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ZINE

50호


유물박사 교실

뮤진 유물박사 교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 곳은 뮤진 사이버 박물관에서 만나보았던 <E-특별전>과 <뮤진 확대경>을 또 다른 시각으로 만나보는 공간입니다. 우리 문화가 지닌 다채로운 매력 속으로 지금 들어가 볼까요?

이번호 뮤진확대경은 균형미와 조형미가 뛰어난 금관총 금관에 대하여 살펴보았습니다. 이 금관의 관테에는 다섯 개의 세움장식이 부착되어 있고, 드리개 끝에는 곡옥이 꾸밈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호 유물박사교실에서는 금관을 꾸미는 데 주로 쓰이는 장식적 요소의 의미와 곡옥(曲玉)의 종류와 의미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뮤진확대경에서 소개된 신라의 금관은 학계에서 두 가지에 다른 이론으로 소개 되고 있습니다. 신라에 정작한 시베리아의 관 형태에서 유래했다는 내용 과 우리나라 경주의 계림(鷄林)을 근본으로 김알지신화와 관계있다는 내용입니다.
두 가지 학설 중 어느 하나를 명료히 결정할 수는 없으나 시간의 틈을 생각해 볼 때, 그리고 신라가 이미 고도의 공예적 기술을 지녔던 시기임을 염두에 둘 때 시베리아 샤머니즘과의 직접적인 연계성을 바른 이야기로 여기는 시선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무와 신앙이 연결된 사례는 시베리아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단군신화에서 나오는 신단수(神壇樹)가 그 중 하나에 해당합니다. 신단수는 환웅이 내려온 곳이고, 아기를 기원할 수 있는 대상이었습니다. 따라서 수목신앙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형태의 문제를 벗어나 아기를 기원한다는 것은 금관의 곡옥이 원시적 생명의 형태라는 의견과도 일치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다른 설화인 신성한 숲, 경주의 계림(鷄林) 김알지신화 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 수목신앙은 현재도 시골에서 볼 수 있는 서낭나무·당산나무 등으로 전해오며 그 무속적 역할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다른 의견인 시베리아 샤머니즘에서는 자작나무를 상징수(象徵樹)로 여겼습니다. 그들에게 자작나무는 인간계와 신령계를 연결시키는 이른바 신성한 생명의 나무(우주목)이었던 것입니다. 아래에서 위로 15~20m를 쭉 뻗어 오르는 자작나무의 모양을 바라보는 샤머니즘의 입장에서 해석하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나무를 신앙의 대상으로 여기는 점은 어느 한 지역이나 국가의 전설과 연결 지어서 그것을 근원이라고 여기기보다 다른 문화에서 따로 발생하는 자연숭배신앙의 양상 중 하나로 열매가 열리고 오래 살며 수호의 역할을 하는 나무가 대상이 된 것으로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금관총 금관에는 57개의 곡옥이 달려있습니다. 구부러진 모양의 곡옥은 목걸이나 허리띠 등의 장신구에도 사용되었습니다. 곡옥을 형태로 분류해보면 막대모양의 장대형, 등쪽이 반원형이고 배쪽은 직선인 반원형(반월형), 반원형에서 배쪽 중앙을 작은 반원으로 도려낸 반결형, 배쪽을 3자형으로 도려내어 만든 벌레형, 곡옥과 그 축소형이 여러 개 달린 형태의 모자곡옥, 등쪽이 반원형이며 쉼표모양처럼 머리 부분이 좀 더 넓고 꼬리부분으로 갈수록 가늘어지는 형태인 정형, 어떤 형태라고 규정할 수 없는 부정형이 있습니다. 이러한 형태상의 분류는 곡옥을 부르는 용도로 쓰이지만, 실제로 유물이 발견되었을 때는 이 곡옥을 통한 꾸밈이 무엇을 나타내는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곡옥이 상징하는 바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견해가 존재합니다. 그 중 하나는 달을 모티브로 했다는 것입니다. 특히 반월형 곡옥의 형태가 달 숭배사상의 근거라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다른 견해로는 단군신화에 근거하여 동물의 치아 형태를 뜻한다고 해석하기도 합니다.
마지막 하나의 견해는 원시적 생명의 형태라는 것인데, 동물의 태아거나 용 형태의 단순화라는 것이 더욱 구체적인 해석입니다. 이는 무덤의 부장품이었던 금관에서 출토된 유물인만큼 내세를 의미했다는 의견입니다.

이상으로 금관총 금관의 세움장식과 곡옥에 관련하여 여러 견해를 살펴보았습니다. 다른 근거가 없는 한 이 내용들은 지속적으로 논란이 될 수 있겠지요. 그 생각들이 결론이 날 때까지 무심하기보다는 귀 기울여 들어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자, 여러분은 이 각각 다른 견해 중 어떤 논의에 동의하시나요?

다음으로 E특별전에서 소개되었던 한글 소설을 책으로 만드는 방식 중 《두껍전》과 같은 방식으로 제작되는 필사본 그리고《홍길동전》과 같은 방식인 방각본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각각의 방법은 사람이 손으로 쓴다는 점과 판을 새겨 찍어낸다는 점에서 분명한 차이를 드러냅니다. 그 각각의 방법은 어떤 점에서 선택되었는지 그 특성과 분류에 따른 차이를 소개합니다.

손으로 글을 직접 써서 만드는 책을 필사본이라고 합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파피루스에 글을 써서 두루마리의 형태로 만들었으며, 제지법을 완성한 중국에서는 당시까지 종이가 아닌 것에 썼던 글을 종이에 옮겨 써서 책을 만드는 필사본 제작이 성행하였습니다. 중국에서 종이 만드는 법이 전파되고, 목판인쇄활자인쇄가 나오게 된 이후에도 필사로 책을 만드는 일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필사본은 크게 궁중본과 민간본으로 나뉩니다. 각각 궁체와 민체로 작성된 이 책들은 확연히 다른 특징을 보여줍니다. 궁중본은 궁중에서 읽기 위해 특별 제작한 책을 말합니다. 두껍고 질 좋은 종이에 정자체, 흘림체, 반흘림체 등의 정갈한 궁체로 필사되어 있습니다. 상궁이나 궁녀 등 한글 궁체에 능한 전문 필사자가 정성껏 베껴 쓴 책들이 대부분이며 종이가 매우 구하기 어려운 것임에도 불구하고 궁중에서 읽기 위해 만든 만큼 화면이 매우 여유롭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작품의 길이가 길어 수십 권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었고, 중국소설을 한글로 번역한 책들도 많았습니다. 유통범위가 제한적이었던 만큼 같은 내용이라도 궁중본은 민간본에 비하여 이본(異本)이 적었습니다. 궁중본은 주로 이념적 내용이나 지식을 전달하는 기능이 높았고, 민간소설은 서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킬만한 내용들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압도적으로 많은 양을 제작된 민간본은 민체로 제작되었는데, 다양한 글씨체가 쓰여 조선 시대 한글 서예의 보고(寶庫)로 평가됩니다. 흘림체로 쓰인 책이 많으며 종이를 구하기가 매우 힘들었던 만큼 행간이 좁게 작성되었고, 심지어 다른 책의 뒷면을 활용하거나 조각난 종이를 이어 붙여 제작된 것도 있습니다. 민간본은 궁중본에 비하여 내용이 짧아 작품 분량이 1~2책 내지 2~3책에 그치는 것들이 대다수입니다. 내용을 베껴 쓰는 필사본이라는 특성과 한글 소설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베껴 쓰는 과정에서 수많은 다른 본(本)이 존재하게 되었습니다. 대부분 언어와 문체가 투박하고 속된 것들이 많으며, 표기법도 들쭉날쭉한 편이었으며 사투리가 그대로 쓰인 경우도 적지 않았습니다.

방각본은 조선 시대에 판매를 목적으로 민간에서 간행한 서적을 말하는데, 방간본(坊刊本)·목판본(木版本)·판본(板本)·판각본(板刻本)이라고도 부릅니다. 방각본 전체를 기준으로 보자면 소설의 비중은 그다지 높지 않았으며, 우리 근대 이전 소설의 상업 출판은 그다지 활발하지 못했음에도 최소 61종 이상의 소설이 출판되었습니다. 내용은 이미 정착된 민간 필사본을 바탕으로 해서 인기가 높았던 작품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방각본의 출판은 주로 서적 보급이 활발하거나 종이가 생산되는 곳이거나 상업이 활성한 지역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출판지역에 따라 서울의 목판인쇄본을 경판본(京板本), 전주의 목판인쇄본을 완판본(完板本), 안성의 목판인쇄본을 안성판본(安城板本)이라 구별하여 불렀습니다. 책을 찍어 내는 방각 업소는 이보다 훨씬 많았지만, 소설책은 이 세 곳에서만 간행되었습니다.
경판본과 안성판본은 마치 붓으로 쓴 모양으로 판각되어 있는데, 두 판본은 글자체 차이가 거의 없어 판권지간기(刊記) 없이는 어느 판본인지 식별하기가 어렵습니다. 완판본은 글자체가 다양하고 직각으로 새긴 모양이 대부분입니다. 어떤 책은 같은 내용에서도 다른 글자체를 보이는데 이는 일부 분실한 부분을 다른 판목으로 보충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을 보통 보각본(補刻本)이라고 합니다. 또한 완판본의 경우 노인이나 흘림체에 익숙하지 못한 독자를 배려하며 중간 중간 글씨에 음영을 주거나 특수 기호를 새겨 넣기도 했습니다. 눈으로 쉽게 식별하도록 이는 완판본만의 영업전략이기도 했습니다.

이상으로 이번 유물박사교실에서는 나무와 전통신앙, 옛 공예품에 많이 쓰이는 곡옥, 그리고 우리나라 한글 소설책이 만들어지는 방식에 따라 필사본과 방각본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국내 여러 박물관에서 만나게 되는 금으로 만든 부장품과 금관을 볼 때 이 꾸밈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를 생각해 보는 것은 한층 우리의 시선에 섬세함을 실어 줄 것입니다. 또한 현재에게 손쉽게 구하며 읽고 있는 책이 예전에는 어떤 방식으로 제작되었는가에 대해 살피는 것도 우리가 흔히 접하는 책에 대한 새로운 감회를 줄 것입니다.

글 | 국립중앙박물관 디자인팀 뮤진 MUZINE 편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