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ZINE

50호


뮤진 칼럼

지난 9월 30일부터 진행 중인 “조선청화靑畫, 푸른빛에 물들다” 기획전에 출품된 유물들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이 주를 이루지만 국내·외 기관이나 개인에게서 대여해 온 작품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 전시의 주제가 무엇인지 또 전시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에 따라 소장품만으로 구성이 가능하기도 하지만, 대다수의 특별전시에는 외부에서 유물을 대여해오는 것이 보통이다. 그만큼 전시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보다 충실히 풍부하게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청화”전의 경우도 조선시대 청화백자와 현대까지의 흐름을 한 눈에 보이고자, 외부에서 100점 가량의 작품을 대여해왔다. 전체 출품작의 5분의 1에 해당하는 수량이다. 국내 기관이나 개인이 20곳 이상 되고, 일본 도쿄와 오사카 두 도시 세 기관에서 18점의 유물을 빌려서 전시했다

국내·외 기관이나 개인이 소장한 유물을 전시실에 가져다놓기까지, 그 과정은 간단하지 않다. 가장 첫 단계는, 출품을 원하는 상대 기관 혹은 개인에게 전시 개최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대상이 되는 유물이 이번 전시에서 어떤 위치에 놓이며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인지 피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외국 기관에 직접 가서 대상 유물을 직접 살피고 의사를 전달하기도 한다. 이 과정은 순조롭게 진행되기도 하지만, 여러 차례 설득을 거쳐서 어렵게 성사되기도 하고, 혹은 결국 원하는 유물을 대여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상대 기관 혹은 개인이 유물을 대여해주는데 동의하면, 출품을 요청하고 허가하는 공문서의 왕래를 통해 약속을 확정짓는다. 국내 기관이나 개인은 대부분 공문을 통하지만, 국가 간에 유물이 오갈 때는 유물 대여에 관한 협약서를 체결하게 된다. 협약서 안에는 유물 대여 기간과 조건 등이 명시되며, 유물을 가지고 이동하는 호송관에 대한 사항도 이 안에 포함된다. 호송관은 유물을 소장한 기관의 직원으로 유물이 소장기관을 출발하여 국립중앙박물관 전시실에 전시될 때까지 유물을 안전하게 호송하는 임무를 맡는다. 대부분 큐레이터나 보존과학자가 호송관의 책임을 맡게 된다.

공문이 오가거나 협약서가 체결되고 나서 실제 유물이 도착할 때까지는 최소한 몇 달 정도의 시간이 존재한다. 그만큼 유물 대여 협의는 전시 기간보다 훨씬 이른 시점에 이루어진다. 그 시간동안 본격적인 전시 준비와 더불어 유물을 대여해오기 위한 세부 사항을 진행하게 되는데, 가장 큰 것이 유물의 이동을 위한 보험 가입과 운송 관련 준비이다. 유물 보험의 가입은 유물의 소장기관에서 제시한 보험평가액에 근거하며, 유물이 상대 기관에서 포장되는 시점부터 운송 및 전시기간을 거쳐 다시 소장기관으로 돌아가는 날까지 거의 모든 위험에 대한 보장을 포함한다. 보험증서는 유물이 소장기관을 출발하기 전 일정한 시점에 해당기관에게 전달되어야 한다. 유물의 운송 역시 유물전문 포장·운송 인력에 의해 진행되어야 하는데, 국가 간 유물 대여의 경우에는 항공 운송을 통해야하므로 그 절차가 보다 까다롭고 비용도 많이 들 수 밖에 없다.

실제 유물의 이동은 보통 전시 개막 1주나 2주 전에 시작된다. 국내의 경우 국립중앙박물관의 큐레이터가 상대 기관이나 개인을 방문하여 유물을 인계받는 형식이다. 유물의 인수인계 시에는 유물의 상태에 대한 면밀한 점검이 이루어진다. 이후 다시 유물을 반환할 때도 동일한 점검을 진행하는데, 유물의 운송과 전시로 인해 유물의 상태에 변화가 생기지 않았는지 살피는데 목적이 있다. 이 부분은 유물 대여에 있어 가장 기본이 되면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유물의 상태에 절대 변화가 없도록 운송과 전시 전 과정에 최고의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유물은 움직이지 않도록 포장하여 오동나무상자에 넣고 다시 알루미늄상자 안에 넣어 무진동차량으로 운반한다.
국외 대여 유물의 경우 소장기관의 호송관이 유물을 가지고 오는데, 국외에서는 그 나라의 전문 포장운송업체가 통관 관련 업무를 진행하고 국내 공항에 도착해서부터는 국내 전문업체가 관련 업무를 진행하게 된다. 유물을 대여해오는 입장에 있는 국립중앙박물관 직원이 국외까지 가서 소장기관의 호송관과 함께 호송의 과정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고, 인천공항에서부터 호송에 동참하는 경우도 있다. 국외에서 온 유물은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에 통상 24시간을 보관한 후, 전시실에서 유물상자를 열어 상태 점검을 진행하고 설치에 들어간다.

우리문화재 국외전시의 경우에도, 동일한 과정 아래 최종적으로 포장과 운송이 진행된다. 단 보험 가입과 운송 준비 등 세부적인 준비는, 대여해가는 상대 기관의 몫이다. 출품유물을 호송하여 해외로 나갈 때, 양국의 공항에서는 유물상자를 항공기에 안전하게 싣고 내리는 절차가 장시간 진행된다. 국외에 도착한 유물은 역시 상대기관 수장고에 만 하루를 보관한 후, 전시실에서 상태점검을 진행하고 설치에 들어간다.

국가 간 혹은 기관 간의 우호적인 협력관계에 근거해서 이루어지는 유물 대여는, 여러 절차를 필요로 하고 특별히 세심한 주의를 요하는 작업이다. 그러나 보다 풍부하고 충실한 내용의 전시를 위한 보람 있고 의미로운 일임에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