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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ZINE

50호


금관총금관 돌무지덧널무덤 금관총

머리 둘레를 따라 고리(環)형태의 테두리가 있습니다. 이를 ‘관테’라 부릅니다. 관테는 세 개의 고정못을 사용하여 각각의 세로형 장식을 부착했습니다. 관테의 위아래 가장자리에는 송곳 같이 뾰족한 도구로 삼각형 모양의 단위 문양을 찍어 두 개의 가로줄을 구획하고 그 사이에 지그재그 형태로 꾸밈을 주었습니다. 삼각형 모양이 네 개 반복되는 곳마다 위아래가 절반씩 겹치도록 꽈배기모양의 금실로 엮어 달개를 달았고 중앙부에도 달개와 곡옥을 번갈아가며 부착하였습니다.

관테에 붙어있으면서 위를 향하여 세운 세로형 장식을 ‘세움장식(立飾)’이라 합니다. 세움장식의 가장자리에는 뾰족한 도구로 찍어 원점을 밖으로 돌출시키는 형태의 꾸밈을 주었습니다. 형태는 나뭇가지형(出字形) 세 개와 사슴뿔형(鹿角形) 두 개로 구성되어 있는데, 정면과 그 좌우에 나뭇가지형이 배치되어 있고, 뒤편으로 사슴뿔형태의 세움장식이 있습니다.
나뭇가지형 장식은 직선으로 쭉 뻗은 세로 중심에 마주나기형식으로 3단의 ㄴ자형 가지를 배치하고 있어 한자 출(出)자처럼 보입니다. 이러한 직각형, 좌우대칭형 구조는 안정감과 권력 혹은 권위를 느끼게 합니다. 그리고 각 가지 끝은 보주형으로 마무리되는데 이 형태는 사슴뿔형태의 세움장식에서도 보입니다. 이 두 형태의 세움장식은 꺾이거나 가지끼리 만나는 지점에 원형으로 눌러 바깥으로 튀어나오도록 볼록 장식하였습니다.
사슴뿔형태의 장식은 두 가지 다른 해석이 존재합니다. 글자 그대로 사슴의 뿔을 형상화 했다는 견해는 사슴뿔을 샤먼들이 사용한 예를 근거로 하늘의 메시지를 받아들이는 장치처럼 여깁니다. 이 견해에 힘을 싣는다면 금관은 의례나 제사에 사용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른 견해로는 이 장식은 어긋나기 방식으로 가지가 난 나무로 양쪽으로 뻗은 가지 형상은 사슴뿔 모양과 다르고 봉오리모양의 보주로 마무리한 점에서도 사슴뿔보다는 나무를 원형으로 한 것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테와 세움장식의 표면에는 지름 1cm미만의 둥근 달개가 규칙적으로 달려있습니다. 이 모양은 관테에 달려있는 드리개의 달개와는 그 모양이 다릅니다. 드리개의 달개는 나뭇잎의 형태로 하단이 뾰족하게 늘어지는 형태입니다. 이 형태의 차이에 대해서도 둥근 나뭇잎이라는 주장과 열매를 상징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여러 가지 상징성을 생각해 볼 때 어떤 주장이 옳든 형태가 다르다면, 분명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관테와 세움장식, 그리고 드리개의 끝에 달린 곡옥에 대해서도 여러 논의가 있습니다. 동물의 치아에서 비롯된 형태라는 견해가 있고 생명이나 열매로 보는 견해가 있습니다. 만일 후자를 따라 생명(태아)의 형태라면 다음 세상에 새로이 태어나는 것을 기원하는 의미로 해석가능하고, 열매라면 서로 다른 형태의 세움장식에 모두 사용되었으므로 모든 세움장식이 나무라는 견해를 뒷받침합니다.
이 금관에는 총 달개 133개, 곡옥 57개가 달려있습니다. 드리개의 달개와 곡옥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서로 다른 간격을 유지하면서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정한 위치에 구멍을 두 개 뚫어 가는 금실을 꽈배기형태로 꼬고, 그 양 끝을 구멍에 넣고 매듭지은 형태입니다. 단순한 듯 하지만 이러한 규칙들을 어김없이 잘 지켰기에 이 금관총 금관이 균형감과 조형미를 동시에 가질 수 있었을 것입니다.

금관의 무게는 1kg에 달합니다. 우리는 손으로 들면 가벼운 것도 머리에 부착하고 지낼 때 아주 큰 불편을 겪게 됩니다. 관모 등의 장식과 귀걸이, 목걸이를 하고, 머리에 1kg이나 되는 관을 평소에 쓰고 있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조금만 들여다보면 알 수 있듯이 금관의 두께는 매우 얇습니다. 자칫 휘거나 망가질 가능성이 매우 높을 만큼 외부의 충격에 취약한 형태이지요. 갖은 정성을 다하여 만든 금관인데 충격에 약하다는 점에서 이 금관이 늘 관으로서의 기능을 다하는 실용성을 중시하지는 않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 금관은 즉위식과 같은 의례를 행할 때나 제사의 주인공 역할을 할 때, 그리고 사후에 부장용으로 제작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왕 혹은 왕족이 사용했을 이 금관은 어쩌면 다음 세상에서 더욱 잘 살기를, 더욱 명예가 높고 귀히 여겨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국보 87호인 금관총 금관은 화려함에도 불구하고 균형미와 함께 단아함이 느껴집니다. 마치 엄격함과 인자함이 함께 있는 듯한 이 관은 신라 금관 중에서 가장 정제된 형태로 평가됩니다. 화려하고 변치 않는 금과 옥만으로 만들어진 이토록 아름다운 금관에 삶과 죽음을 넘어 이루고자하는 바람들을 담았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작은 장식 하나에도 그 마음이 맺혀 있기 때문에 더욱 시선을 빼앗기게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 금관이 출토된 금관총은 부장되어있던 유물의 종류와 양으로 왕 및 왕족의 무덤으로 추정해왔으나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금동제 고리자루 큰 칼에서 ‘이사지왕(尒斯智王)’이라는 새김글씨를 발견해 새로운 국면을 맞았습니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테마 전시 <금관총과 이사지왕>을 관람하며 감상해보시기를 바랍니다. 이 전시는 9월 28일까지 열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