사 순으로 진행이 된다. 이 중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체험활동으로 어린이들은 인과 손님이 되어 물건을 사고파는 역할놀이를 해본다.
지전(종이), 어물전(생선), 면주전(국산비단), 선전(수입비단), 포전(삼베), 면포전(면직물). 이렇게 6개의 상점이 될 자리와 상인들이 구입해 갈 물건들로 가득한 도매상점이 교실에 각각 세팅이 되어있다. 제비뽑기로 상인과 손님의 역할을 정한 어린이들은 선생님으로부터 50냥씩 들어 있는 돈주머니를 받는다. 상인 역할의 어린이들은 각자의 가게에 입점 시킬 물건들을 구입하러 도매상으로 가고 도매상 주인인 선생님과 흥정하여 물건을 구입해 가게에 진열한 후 매매일지에 구입한 가격도 적어 놓는다. 또한 손님들에게 팔 물건의 가격을 정한 상인들은 각자 가게를 홍보하는 문구와 물건 가격을 종이에 적어 가게 입간판으로 세워 놓고 장사할 준비를 마친다. 가격을 정할 때에는 도매가격의 2배에서 3배로 해야 된다는 선생님의 주의사항대로 신중하게 숫자를 적어나갔다. 한편 손님 역할의 어린이들은 사야 할 물건들의 목록이 적힌 상황카드를 받은 후 돈주머니와 장바구니 자루를 들고 이 가게 저 가게 기웃거리며 쇼핑을 하러 다닌다. 마치 진짜 시장에라도 온 듯 아이들은 신이 나서 역할에 몰입하고 어느덧 교실 안은 아이들의 놀이로 시끌벅적 흥이 오른다.
재미난 아이들의 ‘시장놀이’가 끝나고 한데 모여 앉아 각자 장사를 얼마나 잘했는지 매매일지 기록을 발표하였다.
그런 후 어린이들은 강사 선생님이 준비한 슬라이드 자료를 보며 방금 체험한 육의전에 대한 자세한 공부를 하였는데, 육의전의 위치, 상인들이 사용했던 계산도구들인 주판, 산통등과 홉, 주척, 되와 같은 도량형, 상평통보 같은 그 당시 화폐 등에 대해 배운 후 복습을 위한 퀴즈 시간도 가졌다.
프로그램 진행을 지켜보며 어릴 적 자주하던 시장놀이가 떠올랐다.
아이들이 조선시대의 사회상과 풍습을 시장이라는 장소를 통해 배우고 나름 실재 상인처럼 매매일지도 기록하며 수학공부도 하는 등 알차게 90분을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흐뭇함을 느끼게 하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