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ZINE

47호


글로벌코리아

빅토리아앨버트박물관 Victoria & Albert Museum-김현경큐레이터와의 만남

영국 런던에 위치한 빅토리아앨버트박물관은 세계최대 공예미술관으로 '전 세계, 전 양식, 전 시대의 미술 공예품'을 지향하는 미술관답게 도자기, 가구, 장신구, 회화 등 500만 점이나 되는 방대한 컬렉션에 무려 145여 개의 전시실들을 갖추고 있다. 이중 1992년 한국 삼성그룹의 지원으로 박물관 본관 1층에 40평 규모로 개관한 Samsung Gallery of Korean Arts는 비록 작은 규모지만 유럽에 한국미술을 알리는데 일조하고 있다. 이번 호 웹진에서는 빅토리아앨버트박물관에서 Samsung Gallery of Korean Arts를 맡고 있는 큐레이터 김현경 씨(Rosalie Kim, Ph. D.)와 이야기 나누어 보았다.

본인소개를 간단히 해주세요. 어떻게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 (이하 V&A)에서 일하시게 되었는지요? 그리고 맡은업무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세요.

답변 저는 유럽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본래 제 전공은 건축학으로 런던대학교 the Bartlett School of Architecture에서 동양의 전통적 공간개념과 서양의 현대적 건축실무와의 접목에 대한 연구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동양의 전통 건축과 조경에 대한 연구를 하던 중 자연스럽게 저는 한국과 유럽 간에 예술적 발전과 문화교류에 적극적인 중개자로서 일하고 싶어졌죠. 그러던 차에 학위를 마치며 V&A의 한국전시실 큐레이터 채용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V&A에서 맡은 업무는 다양하지만 주로 직물, 사진, 회화 등으로 이루어진 한국미술 컬렉션을 다채롭게 하며, V&A의 공공 행사와 학술 행사를 통해 한국문화의 우수성을 홍보하는 역할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빅토리아앨버트박물관 한국실 큐레이터 김현경 씨

V&A는 언제부터 한국 미술품을 수집하기 시작했나요?

답변 V&A에 한국 미술품이 들어온 것은 한국과 영국 간에 외교관계가 수립 된지 5년 후인 1888년부터로, 저희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칠기, 은제품, 자수들을 당시 영국영사였던 토마스 와터즈 (1840~1901)가 기증했습니다. 20세기 들어서 한국에 거주하거나 여행을 다녀온 서구인 들로부터의 유물 수증과 함께 박물관 측의 합리적인 구매 사례가 점점 늘어남으로 인해 빠르게 한국미술품 소장을 증대시킬 수 있었습니다.

보자기 1800-1900 빅토리아앨버트박물관 소장

한국미술품 소장규모와그 동안 개최되었던 관련 전시들을 소개해주세요.

답변 V&A는 1851년 런던 하이드 파크에서 개최된 만국산업생산품대박람회의 성공적인 결과물로서 그 이듬해에 설립되었습니다. 박물관 설립 취지는 영국의 디자이너들과 제조업자들에게 전 세계의 뛰어난 공예와 디자인 작품들을 보여주어 창작활동에 자극제가 되게 하기 위함이었죠. 당시 박물관 내 부서는 도자기, 목공예, 금속공예, 섬유공예 등의 장르별로 조직되었고, 이런 특정한 구성은 한국미술품을 포함한 박물관 소장품 카테고리에도 반영이 되었습니다. V&A는 1970년 극동아시아부를 설립하며, 지역 확보에 의한 소장품 취득이 가능해졌습니다. 현재 이러한 작품수집 방식은 최근 이상범의 산수화 취득에서도 증명되고 있습니다.

한국미술품의 소장 규모는 어느 정도인가요?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한국미술품들과최근에 있었던 한국미술 관련 전시도 소개해주세요.

  • 혼례용 병풍 1750-1850
  • 나전칠기함 1800-1850
  • 코끼리 등위에 탄 보현보살 1350-1450
  • 백자 달 항아리2008

답변 V&A는 고대에서 현대작품까지 800점이 넘는 한국미술품들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그 중 대략 660점은 1910년 이전 연대이고 핵심 소장품들은 350점의 도자기들입니다. V&A의 한국미술품들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것들은 주요 하이라이트 작품들은 아닙니다. V&A에는 도자기류 외 작품들 중 길상문양들이 화려한 색상의 견사와 금사로 비단 위에 섬세하게 수놓아진 조선후기에 제작된 아름다운 혼례용 병풍이 있습니다. 이것은 수줍은 신부를 혼례식에서 멋지게 연출해줬을 것 같습니다. 19세기 나전칠기 함도 제가 좋아하는 것으로 이 작품은 특히 장인의 뛰어난 솜씨뿐 아니라 문양과 색상의 조화가 눈에 띕니다. 불화 중 6개의 상아가 달린 코끼리 위에 앉은 보현보살이 화려한 적색, 녹색 그리고 금색으로 그려진 작품이 있습니다. 비록 아직 작품의 국적이 한국이냐 중국이냐를 놓고 학자들 간에 논쟁 중이지만, 그렇더라도 이 불화는 뛰어난 작품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박영숙 작가의 달 항아리는 18세기 조선백자의 연장선상에 놓인 작품으로서 감상하는 사람의 기운을 돋우고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건강한 형태를 지녔습니다.

2011년 V&A에서 개최된 전시 ‘Tradition Transformed’은 26인의 한국 현대도예가들의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 중 5점은 박물관에 기증되기도 했죠. 2012년 7월에는 런던주재 한국문화원이 주최한 한국문화축제 ‘All Eyes on Korea’ 의 갈라 리셉션 ‘Korea Shining Bright’ 가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V&A의 라파엘갤러리에서 열려, 디자이너 이상봉 씨의 의상들을 선보였습니다.

한국미술은 아직 유럽인들에게 낯설 것으로 예측됩니다. 한국전시실에 대한 관람객들의 반응은 어떠한가요?

답변 1992년 한국전시실 설립 이후로 V&A는 어린이에서 노년층까지, 학생에서 전문가까지, 내국인에서 외국인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관람객들을 위한 한국미술품들을 선정해서 전시해오고 있습니다. 전시품들은 매우 신중히 선택되며, V&A 소장 미술공예품들과 통일된 맥락의 작품해설이 준비되었습니다. 1994년 6월 관람객 설문조사에서 75%의 관람객들이 한국의 미술과 역사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다고 답했고, 95%의 관람객들이 한국전시실 관람을 매우 만족해한다고 답했습니다. 한국미술품에 관한 자료 요구와 V&A 전시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들이 증가하며 한국미술은 꾸준히 관람객들을 끌어오고 있습니다.

청자완 고려 12세기 빅토리아앨버트박물관 소장

2011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된 V&A 소장품 전시를 무척 인상 깊게 봤습니다. 앞으로 한국과 관련해서 계획하고 계신 프로젝트나 전시가 있으신지요?

답변 1961년 국립중앙박물관 초대관장이셨던 김재원 박사께서 곰퍼츠 (Godfrey St. G. M. Gompertz)와 구성한 한국 보물들 전시가 V&A에서 개최됐었습니다. 이 전시는 유럽에서 열린 첫 한국미술 전시였죠. 1984년 한영수교 100주년을 기념해서 두 종류의 전시가 열렸습니다. 한국의 해외문화홍보원과 공동주최한 ‘Early Korean Printing’전, 그리고 한국의 허동화 자수박물관장과 협업한 ‘Classical Korean Embroideries’전이 그것들이죠.

최근 한국에서 열린 V&A 전시들은 2008년 국제교류재단문화센터 ‘세계명품도자’ 전, 2011년 국립중앙박물관 ‘바로크 로코코 시대의 궁정문화’전, 2012년 고양아람누리 아람미술관 ‘오웬 존스와 알람브라’전 등입니다. 앞으로도 한국의 기관들과 전시, 미술품대여 그리고 유럽에 한국미술의 독특한 매력과 아름다움을 알릴 수 있는 행사들을 활발하게 진행했으면 합니다.

삼성문화재단의 후원으로 한국전시실을 만들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한국기관이나 영국의 한인사회와는 관계가 어떻습니까?

답변 V&A는 항상 한국기관들, 영국의 한인단체들과 좋은관계를 맺어 왔습니다. 상호지원은 재정적인 영역뿐 아니라 영국에 한국문화를 알린다는 공통적인 열망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한국전시실 내부

인터뷰 및 정리-국립중앙박물관 문화교류홍보과 MUZINE 편집실 / 사진제공- 빅토리아앨버트박물관(Victoria and Albert Museu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