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ZINE

46호


지금 박물관에서는 II

테마전. 한국의 큰 스님 글씨-월정사의 한암과 탄허

자유로운 필치 속 깨달음의 경지

전시기간
2013.04.16~2013.06.16
전시장소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서화관(2층) 서예실
전시유물
한암, 탄허의 글씨와 관련 자료 80여점

자유분방하게 붓에서 흘러나온 듯 써 내린 고승들의 글씨는 필법을 넘어선 탈속의 경지를 보여준다. 이러한 스님의 글씨를 보통 선필禪筆이라 부르는데, 이는 오랜 기간의 명상을 통해 붓을 들고 기氣의 흐름에 따라 거침없이 쓴 글씨를 말한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4월 16일에 개막한 테마전시 <한국의 큰 스님 글씨-월정사의 한암漢岩과 탄허呑虛>에서는 오대산 월정사의 두 큰 스님인 한암(1876~1951)과 탄허(1913~1983)의 글씨들을 중심으로 진정한 선필의 세계를 경험해 볼 수 있다. 또한 탄허스님 탄신 100주년을 기념하고 석가탄신일과 연계하여 기획된 본 전시에는 평창 월정사, 대전 자광사, 양산 통도사, 안양 한마음선원, 서울 탄허기념박물관, 탄허불교문화재단에서 대여한 서예작품, 탁본, 현판 등 80여점이 소개된다.

근현대 변혁의 시대를 살다간 두 스님은 전통적인 유학과 고전을 수학하며 성장했으며, 그들의 글씨는 넓은 의미에서의 선필과 전통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들은 불교의 경전과 깨달음, 고전의 경구, 삶의 자세 등의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유연하게 쓴 한문 글씨뿐만 아니라 잔잔한 한글 글씨가 갖는 소박한 아름다움도 잘 보여주며, 특히 편지글에서는 글씨를 통해 전해지는 따뜻한 마음까지 살펴볼 수 있다

한암(1876~1951)
은 한국 불교의 가르침을 지키고 계승하여 근대 한국 불교를 일으킨 대표적인 인물로 유학자 집안에서 태어나 학문을 닦던 중 불교에 귀의했다. 그는 당대의 유학과 불교학의 권위자이기도 했다. 한암의 학식과 인품의 면모를 보여주듯 그의 글씨는 단정하고 정적인 필치로 격조 높은 선비의 글씨를 보는 듯하다. 그가 남긴 편지 글은 근대 국한문, 한글 글씨 연구에 있어서 중요한 자료이다.

한암의 수제자인 탄허
(1913-1983)
는 근현대 우리나라의 불교계를 이끈 최고의 학승이며, 20세기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선승이자 대석학이었다. 독립운동가 김홍규의 아들로 태어난 탄허는 10대 후반에 이미 상당한 수준의 학문적 경지에 달했다. 그는 해결되지 않는 도道의 근원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당시 최고의 한암과 3년간의 학문에 대한 서신 문답 끝에 22세 때 한암의 제자가 되었다. 탄허는 스승 한암의 법통을 계승했고, 이를 불교학 연구와 불교의 중흥으로 발전시켜 나갔다. 늘 대중과 가까이 했던 탄허는 필묵을 즐겨 생전에 많은 글씨를 남겼다. 대부분 그를 존경하고 따르던 이들에게 남겼던 것으로, 그가 전하는 따뜻한 마음의 표현이었다. 그의 글씨는 한암의 것과는 달리 활달하고 기세가 빠른 필치가 특징이다. 또한 마음을 다해 직접 짓고 쓴 비문의 섬세한 글씨에서는 그의 학문적 깊이가 드러난다.

이번 전시에서 두 스님의 한 획, 한 획으로 만들어진 먹의 형상 속에 묻어나는 그들의 깨달음, 맑은 정신과 기운을 느끼며, 가슴 속에 잔잔한 감동을 가져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