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 <꼼지락 방학교실>이 진행될 어린이박물관 교실에는 하나둘 수업에 참여할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찾아들기 시작했다. 수업의 주제는 ‘반구대 암각화와 선사시대 사람들의 생활’이다. 반구대 암각화는 울산 대곡리에 소재한 선사시대 문화재로 거대한 바위에 육지동물과 바다고기, 사냥하는 장면 등 총 75종 200여점이나 되는 그림이 새겨져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에는 탁본이 전시되어 있고, 어린이박물관 전시장에는 암각화 모형이 있는데, 모형에는 새겨진 동물모양들에 조명이 들어오게끔 되어있어 관람객들에게 보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여러분, 암각화가 왜 중요할까요? 그것은 그림을 통해서 수천 년 전 문자도 없던 시절에 옛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에요.” 강사 선생님의 이 첫마디로 반구대 암각화 ‘탐험’이 시작 되었다. 교과서를 통해 반구대 암각화가 중요문화재라는 것만 어렴풋이 알고 있던 아이들은 새겨진 동물문양 하나하나에 다산이나 풍요 등 선사시대 사람들의 생활에 있어서 중요하게 생각한 가치와 바람이 담겨져 있다는 선생님의 이야기에 흥미를 보였다.

이날의 실습은 ‘반구대 암각화 미니어처 만들기’. 만드는 방법은 종이로 된 사각형 틀에 석고를 직접 부어서 판을 만든 후 거기에 자신의 소망을 담은 그림들을 새기고 색칠하여 완성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전시장에서 스탬프로 찍어온 암각화의 동물문양들을 참고삼아 그것들을 따라 그리기도 하고 자신이 평상시에 좋아하는 문양들을 새기기도 하며 나만의 귀여운 암각화를 만들었다. 재료가 익숙하지 않아 석고가 빨리 굳어버려 그림을 거의 못 새긴 아이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대부분 새로운 체험이 재미있는 듯 수업 분위기는 즐거웠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방학은 물론, 주5일 수업 시행 등에 맞춰 아이들의 여가시간 활용을 위한 알찬 체험학습 프로그램들을 박물관 유물 관련 다양한 주제로 엮어 선보일 예정이다. 이렇듯 기관에서 유년기부터 ‘온고지신’의 참된 뜻을 몸소 배워볼 수 있는 소중한 체험들을 많이 제공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인 것 같다. 아이들의 눈높이 맞춘 박물관 교육프로그램들이 많이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