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ZINE

62호


지금 박물관에서는

17세기 유럽의 거장들을 만나다
기간 : 2015.12.12~2016.04.10
장소 :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전시작품 : 루벤스, 반다이크, 브뤼헐 등의 회화를 포함한, 리히텐슈타인 궁정의 소장품 중 조각, 공예, 가구, 태피스트리 등 약 120여점

 

현재 성황리에 개최중인 기획특별전 <리히텐슈타인 박물관 명품전-루벤스와 세기의 거장들>은 국립중앙박물관의 2015년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하며 새해를 맞이하였다. 올해 봄까지 계속되는 본 전시에서는 동화 <플란다스의 개>를 통해서도 우리에게 잘 알려진 거장 루벤스의 걸작들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놓치기 힘든 기회일 것이다.

리히텐슈타인공국은 현재 오스트리아와 스위스 사이에 자리 잡은 인구 3만 여명 정도의 작은 나라로, 통치세력인 리히텐슈타인 왕가는 오스트리아의 가장 오래된 귀족 가문이자, 합스부르크 왕가의 핵심세력이었다. 예술품 수집과 작가 후원을 주요 가업으로 여겼던 리히텐슈타인 궁정은 르네상스에서부터 바로크, 근대 비더마이어 시대까지 각 시대의 수많은 명작들로 유럽 왕가에서도 손꼽는 수준 높은 컬렉션을 이루고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리히텐슈타인박물관의 소장품은 국내에서 처음 소개된다. 특히 그 중에서도 루벤스 컬렉션이 유명한데 본 전시 역시 ‘전 유럽의 화가’로 불리던 피터 파울 루벤스(Peter Paul Rubens)에 대한 다각적 조망을 주요 테마로 다루고 있다. 또한 루벤스 외 반다이크, 브뤼헐 등 국내에도 잘 알려진 플랑드르 대가들의 회화작품들 뿐 아니라 궁정컬렉션의 호화로운 기품을 엿볼 수 있는 화려하고 섬세한 공예품, 가구, 조각 등 관람객들의 눈을 호사시켜 줄 총 120여점의 미술품들이 전시에서 선보여지고 있다.

1.캐비닛 2.제노바 귀족의 초상 3.클라라 세레나 루벤스의 초상 4.아키 에리크토니오스의 발견 5.베들레헴의 인구조사 텍스트

  • 캐비닛
  • 제노바 귀족의 초상
  • 클라라 세레나 루벤스의 초상
  • 아기 에리크토니오스의 발견
  • 베들레헴의 인구조사

우리에겐 찾선 유럽의 작은 나라 텍스트

리히텐슈타인컬렉션의 스타, 루벤스 텍스트

리히텐슈타인 궁정과 컬렉션’을 주제로 하는 1부에서는 15세기 대항해시대 이후 각 대륙에서 유입된 이국적인 도자기, 희귀 동식물의 화석 등을 수집해 진열해 둔 공간이자 초기 박물관의 효시이기도 한 ‘쿤스트캄머(예술품이 있는 방)’를 재현해 놓은 또 다른 전시공간이 눈에 띈다. 이곳에서는 청화백자에 금도금 장식을 한 항아리나 식기세트, 정교한 조각의 상아로 된 잔과 같은 화려한 공예품이나 사무용 책상, 캐비닛 등의 가구들과 회화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1부에 전시된 회화작품 ‘수집가의 갤러리’는 당시 귀족들의 미술품 수집 취향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동물과 식물의 이미지를 인물화에 기막히게 조합하여 후대에 더욱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주세페 아르침볼도의 회화도 1점 전시되어 눈길을 끈다.

전시실 내부 텍스트

  • 전시실 내부1
  • 전시실 내부2
2부 ‘루벤스와 플랑드르의 거장들’에서는 플랑드르의 대표적인 작가들인 루벤스와 반다이크, 요르단스의 각기 개성이 넘치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루벤스의 회화는 마치 연극을 보는 듯 극적이고 역동적인 구성에 다양한 색조와 미묘한 농담을 통한 풍부한 색채감으로 생동감 있게 표현된 인물들이 특징적이다.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화가’로도 불렸던 루벤스는 유럽의 각 궁정과 교회들로부터 주문이 쇄도하자 실력 있는 조수들과 전문 화가들을 고용하여 분업화된 작업장의 형태를 응용한 화실을 운영하며 작품들을 제작하였는데 반다이크, 요르단스도 루벤스의 제자이자 조수였다. 2부에서는 루벤스의 작품들 외에도 초상화의 거장으로 불리는 반다이크의 작품들과 생생한 표정의 인물들로 이루어진 요르단스의 풍속화 또한 그림감상에 묘미를 더해준다. 2부 초입에 전시된 루벤스가 자신의 딸을 그린 ‘클라라 세레나 루벤스의 초상화’는 아버지로서의 딸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는 따뜻한 느낌을 관람객에게 전해준다.

전시실 내부 텍스트

  • 전시실 내부1
  • 전시실 내부2
  • 전시실 내부3

루벤스가 남긴 미술사적 영향 텍스트

3부에서는 해양 무역으로 부를 획득한 중산 시민층의 등장으로 유럽 최초로 전문화된 미술시장이 생겨났던 17세기 네덜란드 화가들의 다양한 양식의 그림들을 감상할 수 있는데, 사냥정물화, 삶의 유한함과 허무함을 상징하는 바니타스 정물화, 풍속화, 풍경화 등 실내장식용 회화들이 발달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플랑드르의 대표적 예술가문인 브뤼헐 가문의 독특한 양식의 풍경화와 풍속화들이나 당시 예술가들이 동경해 마지않았던 이탈리아의 동시대 화가인 귀도 레니의 종교화들 역시 3부에서 선보인다. 특히 당시 미술품 수집가들 사이에서 상당한 인기를 누렸던 브뤼헐 가문의 피터 브뤼헐 2세가 그린 ‘베들레헴의 인구조사’ 같은 작품은 성서 속 이야기를 동화적으로 재해석한 것으로 흥미를 끈다.

전시실 내부 텍스트

  • 전시실 내부1
  • 전시실 내부2
마지막 4부 ‘루벤스의 위대한 유산’에서는 동시대 뿐 아니라 18세기 프랑스의 와토와 부셰의 로코코 양식에서 19세기 프랑스 낭만주의까지 후대의 미술사적 흐름에 큰 영향을 끼친 ‘거장 루벤스’와 ‘인간 루벤스’를 조망하고 그가 남긴 예술적 유산을 돌아본다. 루벤스는 풍부한 색채와 마술적인 필치의 구사로 웅장하고 신성한 분위기의 수많은 명작들을 제작해낸 화가인 동시에 외교관이자 학자로서 활동하는 등 다방면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인 17세기 유럽의 ‘슈퍼맨’이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동화 <플란다스의 개>의 주인공 네로가 그토록 갈망하던 전설적인 화가의 예술적 천재성과 인간적인 면모를 실재 원작을 통해 마주할 수 있는 귀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글:국립중앙박물관 디자인팀 뮤진 편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