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ZINE

58호


국립중앙박물관은 배울 것과 즐길 수 있는 체험들이 많은 곳입니다. 우리 역사를 만나는 것뿐만 아니라 산책하는 기분으로 박물관 한 바퀴를 걷다 보면 곳곳에 숨은 봄꽃이 도심 속에서도 충분히 봄의 향연을 즐길 수 있게 해줍니다. 그곳에서 친구 혹은 연인과 함께한다면 바쁜 일상 속에서 잊었던 감수성이 목련 꽃 피듯 터질 것이고 아이와 함께한다면 감수성을 키우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이번 호 박물관 탐방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 내 봄꽃에 대해 소개합니다

 

 

대중교통인 지하철을 이용해 박물관에 도착한다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멋있는 전경입니다. 서문에서 정문 방향으로 걷다 보면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장소가 한곳 있습니다. 바로 ‘나들못’입니다. 정문다리 옆으로 좁은 샛길 사이에 길을 따라 들어가면 나들못과 함께 봄의 빛깔인 연분홍빛 진달래가 제 색을 완연히 자랑하듯이 환히 밝히고 있습니다. 그 주위에 있는 의자에는 노부부가 봄 햇살을 받고 있는 모습이 꽃의 향기처럼 잔상으로 남습니다. 이곳뿐 아니라 진달래꽃은 박물관 곳곳에 만발해 있어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거울못을 지나 ‘석조물 정원’으로 걷다 보면 여러 석탑과 다양한 나무들과 여러 꽃들이 정원을 향기롭게 하고 있습니다. 그중 유독 코 끝을 유혹하는 꽃은 여름에 피는 라일락 꽃입니다.아직 제 계절이 아니지만 벌써부터 향기가 코끝을 향기롭게 맴돕니다. 햇빛에 꽃잎이 반짝이는 풍경은 마치 봄에 내리는 흰 눈 같은 느낌을 들게 합니다. 아직 만개하지 않은 꽃망울까지 터트린다면 얼마나 멋진 장관을 이룰지 미뤄 짐작게 합니다. 분홍빛의 철쭉도 제 모습을 하나씩 갖추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흔히 착각할 수 있는 꽃인 철쭉과 진달래꽃은 꽃 색깔이 비슷해 착각하기 쉬운 꽃입니다. 이 두 가지 꽃을 구분하는 방법은 바로 꽃받침의 여부인데, 철쭉에는 꽃받침이 있고 진달래는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한 번쯤 박물관으로 직접 오셔서 비교해보세요.

꽃을 따라서 발걸음을 박물관 동관 쪽으로 향하다 보면 복사나무 한 그루가 우리를 반겨줍니다. 그 반가움은 산책하는 관람객에게까지 전해지는 듯 합니다. 모두 복사꽃 향에 취해 봄 추억 담기에 여념 없습니다. 복사꽃 뒤편에는 봄에 피는 황금빛 배꽃을 볼 수 있습니다. 한 그루뿐인 배꽃 나무이지만 황금빛 배꽃은 그 빛깔로 우리 마음을 가득 채워줍니다.
박물관 동관과 용산가족공원 사잇길로 가다 보면 조팝나무꽃이 한 아름 펼쳐져 있습니다. 조팝나무꽃은 하얀 꽃이 피었을 때 모습이 마치 조를 튀겨 뿌려놓은 것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조그만 꽃이 줄기 가득 달려 핀 모습은 아름답기도 하지만 순백의 색 때문에 때 묻은 마음까지도 환하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어느새 동관 앞을 거닐다 보면 어느새 ‘거울못’에 다다르게 됩니다. ‘거울못’에 비친 봄꽃의 향연이 또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이곳에 핀 금낭화꽃을 비롯해 들꽃을 보며 유유자적 걸으면 처음 출발한 박물관 입구에 도착하게 됩니다.
박물관까지 올라오는 계단은 흰색, 노랑, 주황 등등 수려한 양귀비꽃이 관람객을 마중합니다. 양귀비꽃 행렬을 뒤로하고 교육관을 지나 ‘후원못’과 ‘전통염료식물원’을 향해 걸으면 박물관의 또 다른 분위기와 마주하게 됩니다. 붉은 홍매와 하얀 산옥매, 개나리, 목련꽃 등이 가득 피어 봄의 화려함을 선물해주고 있고 생강나무꽃의 은은한 향기도 우리를 기분 좋게 합니다.

 

사무동 쪽으로 향하는 곳은 싱그러운 녹색 잎과 하얀 몸매를 드러내는 자작나무가 반겨줍니다. 하늘을 향해 쭉 뻗은 자작나무 길 사이로 들어서면 온몸을 휘감는 나무 향이 상쾌하여 일상에 지친 몸을 달래주고 머리를 맑게 해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오솔길처럼 운치 있어 마음마저 편안해집니다.
이렇게 봄꽃 가득한 국립중앙박물관을 걷고 있으면 꽃내음, 흙내음이 땅의 기운은 물론 생명의 기운까지 느끼게 됩니다. 그냥 ‘예쁘다’하고 지나쳤던 봄꽃을 자세히 보면 우리 몸도 마음도 더 여유 있어질 것입니다. 봄바람 꽃바람 가득한 박물관으로 봄의 향기 찾아 산책 떠나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