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ZINE

59호


지금 박물관에서는

 

곧 여름 휴가철이다. 그 간의 피로를 씻어내려 많은 이들이 설렘을 안고 바다로 산으로 떠날 것이다. 여행은 삶의 전환인 동시에 쉼표이며, 자신을 한발자국 떨어져서 볼 수 있는 기회이고 새로운 체험이다. 여행은 예나 지금이나 일상 속에 의미 있는 흔적을 남겨준다. 옛 선인들 역시 여행을 통해 새로운 발견을 하고 후대에 길이 남을 작품들을 만들어냈다. 정선은 금강산을 여행하며 <풍악도첩>을 남겼고, 김정호는 전국을 돌며 대동여지도를 제작해내었다.

어린 시절 가족과의 여행은 다시없을 소중한 추억과 경험을 만들어내고 이는 마음과 생각을 자라게 할 훌륭한 자양분이 된다. 하여 이번 호에서는 가족과 함께 어린이박물관으로 여행 온 이들에게 멋진 추억이 될 특별전 < 선비, 금강산을 가다>를 소개한다. 조선시대 사람들의 여행 모습을 담고자 한 이번 전시는 작은 규모이지만 여행 준비에서부터 여정과 여행지에서의 활동, 그리고 여행이 끝난 후에 하는 일까지 여행의 시작부터 끝까지의 과정을 어린이들의 눈높이에서 전달하고 있다. 특히 당시 선비들이 가장 가고 싶어 했다던 ‘금강산으로의 여행’을 주제로 전시를 구성하고 있다.

현대인들이 트렁크에 옷, 세면도구를 넣는 것처럼 선비들도 괴나리봇짐에 짚신, 곰방대, 나침반 등을 싸서 여정을 나섰다. 전시의 도입부인 여행의 준비과정을 다룬 코너 ‘괴나리봇짐 이고 지고’에서는 짐 싸기 게임을 통해 오늘날과 과거의 여행 짐을 비교해 볼 수 있다. 짐을 싼 후 다음에는 선비들이 문경새재를 넘을 때 길이 험해 무서워했다던 옛 길 ‘토끼비리’를 모티브로 한 전시물이 등장한다. 가운데에는 함정처럼 표현한 그물 구멍 아래에 볼풀들을 넣었고 가파른 지형을 표현한 듯 미끄럼틀이 이어져 어린이들에게는 ‘즐거운’ 여행 길 체험을 선사한다. 험한 길(?)을 지났으면 ‘달님주막’에 들려 쉬며 영상 속에서 들려주는 옛날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감상하는 시간도 가져본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평생에 한번은 가고 싶어 했던 곳인 금강산. 이번 전시에서는 정선과 정수영 등 조선시대 화가들이 남긴 금강산 그림을 이용한 인터랙티브 영상을 통해 어린이들이 생생하게 체험해 볼 수 있다. 특히 전시실 중심부에 ‘겸재놀이터’는 겸재 정선의 ‘총석정도’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전시조형물로 마치 총석정에 올라가는듯한 체험을 제공하여 활동적인 어린이들에게 즐거운 놀이공간이 된다. 전시 말미에는 선조들이 남긴 여행기, 옛 그림 속 금강산과 현재의 모습을 비교해 볼 수 있는 영상 등도 살펴보며, 전시 속에서 금강산 여행을 갔다 온 체험을 적어보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올여름 어린이박물관에서 아이들에게 옛날 여행을 전시를 통해 체험케 해주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