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ZINE

50호


지금 박물관에서는 II

2014년. 국립중앙박물관에는 <나전경함螺鈿經函>이라는 국보급 문화재가 들어왔다. 매년 진행되는 유물 구입, 기증 절차를 통해 수십 점에서 수백 점까지 소장품이 확충되는데, 그 가운데 단연 주목할 만한 문화재다. 이를 기념하여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신 소장품 특별 공개- 새롭게 선보이는 우리 문화재” 테마전(14.10.14~11.30)을 개최하고 있다. 국외 주요 문화재의 환수와 전시 유물의 다양화를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은 매년 우리 문화와 역사가 담겨 있는 주요 문화재들을 수집하고 있으며, 이번 전시는 꾸준하게 문화재를 수집해 온 노력 과 결실을 신속하게 국민과 함께 공유하고자 하는 자리다. 이 전시에서는 최근에 박물관에 들여 온 문화재 가운데 엄선하여 선보이는 불상佛像, 회화繪畫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 12점을 만나 볼 수 있다.

이번에 공개하는 전시품은 2010년부터 최근까지 수집한 불상佛像, 불화佛畵, 초상화肖像畵, 도자기陶瓷器 등 다양한 장르를 망라하는 12점의 주요 문화재로 구성되어 있다. <나전경함>은 불교경전을 담는 나전 장식 경함이다. 나전 대신 우리나라에서는 자개라는 말로 널리 알려졌는데, 조개껍데기를 얇게 만들어 나무 바탕에 박아 새기고 옻나무 액을 발라 장식하는 공예품이 나전칠기다. 고려 나전칠기는 청자靑磁, 불화佛畵와 함께 고려 미술을 대표하는 공예품이지만, 온전한 형태로 남아 있는 유물은 전 세계에 10여 점 정도이고 국내에는 국립 중앙박물관의 나전대모불자螺鈿玳瑁拂子 1점 밖에 없다. 이 가운데 나전경함은 8점으로 일본, 미국, 유럽의 박물관과 개인이 갖고 있고 국내에는 한 점도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나전경함이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된 것은 뜻 깊은 성과라고 할 수 있으며, 여러 차례 일본 소장가를 방문하여 구입을 성사시키고 박물관에 기증한 국립중앙박물관회의 역할이 컸다.

경함의 뚜껑 윗부분은 각 모서리를 모죽임한 장방형의 상자 형태로, 모란당초문牧丹唐草文을 주무늬로 하여 마엽문麻葉文[대마 잎사귀 문양]이, 하단부에는 연주문連珠文[구슬띠 문양]과 귀갑문龜甲文[거북 등껍질 문양] 등 다양한 무늬가 함께 구사되고 있으며, 총 2만 5천여 개의 자개가 사용되었다고 조사되었다.

한편, 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명품은 통일신라후기 제작된 것으로 보이는 금동불입상이다. 방형의 얼굴, 배를 살짝 내밀고 서 있는 자세, 옷을 입은 모습을 형상화한 기법 등 통일신라 전형적인 불상의 형식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이 불상은 광배와 대좌에 보석이 박혀 있다는 점에서 매우 보기 드문 작품이다. 통일신라 불상 가운데 광배와 대좌가 불상과 함께 한 세트로 보존되어 전하는 예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이 불상은 통일신라 불상과 광배, 대좌 양식을 살펴보는 데에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된다. 우선 불상을 보면, 장방형의 얼굴과 평면화된 이목구비, 살짝 배를 내밀고 서 있는 자세, 얼굴이 큰 신체 비례 등에서 통일신라 후기 불상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인다. 전체적으로 청록색의 녹이 뒤덮고 있지만 광배나 불상의 얼굴과 몸 등에 부분적으로 녹이 제거되어 조각기법과 도금 상태를 볼 수 있다. 광배의 두광(頭光) 부분에 꽃 모양을 따라 삼각정으로 쪼아 음각선을 만든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이러한 음각 기법은 불상 하의의 옷주름 선에도 동일하게 사용되었다. 내의內衣를 갖춰 입고 법의法衣를 양 어깨에 걸친 옷차림새를 하고 있는데, 상반신은 입체감을 살려 옷주름 이 겹치는 느낌을 냈고 하반신은 흘러내리는 옷주름을 음각선으로 표현하였다는 특징이 있다.

또한 임진왜란 때 일본을 정벌한 내용을 담은 <정왜기공도병征倭紀功圖屛>과 정조연간 최고의 초상화가, 이명기李命基가 그린 <김치인金致仁 초상肖像>, 그리고 당대 최고의 감식안과 예술적 재능을 지닌 강세황姜世晃(1713~1791)의 그림, <분청사기 粉靑沙器 조화어문彫花魚文 편병扁甁> 등은 조선 문화의 깊이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새로운 소장품이 된 문화재들을 소개하는 이번 전시를 통해 박물관 유물 수집의 노력과 결실을 국민과 함께 공유하고자 하며, 관람객들에게 우리 문화의 멋과 향기를 느껴보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