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실밖의 학교, 박물관 활용법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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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야흐로 축제와 나들이의 계절 봄이다. 봄꽃의 화려함을 선명하게 즐길 수 있는 낮 시간도 좋지만 따뜻해진 날씨로 야간 산책 또한 부담이 덜하다. 더욱이 야간에 하는 문화체험은 밤이라는 물리적 환경이 주는 정서적 안정감이 차분한 문화적 성찰을 가능케 하는데 이로 인해 낮보다 한적하고 여유롭게 공연과 전시를 감상할 수 있고 바쁜 일상으로 지쳤던 마음을 위로해주기도 한다. 심야 소비인구의 증가는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한데 이는 인터넷의 발전으로 시공간의 경계가 흐려지고 노동시간과 여가시간이 유연해짐에 따라 야간활동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신조어 ‘호모 나이트쿠스(homonightcus)’는 이러한 사회적 변화를 대변해주는데, 최근에는 밤 시간을 일상생활의 연장으로서 소비적인 것이 아닌 생산적인 것으로 채우려는 흐름이다. 이러한 흐름은 최근 각종 문화기관들의 야간운영이나 행사 개최에서도 읽을 수 있다. 이번호 뮤진에서는 박물관, 미술관 등에서 운영 중인 다양한 야간프로그램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 이미지 체험학습의 산실, 박물관

    2006년부터 야간개장 운영을 시작한 국립중앙박물관은 양질의 프로그램으로 관람객의 참여도와 만족도를 높이고자 노력해 왔다. 10년 넘게 매주 수요일에 진행되고 있는 ‘큐레이터와의 대화’는 학예연구사에게 전시와 유물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듣고 궁금한 점을 질문할 수 있는 박물관 참여형 프로그램의 대표주자라 하여도 손색이 없다. 또한 상설전시와 연계한 체험 프로그램도 미리 예약하여 참여할 수 있는데 현재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에 목칠공예실 전시와 연계한 ‘나전 공예 체험’이 진행 중이다. 특별전시와 연계된 프로그램은 수요일 밤을 좀 더 설레게 해준다. 올해 5월~8월까지는 특별전 <아라비아의 길-사우디아라비아의 역사와 문화> 와 연계된 프로그램을 통해 수요일 밤 테마가 있는 박물관으로의 여행을 인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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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에 위치한 소속 국립박물관들도 야간개장에 맞춰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소속박물관은 대부분 ‘문화가 있는 날’인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과 매주 토요일 밤 9시까지 야간개장을 한다. 박물관마다 프로그램명은 다르지만 학예연구사의 전문적인 설명과 함께 전시를 관람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문화 공연을 기획한다. 특히, 각 박물관은 매주 토요일 야간개장 시 관람객이 참여할 수 있는 각양각색의 프로그램을 마련해 문화로 다채롭고 풍성한 휴일을 누릴 수 있게 하니 주간 관람이 어려운 가족 관람객은 야간 개장을 눈여겨봐도 좋을 것이다. 전시 관람 및 교육은 물론 영화 상영, 뮤지컬, 클래식, 마술쇼 등 세대를 어우르는 공연으로 관람객의 참여 의욕을 높인다.

  • 이미지 박물관 체험학습 똑똑하게 즐기기

    야간개장이 박물관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내·외국인에게 운치 있는 고궁의 밤경치를 통해 아름다운 우리 문화유산을 널리 알리고자 하는 ‘고궁 야간 특별관람’은 4월~9월까지 진행되며 매월 2주간(셋째 주와 넷째 주) 오후 7시~10시까지 정기적으로 진행된다. 고즈넉한 고궁의 밤을 만끽할 수 있는 시간은 아쉽게도 다소 제한적이며, 예약해야하는 수고로움도 따른다. 1일 최대 관람 인원 정해져 있어 경복궁‧창경궁은 사전 인터넷 예매가 필수이다. 이 두 곳의 예약을 놓쳤다면 상시 야간 관람이 가능한 덕수궁으로 발길을 돌려보자.

  • 이미지 전문가가 이야기하는 좋은 박물관 관람방법

    일본의 모리미술관은 ‘밤 미술관’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밤 10시까지 문을 여는 데 가장 붐비는 시간은 저녁 7시. 퇴근 후 미술관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는 직장인들이 대부분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파리 루브르박물관에서는 매주 수·금요일 저녁 길게 늘어선 입장 대기 줄을 피할 수 있다. 밤 9시 45분까지 야간개장을 하는 것. 야간개장 시에도 가이드 투어가 제공되며, 관광객들로 번잡한 낮 시간대와 달리 한적하고 여유롭게 관람을 즐길 수 있다. 한편 미국 뉴욕에 위치한 브루클린박물관의 야간개장 행사인 ‘Target First Saturdays’는 지역 명물행사로 자리 잡았으며,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은 매주 금요일 밤 9시까지 문을 열고 칵테일파티, 드로잉 교실, 콘서트 등을 운영하여 관람객을 모으는 등 뉴욕의 새로운 ‘밤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 이미지 교육프로그램들로 체험해보는 한국역사와 문화

    국내에서도 문화와 함께 밤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증가하고 있다. 서울의 대표적인 도심 강남구 한복판에 위치한 K현대미술관은 국내 유일의 야간 미술관을 표방하며 밤 10시까지 운영하는 파격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 이곳 김연진 관장은 “미술관의 경쟁자는 영화관”이라고 말하며 대중에게 보다 다가가기 위해 일부러 야간운영을 택했다고 한다. 직장인들로 북적이는 광화문에 자리한 서울시립미술관 역시 매월 둘째·마지막 주 수요일에 전시 관련 문화행사 등이 열리는 ‘뮤지엄나이트’를 운영한다. 한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과 덕수궁관은 야간개장 덕분에 외국인 방문객 수가 2015년 3.15%에서 1년 새 8.16%까지 증가했다. 젊은이들의 핫 플레이스 중 하나로 자리 잡은 대림미술관도 매주 금·토요일 밤 10시까지 연장 운영하거나 공연, 토크쇼 등의 이벤트를 마련하여 문화생활과 함께하여 색다른 밤을 선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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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선 사례에서 살펴보듯 국내·외 유수의 박물관·미술관 등의 야간개장은 이제 낯설거나 특별한 일이 아니다. 각국의 박물관·미술관은 내국인들에게는 문화 속에서 삶의 여유를 찾고 박물관·미술관과 더 가까워지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으며 전시와 연계한 다양한 교육 및 공연 프로그램을 통해 문화를 좀 더 쉽게 접하고 이해하며 한층 더 편안하고 자유롭게 박물관·미술관을 즐길 수 있도록 한다. 특히, 외국인에게는 국내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고 참여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문화를 체험할 기회를 확대하여 한국을 좀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한다. 하루를 마감하는 저녁, 복잡한 곳을 떠나 조용히 사색을 취하며 문화와 함께 거닐고 싶다면 박물관·미술관으로 밤 소풍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문화로 풍성해진 우리의 마음이 밤을 더욱 환하게 밝혀줄지도 모른다.

    원고 작성 및 편집 | 국립중앙박물관 디자인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