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ZINE

50호


전통과 현대의 만남

만남에 앞서

첫만남

요리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상을 살던 사람에서, 전통떡을 시작하고 전통요리연구가가 되어 활발히 활동하고 계시는 류현미 선생님을 만났다. 한복을 차려입고 분주해 보이는 선생님은 전통요리연구가가 되기까지 도움주시는 분들을 위한 나눔의 자리를 마련해 준비중이셨다. 바로 앞에 다가온 어려움들을 피하고 돌아서기보다는 언제나 다시 배우고 공부하기를 멈추지 않는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성인이 되어서 대학을 졸업하는 나이가 될 때까지 요리와는 상관없이 살아왔다는 선생님은 요리의 시작은 가족을 위하는 마음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말씀하셨다. 유독 체구가 작고 또래에 비해 성장이 더딘 아이를 위하여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떡이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지체 없이 전통떡을 배우셨다. 어린 아이들을 위한 먹거리는 다양하지만 우리의 전통을 담은 떡은 다른 어떤 먹거리보다 건강에 좋은 재료로 만들 방법이 많았기에 아이의 건강에 도움이 될 것들을 고민해 적용하셨다고 한다. 요리를 좋아하던 선생님은 이렇게 전통요소를 기본으로 여러 가지를 연구하고 응용하면서 전통요리연구가로 나아가셨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어머니께서 늘 정성을 다해 요리 해 주신 음식이 본인이 전문가가 되고 보니 정말 전문가 못지않은 실력이셨다고 이야기를 하셨다. 이러한 이야기를 듣고 보니 어머니가 가족을 위하는 마음이 대물림 되는 것은 전통문화가 여러 방면의 전문가에게 이어지는 것과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국의 전통은 매우 완전하고 단단하게 보이지만 조금 더 깊이 연구하면 여러 방법으로 응용을 할 수 있게 되고 필요에 따라 유기적인 연결과 변화를 일으킨다. 전통떡이라는 것이 전해오는 방식대로 전해오는 재료로 만드는 것 외에도 얼마나 큰 장점이 있는지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알고 있는 사실임에도 다시 한 번 감탄을 하게 되었다. 떡 반죽, 떡 꾸밈, 같이 곁들이는 음식에 원하는 모든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구성할 수 있는 것이다. 떡의 찰기를 어려워하는 외국인들에게는 반죽에 변화를 주어 떡을 더욱 가까이 느끼며,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셨고, 맛있고 몸에도 좋은데 냄새 때문에 응용이 어려웠던 청국장은 버터로 볶는 방법으로 냄새를 잡아 떡을 만들 때 새로운 재료로 활용했고, 홍삼 약과는 타르트라는 서구의 형식에 접목해보기도 하셨다. 이런 선생님의 경험을 들으면서 요리 뿐 아니라 우리의 전통은 이렇듯 외부의 다양한 요소를 활용해서 더욱 풍부하게 변용되는 것이 매우 큰 장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온전한 듯 편안하게 대상을 받아들이면서도 균형을 잃지 않고 아름다운 것이 우리의 전통이라는 것을 류현미 선생님은 요리를 통해 이미 알고 계셨다.

조금 늦은 출발이었지만 선생님은 요리가 너무 즐겁고 행복해서 여러 대회를 나가면서 자신에게 확신을 주었다. 그런 노력은 주변의 주목을 끌었고 어려움도 있었지만 여러 가지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그러나 선생님은 안정적인 소속보다 전통요리에 대한 탐구를 선택했다. 우리 전통 요리의 뿌리를 알고자 하는 마음에 『동의보감(東醫寶鑑)』을 포함한 옛 조리서적을 읽고 익혀나갔다. 그 원래의 내용을 알고 응용을 하는 것, 그것이 전통을 해치지 않고 되살리는 재해석이 될 수 있다는 확신어린 눈빛에서 선생님의 중심이 전통에 있음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이러한 연구활동과 확신이 있기에 그것을 더욱 돋보이고 탄탄하게 해 줄 전통적인 도자기나 요리와 상차림을 위한 소품, 상, 보자기에도 세심한 정성과 배려를 다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선생님을 표현할 때는 ‘전통요리연구가’라는 수식어를 쓰게 되지만, 요리만큼이나 ‘전통’이라는 단어에도 강세를 두어야한다. 음식을 만드는 방법에 그치지 않고, 한국의 문화를 느끼고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요리를 선보이는 선생님은 다양한 외교행사에서도 전통요리로 외교활동을 하고 계신다. 초청으로 참여하는 행사로 만난 15개국 대사를 위해서는 해당국가의 국기를 고려한 색으로 만든 한복을 선물하셨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전통음식 과 그 국가의 전통음식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며, 문화를 선보일 수 있도록 우리 달항아리를 이용한 차림으로, 한국의 꽃으로 꾸민 상차림을 선보인다. 어느 곳으로 초청받더라도 반드시 한복을 입는 선생님은 뵙기에도 한복이 이제 편안한 옷차림으로 느껴질 만큼 자신의 요리는 우리의 문화와 함께한다는 굳건한 마음을 가지고 계셨다.
이러한 활동에 함께하는 우리의 도자기나 전통 천, 조각보들 역시 배우고 익히고 응용하기를 그치지 않는 선생님의 소통의 원천이다. 요리를 선보이는 자리였던 문경 찻사발축제에서 식재료와 색감에 어울리는 도자기를 만나고, 만들어진 지 30년이 넘은 물품이 간직하고 있는 미를 놓치지 않고 함께 품어 활용한다. 가장 좋은 식자재와 꾸밈용 한국 꽃을 구하기 위해서도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교류하며 소통하는 선생님이기에 우리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에 질적인 만족도를 더해줄 수 있는 것이다.

선생님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수원 화성(華城)을 본인의 문화재로 꼽았다. 수원화성은 정치적인 문제와 국방의 목적으로 지어지기도 했지만, 그 뿌리는 정조(正祖)의 효심이다.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담아 수원의 화성에서 열었던 진찬연(進饍宴)은 지금도 수원화성 축제에는 이 연회를 재연할 정도로 의미 있는 행사이다. 이러한 내용은 류현미 선생님께 음식에 마음을 담는 큰 계기가 되었다고한다. 전통문화를 요리와 관련해서 이야기하는 선생님은 효(孝)를 위한 차림의 의미를 새로 깨닫고 통과의례(通過儀禮)에 대한 강의를 하시는 데 이런 내용에 이 수원화성이 크게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성을 쌓아가는 그 정성과 노력은 잣이나 송편 같은 음식을 차례차례 쌓아 올리는 고임과도 닮았으며 우리의 전통문화재는 단지 역사적인 의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대를 거치면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새롭게 인식되며 되살아난다.
사시사철 제 때에 맞는 요리, 그것을 담는 그릇, 내어놓을 때의 복식과 상차림에 대해 고민하고 반영해 가는 선생님은, 소중한 사람이 먹고 건강해지는 음식에 정성을 다하는 것을 중시하셨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우리의 전통은 애정과 존경으로 대하며 응용한다면 어떤 경우에도 현대와 만날 수 있고, 그 아름다움을 잃지 않을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옛 자료뿐 아니라 아이를 위한 그림책공부, 교육을 위한 미술학습, 전국의 박물관과 미술관을 방문하며 익혀온 모든 것들이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전통을 응용하고, 다양한 대외활동에서 전통요소와 함께할 수 있도록 제 역할을 하고 있다. 익히고 잘 할 수 있는 것을 나누고자 한다는 선생님의 바람이 크게 이루어져 많은 사람들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음식을 통해서 한국 전통의 미가 확산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