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ZINE

50호


뮤진 칼럼

집안의 어르신과 아이를 포함한 가족이나 연인, 친구끼리 하루를 즐겁게 보낼 나들이 할 장소를 찾고 있다면 망설임 없이 국립중앙박물관을 권하겠다. 넓게 트인 공간에 다양한 문화예술 즐길 거리와 세대를 아우르는 휴식공간이 있는 곳.
이번호 <뮤진칼럼>에서는 부모님과 자녀, 사랑하는 연인, 소중한 친구를 위하여 계획한 이 좋은 나들이 장소에서 어떻게 알찬 하루를 보낼만한지를 이야기해본다.

국립중앙박물관에 대중교통을 이용해 도착한 방문객은 박물관 서문 즉, 정문을 바라볼 때 왼쪽편의 광장으로 바로 진입하게 된다.
왼편 광장에서 정문까지에는 길고 넓은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데, 특히 뛰어놀거나 움직이고 싶어 하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경우 이처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 나들이 장소가 생각보다 흔치 않다. 게다가 거울 못 둘레를 따라 청자정을 포함한 산책로에는 중간 중간 앉아 쉴만한 곳도 있어 어르신들이 산보하시기에 편하고 무엇보다 자연과 어우러진 풍경과 탁 트인 시야에서 오는 시원함이 안정감을 준다.

거울 못을 중심으로 왼편으로 돌아 오르면 건물에 다다르기 전 왼쪽에 소규모의 어린이 에너지 놀이터가 있다. 폭신폭신한 바닥에 흥미를 돋우는 작은 놀이기구가 있어 잠깐 이용하기에 좋다. 이 놀이공간을 지나 어린이 박물관에 도착하면 벌써 그 입구부터 따스한 기운과 함께 아이들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가 느껴진다.
내부로 들어서면 선사시대의 움집, 도자기, 기와, 의복, 농경, 음악, 탁본, 퍼즐, 책이 모두 우리 아이를 위해 준비되어 있다. 다양하고 안전한 소재와 멀티미디어를 활용한 체험들로 함께 들썩이게 되는 신나는 현장! 아이가 없더라도 즐길 수 있고, 다시 한 번 오고 싶을 만큼 잘 구성되어 있다. 오는 9월 28일 까지는 <그림 숲에서 만난 작은 친구들>이라는 주제로 전통 회화 작품에 등장하는 계절과 상징, 화가가 주로 그렸던 소재나 주제를 포함하는 소규모의 전시가 함께하는데 멀티미디어를 활용하여 흥미롭게 구성되어 있다.

신나게 시간을 보내니 한낮이 되었다. 박물관 동관, 서관, 외부에는 식사를 할 수 있는 시설이 여러 곳 있으므로 원하는 메뉴를 골라 즐겁게 식사를 할 수 있다. 만약 도시락을 준비 해 왔다면 추천할 곳이 두 곳이 있는데, 그 중 한 곳이 박물관 뒤편에 있다. 동관과 서관 사이의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서 바로 움직여도 좋지만 박물관 외벽을 따라 석비, 탑비 등을 찬찬히 관람하고 동관측 계단을 이용하여 아래로 내려가면 꽃나무가 우거진 산책로를 만나게 된다. 길이 그리 넓지 않아 좌우의 꽃나무가 더욱 가까이 느껴지는 이 길을 걷다보면 작은 규모의 전통염료식물원이 나온다. 아기자기한 언덕에는 우리 조상들이 예로부터 염료로 사용해 온 나무와 풀들이 자라고 있다. 조금 더 걸어 움직이면 작은 인공못을 만나게 되는데 이 인공못 양측에 지붕이 있는 휴게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음료를 파는 자판기도 있으므로 도시락을 나누어먹으며 오후를 위해 잠시 쉬는 것도 좋은 시간이 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기획전시실과 상설전시실에서 다양한 기획전, 특별전, 테마전을 개최하고 있는데 우리 문화재 뿐 아니라 비교적 가까운 시기의 미술이나 다른 나라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미술품들을 선보이기도 하는 비교적 큰 규모의 기획전과 특별전, 작은 규모지만 볼 거 리가 괜찮은 테마전 등이 수시로 진행된다. 즐거운 마음으로 보는 전시는 작품이나 유물에 대한 설명, 그 주제에 대한 글들이 제공되므로 해당 내용을 유심히 살펴본다면 동행한 가족이나 연인, 친구와 같은 내용을 학습하게 되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고 시간과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이 될 수 있다.

으뜸홀을 통해 상설전시관을 들어서면 높은 건물 천장까지가 하나의 층으로 개방되어 있고 빛이 투과할 수 있게 만들어졌기 때문에 채광량이 많아 밝은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입구에서는 멀리 석비와 석탑이 보이며 중간 중간 쉴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선사시대부터 유물을 모두 보려면 흐르듯 지나면서 보더라도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전시장을 가보면 많은 학생들이 열심히 유물을 들여다보거나 선생님과 질문, 대답을 주고받기도하고 노트에 그림을 그리고 있기도 하다. 유물을 보고 그 내용을 접하고 직접 그려보는 활동은 학습에 있어 매우 입체적인 효과를 줄 수 있다. 전시실은 더 세심한 관찰과 지식의 습득이 주는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좋은 현장이 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전시장 내 정숙을 위하여 전시해설사 신고제를 운영하고 있고, 이에 따라 차분하면서도 흥미롭게 전시장 곳곳에서 소규모 전시해설이 이루어지고 있을 때가 있다.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조금씩 유물을 감상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 국립중앙박물관을 방문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또 다음번 방문을 기약해 보는 것은 어떨까.

기획전시관과 으뜸홀 사이 계단을 오르면 박물관 뒤편으로 남산과 남산타워가 보이고 그 왼편 즉, 어린이 박물관 위에 ‘극장 용’이 있다. 극장 용은 뮤지컬, 연극, 콘서트 등을 즐길 수 있는 공연장으로 올해 10월까지 <박물관 문화 향연>이라는 이름으로 퍼포먼스와 춤이 주를 이루는 무료공연들이 계획 되어 있으며, 매년 여름방학에는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는 알찬 공연들이 개최되므로 가족과 함께 관람 계획을 세워보면 좋을 듯 하 다. 일정변경이 있을 수 있으므로 극장 용 홈페이지에서 공연일정 확인이 필요하다.

상설전시관에서 전시를 관람하고 건물 동쪽으로 난 계단으로 내려오면 보신각 종, 석탑들이 작은 산책길로 연결되어 있는 석조물정원을 지나 용산가족공원으로 들어서게 된다. 이곳에서 또 다른 휴식과 여유를 만끽할 수 있다. 작은 돗자리와 먹을거리를 준비해서 잔디밭에 누워 대화를 하는 가족과 연인, 캐치볼을 하는 아버지와 형제들, 갓 걸음을 떼고 위태하지만 신나게 걷고 있는 아주 어린 아기와 젊은 부부가 밝은 햇빛아래 웃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감을 주는 곳이다. 작은 호수와 곳곳의 조형물도 자칫 밋밋하고 생기 없어 보일 수 있는 공원에 아름다움을 더하고 있다.

글 | 국립중앙박물관 디자인팀 뮤진 MUZINE 편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