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ZINE

50호


뮤진 확대경

<뮤진 확대경> 코너에 대해
국립중앙박물관 뮤진은 2013년 새 개편을 맞아 <뮤진 확대경> 코너를 신설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유물 하나를 선택하여 집중 탐구해 보는 <뮤진 확대경>은 초 근접 촬영한 실사 이미지를 통해 육안으로 확인하기 힘든 유물의 세밀한 부분까지 상세하게 관찰해 보는 코너입니다. 뮤진에서 준비한 확대경을 통해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각의 유물 탐구 기회를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 이번 뮤진의 집중탐구 유물은 무엇일까요?
  • 물가풍경 무늬정병
  • 새로운 시각의 유물탐구
  • 첨대
  • 첨대 받침
  • 병의목
  • 몸체
  • 주구

이번 호 뮤진 확대경을 통해 본 유물은 무엇일까요?
평소에 접하기 힘든 정밀 사진을 통해 우리 유물이 지닌 숨김과 드러냄의 매력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 전체 길이가 겨우 8.7cm밖에 되지 않는 이 귀걸이의 놀라운 점 중 하나는 표면을 장식한 금 알갱이의 지름이 0.5mm도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귀걸이의 표면 장식은 금실이나 금 알갱이를 금속 바탕에 부착하는 누금세공(鏤金細工)기법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이 누금세공은 금실형태로 장식하는 필리그리(filigree)와 금 알갱이의 형태를 이용하여 장식하는 그래뉴레이션(granulatioin)기법이 함께 사용되었습니다 -
    이 장식을 표면에 고정하는 방법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순도가 낮은 금을 이용하여 제물땜(동일한 금속의 동일한 함량으로 땜 처리)을 하거나 표면에 화학용제를 바른 후 가열하는 방식을 사용하였을 것입니다. 어떤 방법으로 장식을 했던, 구슬과 맞닿는 부분에 형태의 변형 없이 이 작은 장식들을 고정하는 것은 분명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고된 작업이었을 것입니다.

    누금세공 장식에 쓰이는 금 알갱이는 얇은 금판을 잘라 가열하여 만들거나 금을 녹여 체에 걸러내어 찬물에 식혀 얻기도 합니다. 금실의 경우 구멍이 있는 금속판에 금을 통과시켜 금실을 만들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러한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방법은 재료가 금이기 때문에 가능하기도 합니다. 금은 공기나 물에 닿아도 녹슬거나 변하지 않으며, 고작 1g이 3km의 길이까지 늘어나고 0.0025mm의 두께를 가진 금박으로도 만들 수 있는 등 매우 유연한 성질을 지녔기 때문입니다.

  • 이 귀걸이의 한자 이름은 위쪽 중심 고리의 형태에 따라 굵은고리귀걸이를 뜻하는 ‘태환이식 太環耳飾’에 금으로 만들어져 앞에 금제(金製)가 붙습니다. 그만큼 중심 고리의 형태가 귀걸이에 있어 큰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귀걸이의 중심 고리는 지름이 3.5cm로 신라시대 귀걸이 가운데 가장 굵습니다. 그래서 보기에는 매우 무거울 것 같지만 귀걸이 하나당 무게는 겨우 57~59g사이입니다. 왜냐하면 고리의 속은 비어있으며 여러 장의 얇은 금판을 땜으로 붙여 완성했기 때문입니다. 땜을 한 흔적은 현미경으로 들여다봐야 찾을 수 있을 정도라니 6세기 중엽 신라의 금속공예 기술에 감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중심 고리는 거북등모양인 육각형의 각 모서리에 원형의 고리를 배치하고 각 고리 사이를 선으로 연결, 두 줄의 구슬로 고리와 연결선을 감싸 도는 2중의 꾸밈을 하였습니다. 또한 물방울무늬 세 개와 원형고리형태가 모인 4엽 형태의 무늬를 중심 고리의 중앙에 위치한 육각형 형태에 배치하고 상하 각 45도 방향에 원형 고리 두 개와 물방울무늬 한 개가 모인 3엽 형태의 꽃모양을 네 군데 배치, 좌우에 원형고리와 그것을 감싼 금 알갱이 모양을 배치하는 것이 하나의 패턴이며 이것이 반복되어 태환의 외면을 꾸미고 있습니다. 이 중심 고리의 표면꾸밈에 얼마나 공을 들였을지 상상하기도 어려울 정도입니다.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부착방법이 무엇이든 아직 표면이 무른 시간동안 장식을 마무리하기 위해 매우 절제된 움직임과 계획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일단 금속의 표면이 식어 접착이 되고나면 형태를 변경할 수 없기에 가까이 들여다보았을 때 발견하게 되는 다소 흐트러진 배열은 제작자가 얼마나 안타까워하며 이 귀걸이를 만들었을지 짐작하게 합니다.

  • 중심 고리를 가로지르는 노는 고리(遊環)는 아랫방향의 반원에 해당하는 부분에만 장식이 존재합니다. 노는 고리에 중심 고리가 맞닿는 부분은 가늘고 장식이 없으며, 아래 반원 부분만 굵게 만든 것은 꾸밈으로 화려함을 더하기 위해서입니다. 중심 고리의 표면과 같은 둥근 고리와 물방울모양 고리가 결합된 형태를 둘러싸고 금 알갱이가 장식되어 있습니다. 작은 고리표면을 따라 구슬을 붙이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이 노는 고리는 중심 고리의 꾸밈과 통일성을 가지면서 비교적 자유로운 움직임을 가져 아래의 샛장식, 드림과의 연결고리 역할 역시 훌륭히 해내고 있습니다.

  • 작은 원형고리와 그 원형고리들을 연결하는 또 다른 원형고리를 여러 개 땜으로 이어 붙였습니다. 각 고리에 1~3개씩 꼰 금선형태의 고리를 다시 연결한 후 37개의 달개를 매달았고 그 맨 아래 드림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고리들과 달개의 외곽은 끌로 장식하여 금 알갱이의 반복되는 패턴에 이어 세부의 화려함을 더합니다. 이 귀걸이의 달개는 중심 하단이 곡선형으로 뾰족하게 마무리된 것이 보통 ‘심엽형(心葉形)’ 혹은 ‘하트 모양’이라고 부르는 형태와는 비슷하지만 상단에서 중심을 향하는 홈이 없어 나뭇잎 형태에 가깝습니다. 또한 단순한 평면이 아니라 곡면의 형태로 만들어 오목한 반구의 형태에 가깝기 때문에 각각의 달개는 양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한 가지 놀라운 것은 꼰 형태의 고리입니다. 고리들은 하나의 선으로 꼬아 이어져 있고 각각 달개와 원형고리를 통과합니다. 낱개의 고리를 만들어 각각 이은 것이 아니라 꼰 형태의 금선 하나로 이러한 형태를 만들었다는 것은 단순한 모양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설령 하나하나 고리를 따로 만들었던 것이라 하더라도 다시 그것을 하나의 선으로 이어 만든 것처럼 땜을 하였다는 것이 놀라운 일입니다. 정성과 기술을 이 귀걸이 하나에 집약하였을 장인의 마음가짐에 경의를 표하게 됩니다.

  • 드림에 부착된 금 알갱이는 평면과 가장자리에 이루어진 세공이어서 그런지 곡면의 장식보다는 훨씬 가지런하고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있습니다. 가장자리의 반복된 장식과 구슬의 배열은 모든 주변의 것들을 잠시 잊고 형태의 완성에 완전히 몰입했을 장인의 모습을 짐작케 합니다. 확대경이나 프로그래밍 된 기계도 없이 금속이 식어서 굳기 전에 반복적인 문양이 만들어지도록 표면에 손으로 힘을 가하는 일은 실수를 하더라도 되돌릴 수 없는 일이기 때문에 더욱 민첩하고 절제된 움직임을 요했을 것임이 분명합니다. 맨 아래 정면을 바라보는 드림이 있습니다. 금의 묵직한 느낌에도 불구하고 가벼웠던 이 귀걸이가 달랑일 때마다 아마도 이 드림이 가장 먼저 시선을 끌며 흔들림을 유려한 곡선으로 나타내었을 것입니다.

이번호 뮤진 확대경이 관찰한 유물은 고도의 기술과 집중을 요하는 장식기법으로 제작되어 들여다볼수록 감탄을 하게 되는 국보 90호 경주 부부총 출토 금귀걸이입니다. 뮤진 확대경을 통하여 알아본 내용을 박물관에서 유물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기억해 주세요. 그렇다면 한층 더 친근하게 느끼고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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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국립중앙박물관 문화교류홍보과 MUZINE 편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