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ZINE

50호


지금 박물관에서는 I

1921년 무덤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 금관은 황금의 나라 신라의 존재를 알리는 중요한 발견이었다.
‘금관총’이라 이름 붙은 이 무덤이 조사된지 92년이 지난 2013년, 국립중앙박물관은 금관과 함께 발견된 고리자루 큰칼을 보존·처리하는 과정에서 ‘尒斯智王(이사지왕)’이라는 왕의 이름을 확인하였다. 지금까지 고신라 무덤에서 왕의 이름이 확인된 적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이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테마전 〈금관총과 이사지왕〉은 그동안 일반인에게는 알려지지 않았던 당시 금관의 발견및 조사 과정을 소개하고, 금관총의 주인공과‘尒斯智王’에 대해 주목한 전시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尒斯智王’이 새겨진 고리자루 큰칼을 발굴 이래 90여년 만에 최초로 일반에게 공개한다. 국보 제87호 금관과 금제 관 장식, 금제 관모 등 관련 유물 90여 점도 함께 전시하는데, 금관총을 대표하는 유물을 국립중앙박물관에 모아 전시하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지금까지 금관총의 주인공에 대해서 학계는 막연히 자비왕(재위 458~479), 소지왕(재위 479~500), 지증왕(재위 500~514) 등으로 추정해 왔으나 이번에 확인된 왕의 이름으로 무덤의 주인공은 ‘尒斯智王’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하지만 ‘尒斯智王’이라는 이름은 금석문이나 문헌 기록에는 나오지 않기 때문에 현재 누구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금관이 출토된 금관총은 경주 시내 왕릉급 무덤보다 규모가 작고 위치도 왕릉급 무덤 옆에 위치하기 때문에 왕의 무덤이 아니라는 견해도 많으므로 ‘尒斯智王’이 누구인지 더더욱 궁금증이 커진다. 왕으로 보기 어려운 무덤에서 왕의 이름이 적힌 칼이 나온 것이다.

이렇게 금관총과 ‘尒斯智王’은 우리가 지금까지 당연히 믿어온 통념에 많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 금관의 주인공을 막연히 신라의 왕으로만 생각해 온 기존 통념을 깨고 화려한 신라 금관을 쓴 금관총의 주인공을 새롭게 생각하고 당시 신라 사회의 모습을 다시 상상해 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전시와 관련하여 국립중앙박물관은 7월 11일 금요일 학술 심포지엄을 마련했다. 이 심포지엄에서는 신라 고분 연구의 일인자인 최병현 학술원 회원(숭실대학교 명예교수)의 〈금관총 연구와 마립간기 신라 사회〉 라는 기조 강연을 시작으로 〈신라 적석목곽묘 연구와 금관총〉, 〈‘이사지왕’과 금관총의 주인공〉 등 총 5개의 주제가 발표됐다. 종합토론은 노태돈 서울대학교 교수가 진행하며 신라 금관총의 주인공과 이사지왕의 관계에 대해 집중 논의되었다.

글 : 김대환(국립중앙박물관 고고역사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