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ZINE

50호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줄 소중한 유물들을 안전하게 보관하는 일이야말로 박물관이 존재하는 첫 번째 목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박물관 수장고는 소장품을 보관하는 곳으로서 박물관의 심장이라고도 할 수 있을 만큼 핵심적인 시설이다. 하지만 수장고는 보안상의 이유로 외부 사람들에게는 미지의 공간일 수밖에 없다. 이번 호에서는 일반 관람객들이 궁금해 하는 ‘박물관의 보물창고’, 수장고에 대해 알아보았다.

국립중앙박물관의 소장품은 약 30만점 이상이다. 이러한 소장품 중에서 전시나 대여를 통해 외부에 공개되는 것은 극히 일부분일 뿐이고, 대부분은 수장고에서 전시가 되기를 기다리고 있거나, 전시가 끝난 후 보관된다. 얼마 전 종료된 기획전 <한국의 도교문화-행복으로 가는 길>에 출품된 소장품 ‘해반도도’는 오랜 시간동안 수장고 속에 있다가 발견되어 이번 전시를 통해 빛을 본 경우이다. 이러한 공간인 국립 중앙박물관의 수장고는 모두 22개로 면적은 12,434.5㎡에 달한다.
수장고에 들어가기 전 소장품들은 재질에 따라 분류되고, 또 다시 소장품의 성격이나 형태에 따라 분류된다. 재질에 따라 분류하는 이유는 모든 소장품은 각기 고유한 성질을 갖고 있어 보존하기 적합한 온도와 습도가 모두 달라서 비슷한 재질의 소장품들을 모아둠으로써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소장품을 관리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수장고는 소장품의 재질에 따라 크게 2가지로 분류된다.
첫째는 종이, 나무, 비단, 금속 등 온습도에 민감한 소장품을 보관하는 수장고, 둘째로 돌, 도자기, 토기 등과 같이 비교적 온습도에 덜 민감한 일반 수장고로 나눌 수 있겠다. 소장품을 보관하는 격납장은 대부분 나무와 철로 만들어 졌다. 나무장은 판재가 오동나무, 골격이 미송으로 만들어 지고, 철제장은 부식방지 처리가 된 철제로 만들어졌다. 격납장은 다양한 소장품들이 보관되는 곳인 만큼 그 형태도 매우 다양하다. 외부와의 공기와 습기가 차단되는 밀폐장, 2m가 넘는 그림 등을 격납할 수 있는 활주장, 병풍장, 좁은 공간에 많은 수납공간을 확보할 수 있는 모빌랙 등이 있다.

수장고에는 각종 귀한 소장품들이 보관되어 있는 만큼 박물관 내에서도 가장 엄격한 보안·방재시스템이 적용되어 있는데 수장고의 온·습도, 전기, 보안카메라 등은 박물관 내 중앙감시실에서 통제되고 있다.
박물관 외부에서 소장품이 보관되어 있는 수장고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여러 보안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각 단계마다 각종 전자적 혹은 비전자적인 보안장치들이 설치되어 있다. 또한 박물관 직원이더라도 수장고에 출입할 수 있는 사람은 극히 제한되어 있으며, 출입을 허가 받은 박물관 직원이더라도 출입사유, 시간, 인원 등을 책임자에게 미리 보고한 후 수장고까지 무려 7단계의 보안을 거쳐야 한다. 이렇듯 철저한 보안으로 외부 침입자가 유물이 있는 수장고 공간까지 들어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설령 허가받지 않은 자가 불법적인 방법으로 수장고 공간 내부로 침입하였다 하더라도 수장고 내부의 센서가 즉시 작동되어 모든 전등이 켜짐과 동시에 CCTV 녹화가 시작되며, 침입사항은 즉시 중앙감사실로 통보되어 수장고 영역에서 밖으로 이어지는 모든 출입문이 강제 차단되고 침입자가 외부로 빠져나올 수 없게 된다.

수장고가 고유의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환경유지가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 수장고는 일반적인 건물들과는 다르게 만들어졌는데, 2중의 외벽과 공기층, 패널로 구성되어 있어서 외부와의 온도차에 의해 결로현상과 수해 등을 막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또한 전기 공급의 급작스런 차단이나 공조시스템의 이상이 발생하여 항온항습 시스템이 중지되더라도 일정 기간 습도 유지가 가능하고, 바닥에는 내진 설계가 되어 있어 진도8의 지진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을 정도이다.
수장고의 바닥재, 격납장 등 많은 부분이 목재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여러 재난 중에서도 화재는 가장 유의해야할 부분이다.수장고에는 중앙감시실과 연결된 화재감지기와 고감도 감지기를 통해서 아주 사소한 징후라도 즉각적으로 발견할 수 있고, 만에 하나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소장품에는 전혀 피해를 주지 않고 진압할 수 있는 할로젠화물 소화 설비가 완비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수장고 내부에는 천전기와 관련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전기 플러그가 거의 없으며 반드시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용을 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천재지변뿐만 아니라 바퀴벌레, 좀벌레 등에 의한 충해 또한 중요한 문제인데, 이러한 충해를 방지하기 위해서 새롭게 수장고에 들어오는 유물들은 모든 해충을 박멸할 수 있는 훈증작업을 거쳐야만 한다. 이러한 시설이 아무리 잘 갖춰져 있다고 해도 지속적인 관리를 하지 않는다면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그리하여 박물관 에서는 매월 소방, 전기, 보안, 방재 등에 관한 정기점검을 시행하고, 1년에 두 번 건축구조진단 등을 추가로 포함해 정밀 점검을 함으로써 소장품의 안전을 책임 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