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속 K-뮤지엄 조선 개화기의 비밀을 간직한, 미국 피바디 에섹스 박물관
  • 피바디 에섹스 박물관 소장 우리 악기를 전시한 특별전 <120년 만의 귀환, 미국으로 간 조선 악기>

    다소 낯선 이름이지만, 특별한 박물관이 있다. 국외에 소재한 유수 박물관·미술관보다 우리에게는 덜 알려진 편이지만, 그렇다고 놓쳐서는 안 될 곳인 미국 동부 매사추세츠주에 위치한 피바디 에섹스 박물관(Peabody Essex Museum)이다. 이 박물관은 세계명작으로 꼽히는 「주홍글씨」의 저자 나다니엘 호손이 살았던 마을 세일럼(Salem)에 위치했다. 피바디 에섹스 박물관에 특별한 한국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고 하니, 뮤진과 함께 찾아가 보자.

  • 미국 박물관 역사를 열다

    미국 박물관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피바디 에섹스 박물관은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이나 보스턴 미술관보다 75년이나 앞선 1799년에 설립되었다. 박물관은 미국 건국 초창기 국제 무역에서 부를 축적한 사업가들이 뜻을 모아 설립하였으며, 매사추세츠주 세일럼 시의 중앙 에섹스 거리 좌우 28동의 옛 건축물로 이루어졌다. 피바디 에섹스 박물관은 2003년 1억 5천만 달러 이상을 투자해 전면 개조 공사를 마쳤고, 새로운 모습으로 개관하면서 미국 내 25대 박물관으로 자리 잡았다. 특별 전시를 위해 마련한 전시관은 미국 동부 지역에서 최대 규모이다.

  • 미국 내 주요 아시아 미술품 수집 박물관 / 인도 전시실 모습 ©PEM photograph by Walter Silver

    피바디 에섹스 박물관의 소장품은 대부분 구입 및 기증을 통해 이뤄진다. 전시 면적과 기부금이 미국 내 최고 20위 내 포함되는 곳으로 주요 아시아 미술품 소장 박물관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곳 소장품은 약 1,300만 점으로 해양 미술과 역사, 아시아 · 아프리카 등의 작품이 85만 점, 그리고 40만 권이 넘는 서적을 보유한다. 해양 미술 관련 소장품이 많은 이유는 해상 무역이 성행했던 도시에 자리한 탓이다. 이 때문에 초기 미국의 원시 미술 작품과 해상 무역에 관한 유물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특히 소장품 중 우리가 눈여겨 볼 것은 개화기 한국의 모습이 담긴 유물들이다. 박물관 웰드 홀 지하 수장고에서 우리네 모습을 담은 유물을 찾아 볼 수 있다고 한다. 산업화의 물결에 밀려 흔적도 없이 사라진 개화기의 모습이 어떻게 이곳에 있는 것일까.

  • 개화기 한국 모습 담긴 소장품 / 제주도 병풍, 19세기

    이러한 한국 유물들은 박물관의 2대 관장을 역임한 에드워드 모스(Edward S. Morse) 박사가 1882년 일본에 체류할 때부터 수집한 것이다. 모스 박사는 당시 한국의 개화기 지도급 인사나 한국으로 가는 서양인을 만나면 한국 민속품을 수집해 달라고 부탁했다. 김옥균, 윤치호, 윤웅렬, 묄렌도르프(Paul George von Möllendorff)가 그러한 부탁을 들어줬던 대표적인 인물들로 특히, 당시 외무아문(外務衙門)의 고문이었던 독일인 묄렌도르프가 수집한 225점의 유물은 14가지로 분류되어 잘 보존되었다. 이러한 수집이 바탕이 되어 2,500여 점의 한국 유물을 소장하고 있으며 이는 단독 컬렉션으로는 미국 최대 규모이다.

  • 유길준과 에드워드 모스의 특별한 인연 / 한국실 모습 ©PEM photograph by Walter Silver

    특히, 유길준(俞吉濬)의 유품이 소장품에 포함된 점은 눈여겨봐야 한다. 박물관 내에는 유길준의 이름을 딴 ‘유길준 전시실’이 있다. 이는 구한말 조선의 초대 외교사절단으로 방미했던 유길준과 그의 미국 생활을 도운 에드워드 모스 관장의 특별한 관계를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2003년 6월 박물관이 재개관하며 한국 미술 영구 전시실 명칭에 그의 이름을 붙였다. 두 사람의 인연으로 에드워드 모스 관장은 한국 미술과 문화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된다. 유길준은 자신의 관복, 두루마기를 비롯해 외교 사절로 올 때 휴대했던 물건을 모두 박물관에 기증했으며, 한국으로 돌아온 후 서양에 관한 한국 최초의 책「서유견문(西遊見聞)」을 저술하는 등 구한말 개화파의 선구자로 존경받게 되었다.

  • 한국에 온 피바디 에섹스 박물과의 한국 문화재 / <유길준과 개화의 꿈> 전시 관람 모습

    에드워드 모스의 한국 유물 수집은 이후로도 계속되어 1899년에는 G. 고워드 수집품을 사들이기도 했으나, 1924년 그가 죽은 후 박물관의 한국 유물 수집은 침체 되었다. 당시 수집된 유물은 100여 년 만에 한국에서 소개되기도 했다. 1994년 11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된 <유길준과 개화기의 꿈> 전시가 그것이다. 당시 전시를 두고 언론은 ‘마치 타임캡슐을 탄 것처럼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백여 년 전의 한국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는 평을 했다. 이후 2013년에 개최된 <미국으로 간 조선악기> 전시에서는 피바디 에섹스 박물관이 보관 중인 1893년 ‘시카고만국박람회’ 출품 국악기들을 선보였다. 당시 생황, 해금, 당비파, 대금, 거문고 등 9점의 국악기와 악보, 사진 등의 국보급 유물을 전시했다.

  • 민예품 중심의 한국실 / 장승, 19세기 후반 ©2007 photo by Dennis Helmar

    현재 피바디 에섹스 박물관의 한국실인 ‘유길준 전시실’은 한국의 풍부한 문화와 예술의 깊은 뿌리를 보여준다. 이곳에는 왕실 의식과 종교 제례에 사용된 복식 및 사대부 집안의 장식품이 전시되어 있다. 종교 및 궁중 의식과 관련된 활옷, 관복, 병풍에서부터 18세기 나전합(螺鈿盒), 19세기 화각분합(畵角粉盒) 등의 생활용품이 대표적이다. 한국문화정보센터도 별도로 설치되어 운영 중인데 유길준이 모스 관장에게 붓글씨로 적어 보낸 영문 서한 및 기념품, 유길준이 국비 유학을 한 가버너스 덤머 아카데미(The Governor’s Dummer Academy) 명예 고교 졸업장 등이 전시되었다.

  • 국립중앙박물관 코멘트

    대부분 국외 박물관에 소장된 한국 미술품이 도자기, 회화 중심인 데 반해, 피바디 에섹스 박물관은 폭넓은 분야의 한국 예술품을 소장하고 있는 것이 특징적이다. 박물관을 빛내는 한국 미술품, 한국 개화기의 모습을 담은 자료 및 생활상을 반영한 유물이 먼 미국 땅에서 한국 예술의 뿌리를 보여주는 훌륭한 문화 교류품이 되길 희망해 본다.

    원고 작성 및 편집 | 국립중앙박물관 디자인팀

  • 이미지 퀴즈 배경

    미국 동부에 위치한 ○○○ 에섹스 박물관은 2,500여 점의 한국 문화재를 소장하여 단독 컬렉션으로는 미국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마감날짜 2018년 9월 14일 ┃ 발표날짜 2018년 9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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