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 현대 미술계에서 가장 촉망받는 작가 가운데 한 사람으로 손꼽히는 이세현 작가. 하지만 그런 그도 처음부터 촉망받는 작가로 대우받았던 건 아니었다. 소위 말하는 명문 미술대학을 나온 그도 한땐 방황을 반복하던 때가 있었다. 그러다 유학을 갔고, 그곳에서 문화적 차이를 피부로 느끼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이 갈망하던 현대미술이 우리에 대해, 나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우리와 상관없는 그들이 만들어 놓은 문화와 고민을 대신하고 있지는 않은가하고 자문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내가 어떠한 환경에서 자랐고 어떠한 문화적 전통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왔는지 되돌아보게 되면서 자신의 40년 삶을 결정지은 한국의 산하를 떠올리며, 나를 만들고 존재케 한 풍경을 자각하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군복무 시절 야간 투시경으로 바라본 풍경과 자연 속에다 자신이 경험했던 삶의 기억을 삽입시켜 산수화를 그려내게 되는데, 그렇게 해서 탄생한 그림들이 <붉은 산수화 시리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