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ZINE

47호


지금 박물관에서는 I

특별 기획전 이슬람의 보물-알사바 왕실 컬렉션

1,400년의 시간이 녹여낸 융합의 美.

전시기간
2013. 07.02~2013.10.20
전시장소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전시유물
쿠웨이트 국립박물관 알 사바 컬렉션 367점

일찍이 서구인들은 ‘오리엔트’라 명명하며 황금의 땅으로 여겼고, 한자 문명권 사람들이 진귀한 물건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찾은 ‘서역’이 이슬람 세계이다. 서쪽의 스페인에서 동쪽의 중국에 이르는 광활한 지역까지 서로 다른 문명과 교류하며 발전해 온 이슬람 세계에는 교역의 중심지로서 세상의 진귀한 물건들이 모두 모여들었다. 이러한 폭넓은 교류와 무슬림의 강한 신앙이 만들어낸 이슬람 문명만의 독특한 양식과 미감을 눈으로 체험할 수 있는 이슬람 미술품들이 국내에서 전시중이다.

사람과 문화를 다루는 전시

  • 왕자부부
  • 건축 장식물

2013년 7월 2일에 개막한 국립중앙박물관 기획특별전 <이슬람의 보물-알 사바 왕실 컬렉션>은 올해 10월 20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이번에 소개되는 전시품은 쿠웨이트 왕실의 일원인 후사 사바 알 살렘 알 사바 공주(SHEIKHA HUSSAH SABAH AL-SALEM AL-SABAH) 부부가 1970년 중반부터 오늘날까지 수집하여 소장하고 있는 ‘알 사바 컬렉션(AL-SABAH COLLECTION)’이다.

알 사바 컬렉션은 세계적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은 광범위한 이슬람 미술 컬렉션 중 하나로서 1983년부터 국가에 장기 대여되어 쿠웨이트 국립박물관에 전시되어 있었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367점의 유물들은 3만여 점에 이르는 알 사바 컬렉션 가운데서 엄선한 것으로, 이슬람 미술의 진수를 한 자리에 모은 것이다.

  • 왕자부부
  • 건축 장식물

통사적으로 감상하는 이슬람 미술

  • 쿠란 필사본
  • 대야
  • 주자

총 9부로 구성된 전시는 크게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누어진다. 전반부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이슬람 미술의 흐름을 시간적 순서로 살펴보도록 구성되어 8세기부터 18세기까지 1,000여 년 간, 공간적으로는 스페인에서 중국에 이르기까지 광대한 지역을 아우르고 있다. 이 공간과 시간 속에서 수많은 민족과 왕조가 전쟁을 벌이고 성쇠를 거듭하였지만,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이슬람 문명의 공통 요소를 확립해 나갔다.

8-10세기까지가 아라비아 반도 동서에 각각 위치한 사산 왕조 페르시아와 비잔티움 제국의 문화의 영향을 받아 이슬람 미술이 태동한 시기라면, 11-13세기는 이슬람 미술의 특징이 뚜렷이 드러나는 동시에 각 지역적 양식에 따른 변주가 나타난 시기이다. 1부와 2부의 전시품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3부에서는 이집트와 시리아를 통치한 맘루크 왕조의 미술품을 중심으로 성숙기의 이슬람 미술을 감상할 수 있다. 역사 섹션의 마지막인 4부에서는 16-18세기 이슬람 세계의 세 강자 사파비 왕조, 인도 무굴 제국, 터키 오스만 제국 의 미술품을 중점적으로 조명하여, 이슬람 미술의 전성기에 꽃핀 세 지역 미술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해 볼 수 있다.

  • 쿠란 필사본
  • 대야
  • 주자

이슬람의 종교적 특성이 반영된 요소들

  • 총안 장식물
  • 물담배 보관병
  • 카타르 인도단검
  • 목걸이

후반부에서는 이슬람 미술의 본질적 특징을 살펴본다. 금속, 유리, 목재, 석재 등 다양한 재료들이 사용된 미술품들만큼이나, 이슬람의 예술가나 장인들 역시 다양한 민족적, 문화적 배경을 갖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다양성 속에서도 몇 가지 공통적인 요소들이 있는데, 쿠란(이슬람교의 경전)에서 비롯된 이슬람 서예, 기하학 무늬, 아라베스크 무늬가 바로 그것들이다. 5, 7, 8부에서는 이 세 가지 요소들이 주된 장식으로 어우러진 여러 장르의 미술품들을 보여준다. 사실 세 요소의 발달은 우상 숭배를 금지하여 형상 표현을 제한한 이슬람의 특성과 맥을 같이 한다. 하지만 이슬람 미술에도 형상 표현이 존재하였다. 8부에서 인물과 동물이 표현된 세밀화 등을 감상하고 나면 그러한 금기사항이 완벽히 지켜지질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별도 공간으로 구성된 9부는 알사바 컬렉션이 자랑하는 화려한 보석 공예를 소개하는 자리이다. 이 공간에 주로 전시된 무굴 제국의 보석 공예품은 이 지역 보석 세공 장인들의 놀라운 기술 수준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이슬람 문명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문화를 간직하여 유럽에 전달함으로써 서양의 르네상스와 근대를 여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하였다. 또한 일찍부터 천문학, 화학, 물리학, 기하학, 수학 등의 학문을 발전시켰다. 우리가 오늘날 쓰고 있는 아라비아 숫자나 알코올과 같은 단어들도 이슬람 세계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슬람의 아라베스크는 동아시아에도 영향을 주었으며, 우리의 미술품에서도 그 영향을 엿볼 수 있다. 신라시대에 해상 실크로드를 따라 우리나라에 이슬람 문화가 전해지면서 이미 두 문화 사이의 교류가 시작되었다. 이처럼 이슬람 문명은 인류 문명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으며, 오래 전부터 우리의 생활과 문화 속에도 스며있다. 이번 전시가 이슬람 문명에 대해 새롭게 이해하고 감상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 케바야와 사롱(전통의상)
  • 페이즐리 모양 브로치
  • 송옹시앙의 초상화
  • 꽃이 그려진 주전자와 찻잔 세트

글 : 국립중앙박물관 전시과 이재정 학예연구관 , 원고편집 및 정리 : 국립중앙박물관 문화교류홍보과 MUZINE 편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