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ZINE

46호


박물관이 신났다

생생 역사체험  개혁군주, 공민왕 - 어린이 박물관 프로그램

역사공부 하면 교과서 속 연표와 주요 인물, 사건 등을 밑줄 쳐가며 달달달 외던 시절이 떠오른다. 기계처럼 암기만 하다 보니 정작 역사의 전반적인 흐름이나 사건, 인물에 대한 심도 있는 사고와 이해를 할 시간은 부족했었다. 다행히도 요새는 고궁, 박물관 등에서 진행하는 다양하고 재미있는 체험학습프로그램들이 많아 학교교육에서 놓쳐버린 부분들을 메울 수 있는 기회들이 널려있다.

2013년 4월부터 운영하기 시작한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의 초등단체 프로그램인 <생생역사체험-개혁군주, 공민왕>도 천편일률적인 역사교육 방식에서 벗어나 아이들이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하도록 하여 공민왕 시절의 고려 정세나 사회적 분위기, 역사적 사건들을 저마다의 방법으로 이해하게끔 유도한다.

낯선 고려시대 역사를 친근하게

그동안 어린이박물관에서는 전시와 체험을 통해 선사시대부터 삼국시대까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콘텐츠들을 선보였지만, 고려와 조선시대 관련해서는 체험프로그램들이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중 조선시대는 책이나 매체에 자주 등장하여 익숙한 편이지만 고려시대는 ‘고려청자’ 외에는 아이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낯선 내용들이 많다. 그래서 어린이박물관에서는 고려시대 역사와 문화를 체험케 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게 되었는데, 그 중에서도 흥미로운 이야기 거리들이 많은 고려 말 공민왕을 주제로 하여 만든 프로그램이 <생생역사체험-개혁군주, 공민왕>이다.

우선 <생생역사체험-개혁군주, 공민왕>의 남다른 특징을 꼽자면 “연극”이라는 매체를 체험교육에 이용했다는 점이다. 총 6부로 된 프로그램에는 ‘평화로운 고려에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원의 지배’, ‘공민왕의 반원정책’, ‘공민왕의 영토 수복’, ‘반란! 홍건적의 침입’ 등 고려시대 공민왕과 노국공주를 중심으로 한 주요 역사를 연대순으로 구성한 드라마들에 학생들의 참여가 더해져 있다. 프로그램의 전반적인 진행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소속 연극예술강사들이 맡아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능숙하게 리드해나갔다.

연극으로 체험하는 공민왕 시대

아이들이 원을 그려 모여 앉은 가운데 ‘박물관장’ 역할을 맡은 강사가 옛날 모자 같은 것을 놓고 아이들에게 이것이 무엇인지 추측해보라 했다. “UFO 같아요!”라고 한 아이가 말을 툭 던지자 웃음들이 터져 나왔다. UFO 같이 생긴 고려시대 왕의 관모를 단서로 하여, 자유롭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연극’이 시작되었다.

아이들은 어린 공민왕이 원나라에 볼모로 잡혀있던 심정을 상상하며 직접 극으로 만들어보기도 하고, 각각 고려시대 관료가 되어 원나라에 대항할 방법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공민왕의 업적들을 되새기며 ‘공·민·왕’으로 삼행시를 짓고, 홍건적의 침입을 피해 노국공주와 피난길에 올랐던 모습을 ‘놋다리밟기’라는 전통놀이로 재현해보기도 했다.

이렇듯 고려 말 공민왕 시대에서 추출해볼 수 있는 흥미로운 소재들을 각각의 이야기에 맞는 연극, 글쓰기, 토론, 놀이 등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들에게 다가가 당시의 역사와 사회적 상황 등을 간접적으로 체험케 한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교의 선생님도 연극으로 역사를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고 하고, 아이들 중에는 연극놀이를 통해서 고려 말의 상황을 쉽게 이해하고 우리 역사에도 흥미를 가지고 더 공부해보겠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생생역사체험-개혁군주, 공민왕>은 4~7월, 9월~11월 2013년 학기 중에 운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앞으로 또 다른 소재의 “생생역사체험”을 기대해 본다.

촬영 및 글-국립중앙박물관 문화교류홍보과 MUZINE 편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