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그릇'을 통해 만드는 가치, 이윤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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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종로구 서촌의 한 골목길. 오래된 건물들 사이로 깔끔하게 칠해진 내부 흰색 벽이 눈에 띄는 곳. 건물 입구 유리문에는 ‘MONO COLLECTION’ 이란 브랜드명 아래 ‘CONTEMPORARY KOREAN DESIGN’이라고 적혀있다. 한 사람이 오를 수 있는 좁은 폭의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오르면 건물 입구에서 쉽사리 생각지 못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똑똑”하고 사무실로 들어가면 입구 쪽 반쯤 열린 창문을 따라 바람이 불어오고 그 바람결과 마주한 다양한 디자인의 패브릭이 소리 없이 나부낀다. 그 모습은 마치 봄바람이 몸을 감싸는 듯 따뜻하다. 볕이 기분 좋은 4월의 어느 날 그렇게 장응복 디자이너와 이야기를 나눴다. 넓지 않은 공간이지만 그 공간마저 빼곡하게 채운 그를 말해주는 수많은 작품. 그 속에서 만난 디자이너 장응복의 이야기를 담는다.

  • 이미지 한눈에 매료된 '흙'

    서울시 종로구 성북동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그에게 ‘한국적’이라는 것은 다분히 친숙함 그 자체였고, 일상에서 ‘우리’의 것을 접하는 일도 다반사였다. 할아버지 방에 놓인 은으로 장식된 장롱, 할머니와 어머니가 하던 바느질, 염색하던 천, 그렇게 만들어진 생활용품 하나하나가 늘 그의 시선이 닿는 곳에 있었다. 그의 기억 속 이미지들은 오늘날 ‘장응복 디자이너’를 만든 출발점이 된다. 고등학교 3학년, 우연히 그림을 그리던 친구 따라간 화실에서 새로운 인생을 펼치게 될 기회를 마주했다. 그는 화실에서 한순간에 미술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었고, 그 길로 화실에 등록 후 미술대학에 진학하게 되었다.

  • 이미지 운명처럼 만난 '그릇'과 깨달음

    “집안에 미술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당시에는 미술대학 진학이 크게 환영받지 못하던 때였어요. 할머니와 어머니가 바느질로 무엇인가 만드는 것도 많이 접했고, 손으로 하는 건 곧 잘하기도 했고요. 이과 진학을 하려다 친구 화실을 계기로 미술대학으로 진학하게 된 것이죠.” 30년 넘게 한 길을 걸어온 그의 첫 시작은 그렇게 짧고도 강한 이끌림이었다. 홍익대학교 섬유예술과로 진학했고 이후 도자기, 목공예, 섬유디자인 등을 접하며 전공을 ‘공예’로 정했다. 다양한 작업을 해오면서 위빙(Weaving)과 태피스트리(Tapestry)에 흥미를 느꼈고 당시 하나둘 쌓아온 배움과 경험은 오늘날 그의 작업 영역을 확장해가는 데 일조를 한다. “그때 도자기도 많이 했었어요. 때문에 도자기에 관심을 갖는 건 당연한 일이지요. 도자기 작업을 많이 했고, 도자기 작업을 하는 작가와 커뮤니케이션을 지속한답니다.”

  • 이미지 홀로 외로운 길에서 만난 이들과 함께 '이도'

    많은 사람은 그를 가리켜 ‘국내 패브릭 디자인의 중심’이라고 말하곤 한다. ‘디자인’이 무엇인지 인지조차 못 했던 1980년대. 한국에서 열린 서울올림픽대회로 ‘디자인’이라는 단어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기 시작하기 전 부터 그는 텍스타일을 시작했다. 1986년 ‘모노’라는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었고 30년 동안 이끌어오고 있다. “내 것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제 브랜드를 런칭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어요. 결국, 현실화했고 지금까지 이끌어 왔지요.”라는 이야기 끝에 말을 살짝 줄였다. 잠시 작업실은 창문 너머로 들려오는 자동차 소리만이 채울 뿐이었다. 적막을 깬 그는 어느 뮤지션의 표현을 빌렸다. “악기를 배우는 아이는 처음에 놀이로 시작하지만, 그다음에는 교육을 받고, 그리고 소질과 재능 여부를 고민하게 되지요. 그 시기가 지나면 절대적인 ‘신’과 만나는 시기가 온답니다. 그 재미가 무엇인지 알게 되면 훈련을 하기 시작하죠.”

  • 이미지 '한국의 그릇' 빛을 보다

    ‘모노’로 시작한 브랜드명은 ‘㈜복아일랜드’라는 법인 설립 후 유일하다는 뜻의 ‘모노 콜렉션’으로 변경했다. “대부분 텍스타일을 하게 되면 패션으로 빠지기 마련이죠. 특히나 인테리어 개념이 전무후무했던 시절, 커튼이라는 것이 없었던 때는 더했지요. 하지만 저는 옷 보다 라이프 스타일에 더 관심이 갔어요. 어린 시절 할머니, 어머니로부터 접했던 감성들이 저를 움직인 것 같아요.” 라이프 스타일과 관련된 텍스타일을 해오면서 진심으로 그 안에 ‘행복’을 담고 싶어 하는 그의 이야기는 진정성 있게 다가왔다. 단순히 공간 인테리어와 어울리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구성하는 사람들 이야기, 향기, 삶의 즐거움이 담기는 것 말이다. 고급 아파트, 인테리어 잡지 등 실제 생활공간과 밀접한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단순히 보여 주기식이 아닌 사람들이 정말 행복한 라이프 스타일을 영위할 수 있기를 원하는 마음을 담아낸다.

  • 이미지 이윤신의 '그냥 그릇'

    풍경, 민화, 문인화, 규방 용품 등 한국적인 주제와 소재를 다루는 이유가 궁금했다. 단순히 어린 시절 기억과 호감도에서 멈추진 않을 것이라 여겼다. “회사를 설립했을 때는 패브릭 디자인 시장도 이슈도 전혀 없던 시절이었어요. 이후 베트남 쪽 호텔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2000년에는 프랑크푸르트 헤임텍스틸(Heimtextil) 전시회에 ‘내 것’을 가지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막상 나가보니 정체성이 없다는 문제에 부딪히게 되더라고요. 바이어들이 ‘왜?’라고 묻는 말에 나만의 브랜딩에 대해 설명할 길이 없더군요. 해외 전시회를 그만 두고 내 색깔 찾기에 나섰어요.” 차별을 둘 수 있는 건 ‘한국 사람’이라는 점이었다. 그렇게 한국적인 정서와 미를 담고자 노력했다.

  • 이미지 인생의 스승, '그릇'

    단순히 흉내를 내거나 따라 그리는 건 시작조차 하지 않았다.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쏟는 시간도 작업을 하는 일련의 과정이었다. 자료를 찾고, 책을 구하고, 찾아다니며 눈으로 확인하고, 묻고 배우면서 몇 달~몇 년에 거쳐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만들었다. 겸재 정선의 「금강산도」, 화조도, 청자, 백자, 분청의 도자기, 조각보 등을 모티브로 한 전통과 우리 정서가 담긴 아름다움을 담아냈다. 작품 속에서 우리 문화의 소박하고 단아한 아름다움이 현대적으로 재해석 되었다.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유지 하지 못하는 디자인은 아쉬워요. 옛것을 현대화하기 위해 전통적 가치를 보존해야죠. 지속가능한 가치 그게 필요해요.” 길게 늘어뜨린 패브릭을 비롯해 소품, 장 등 한국적 정취를 물씬 풍기는 작업실의 오브제를 보면서 영감의 원천은 어디일까 궁금했다. “사소한 일상에서 누리는 자연의 에너지를 통해 영감을 많이 얻어요.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창덕궁이죠. 조선 정원이 가장 잘 보존되어 있어요.”

  • 이미지 인생의 스승, '그릇'

    아이의 성장처럼 디자이너 ‘장응복’도 사업가 ‘장응복’도 그렇게 걸으며 자신의 가치를 만들어 왔다.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질문하며 답을 찾아가는 그가 최근에는 프로젝트가 아닌 전시를 통해 자신만의 언어를 말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작업만을 먼저 생각하는 ‘작가’가 아닌 자신의 작품을 대하는 태도는 ‘작가’적인 마인드이되, ‘대중’을 먼저 생각하는 디자이너로 그렇게 미술관과 갤러리에서 접하는 횟수를 늘려가고 있다. 2013년 남서울생활미술관에서 열린 <도원몽(桃源夢)> 전시가 대표적이다. 텍스타일 디자인, 가구, 영상, 조명 등 다양한 요소가 모여 ‘도원몽’이라는 부티크 호텔로 꾸몄다. 그가 평생을 만들어 낸 전통적인 모티프와 재료들이 크고 작은 방을 채우며 11개의 풍경에 자신의 미학을 담았다.

  • 이미지 배경

    인테리어 디자이너, 스타일리스트 사이에서 ‘모노천’이라는 고유명사가 통용될 만큼 국내외에서 독창성과 작품성을 공인받은 텍스타일 디자이너, 2000년부터 세계적 규모의 섬유 박람회, 프랑크푸르트 헤임텍스틸 전시회에 한국인 최초로 초청받은 패브릭 디자이너 등 그에게 다양한 수식어가 붙는다. 한 시간가량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텍스타일은 곧 그의 삶이란 생각이 들었다. 20대부터 지금까지 쭉 고민하고 생각하며 답을 찾기 위해 애쓰는 그의 하루하루가 텍스타일과 함께 기록되는 듯하다. 시대와 세대를 뛰어넘고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장응복의 디자인 속에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올여름 30년간의 텍스타일 인생 이야기를 담은 책 <무늬> 출간과 이에 맞춘 전시도 계획 중이다. 텍스타일에 우리 전통과 정신 그리고 가치를 담아내는 그녀의 시선에 함께 머물러 봐도 좋을 듯하다.

    원고 작성 및 편집 | 국립중앙박물관 디자인팀

  • 이미지 퀴즈 배경

    텍스타일 디자이너 ○○○은 한국인 최초로

    프랑크푸르트 헤임텍스틸 전시회에 초대되는 등

    한국 전통의 가치를 담은 텍스타일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마감날짜 2017년 7월 14일 ┃ 발표날짜 2017년 7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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