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ZINE

50호


뮤진 칼럼

우리는 때로 먼 나라나 먼 과거로 가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다. 많은 책과 영화, 그림들이 가까이는 수십 년 멀리는 수백, 수천 년 이전의 삶과 사회를 보여주는 근래에는 직접 과거를 가거나 먼 나라까지 가지 않아도 여러 가지 간접적인 체험이 가능하다. 그 중 세계의 문명이나 미술이 궁금하고, 실제로 볼 수도 있는 곳이 바로 박물관이다. 그래서 이번호 <뮤진칼럼>은 박물관을 통해 할 수 있는 세계여행을 소개하고자한다. 방학을 맞아 자녀들과 부모님들이 함께 다양한 계획을 세우고 있을 요즘, 그 계획 중에 조금 편하고 상당히 유익한 여행을 포함시켜보는 것은 어떨까.

역사, 지리, 사회를 아우르는 다양한 과목들에서 우리는 세계의 문명발생에 관한 공부를 한다. 지도상에서의 위치를 외우고, 강을 따라 수렵, 농업, 목축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걸어온 길들을 익히기 위하여 같은 내용을 반복학습 해왔다. 이러한 평면적인 학습과 간접체험은 이제 점차 더욱 입체적이며 상세하게 진행되어서 직접 보고 그 원리를 체험해 볼 수도 있는 전시들이 다양하게 준비되고 있다. 더욱 풍성한 시각자료와 보강된 내용들 그리고 다양한 미디어로 그 모든 내용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직접 가 볼 수 없는 먼 과거, 특히 초기 인류문명을 체험하고 이해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가 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해외의 문화를 담은 세계문명 테마의 전시를 꾸준히 진행해오고 있다. 2008년 <황금의 제국 페르시아>, 한국박물관 100주년 특별전이었던 2009년 이집트문명전 <파라오와 미라>와 잉카문명전 <태양의 아들, 잉카>, 2010년 <그리스의 신과 인간>, 2012년 <터키문명전: 이스탄불의 황제들>과 <마야2012>, 최근 종료된 2014년 베트남 고대 문명전 <붉은 강의 새벽>에 이르기까지 고대 인류의 문명과 연결지을만한 대규모의 전시가 이어져왔다.
세계문명을 주제로 한 전시는 올해 한 번 더 예정되어 있다. 바로 <로마 제국의 도시문화와 폼페이>로 오는 12월 시작하여 2015년 4월 5일까지 개최될 예정이다. 현재까지도 발굴이 진행되고 있는 고대 로마의 도시 폼페이에 관련한 다양한 유물이 270여점 선보일 예정이며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인한 변화의 전후를 생생히 전달하는 전시가 될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유수의 해외 박물관, 미술관과 협업하여 국제전시를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여러 나라의 미술을 테마로 하는 전시는 기본적으로 해외유명박물관, 미술관의 작품들을 선보이지만 특별히 박물관을 명시한 전시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들라크루아, 코로, 앵그르, 제리코, 와토, 부셰, 푸생, 밀레, 터너, 고야 등 서양미술사를 대표하는 51작가의 70작품을 선보였던 2006년 루브르박물관전 <16-19세기 서양회화 속의 풍경>은 도록이나 책, 인터넷을 찾아보아야 했던 박물관 소장품을 만나는 대규모의 장이 되었으며, 이후 박물관소장품 전시가 국내에서 활발히 열리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의 기획전시실에서는 근대 도시 파리의 삶과 예술을 조망하는 오르세미술관전 <인상주의, 그 빛을 넘어>이 진행 중이다. 오는 8월 31일까지 열릴 이 전시는 후기인상주의 화가들의 조각, 공예, 드로잉, 사진 등의 작품이 소개되고 있다. 19세기에서 20세기 전반의 작품이 집대성되어있는 오르세미술관의 작품을 근대도시라는 테마로 접근한 이 전시는 근대 도시로 거듭나고 있던 19세기 후반의 파리를 배경으로, 자연광과 그 빛의 변화를 담았던 인상주의에서 새로운 빛으로 나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인공의 빛, 유리와 철강기술의 발달로 순식간에 건축물이 지어지던 시기였다. 반면 도시가 발생시키는 그림자인 공장노동자, 인부 등 빛의 이면 또한 당시의 작가들에게 포착되었다. 한편 도시의 문화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작가들이 자신의 고향과 지방으로 옮겨 제작한 강렬하며 내면을 반영한 작품들도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고 있다. 근대로의 변화 그 시기를 살았던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인상주의의 변화와 그 시기의 파리를 만날 수 있는 좋은 자리가 되는 전시이다.

한국은 중국, 일본과 함께 동아시아 3국으로 불린다. 하지만 실제로 아시아는 이보다 훨씬 넓은 지역을 의미한다. 아시아는 가장 크고 인구가 가장 많은 대륙이며 전 세계 육지의 32%를 차지하고 있다. 웅장한 산맥들이 솟아 있어 불모지가 많아 인구밀도가 높은 아시아에는 그만큼 다양하고 오밀조밀한 문화, 그 문화들 간의 교류가 이루어진 루트에 대한 이야기들도 풍부하다. 그 내용들을 담은 아시아를 주제로 한 전시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지속적으로 개최된다. 오는 10월에 개최될 <아시아, 박물관에 담다> 역시 그러한 흐름을 보여주는 전시가 될 것으로, 한국, 인도, 중국, 중앙아시아의 유물이 다양하게 선보일 예정이다.

우리의 문화재를 통해 세계의 여러 사람들이 한국을 본 듯이 여행할 수 있도록 좋은 전시를 준비하는 것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진행하고 있는 교류를 위한 업무이다. 2013년에서 2014년 현재까지 이스탄불의 톱카프 궁 박물관에서 진행된 <아름다운 한국 문화재>가 개최되었으며, 샌프란시스코 아시아미술관 특별전시실에서 열린 <조선왕실, 잔치를 열다>에서는 능행도 등 다양한 왕실주최 연회의 기록이 소개되었다. 또한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서는 고대신라의 뛰어난 금세공을 보여주는 다양한 유물을 <황금의 나라, 신라>를 통해 선보였으며 현재는 LA카운티미술관에서 <조선미술대전>이 진행 중이다. 우리가 해외에 나가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만났을 때 현재의 한국, 대한민국이라는 이름 뿐 아니라 그 안에 신라, 조선이라는 과거의 나라들이 존재해왔고 그 문화가 얼마나 훌륭했는지 알 수 있는 근본이 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외에도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해외로 전파된 우리 문화와 해외소재 문화재, 해외에서 진행된 발굴과정을 기록하고 그 결과를 함께 보여주는 전시를 진행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우리 문화재에 대한 애정을 더 깊이 가지게 되고, 묻혀있던 문화재가 고유의 이름을 가지고 우리에게 선보이기까지의 과정을 볼 수도 있다. 그 모든 과정이 각 나라에서 진행되고 이렇게 우리에게 세계여행을 할 수 있는 공간과 자료들이 되어주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전시는 오디오가이드, 도슨트, 전시오리엔테이션 성격의 영상물, 교육프로그램과 실습 및 체험, 특별강연회 등의 학술프로그램 뿐 아니라 공연과 음식문화 등도 선보임으로써 그야말로 입체적이고 온전히 나의 지식과 경험이 되어주는 세계여행이 되니, 이보다 편하면서도 유익한 경험도 흔치 않을 것이다.

글 | 국립중앙박물관 디자인팀 뮤진 MUZINE 편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