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ZINE

50호


글로벌코리아

백악관과 주요 정부기관들이 밀집해 있는 미국의 수도 워싱턴 D.C.는 자연사박물관, 국립미술관, 미국역사박물관, 우주항공박물관 등 18개의 박물관과 9개의 연구소를 거느린 거대한 ‘박물관 타운’을 이루고 있는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콤플렉스로도 유명하다. 이중 프리어박물관 (the Freer Gallery of Art)은 '철도왕'으로 불리는 미국의 사업가 찰스 랑 프리어(Charles Lang Freer, 1854~1919)가 자신이 수집한 동양 미술품 전부를 미국 정부에 기증하면서 설립된 동양미술품 전문 박물관이다. 아서 M. 새클러박물관(Arthur M. Sackler Gallery)은 프리어박물관과 지하로 연결되어 있으며, 1만 여점의 아시아 미술품들을 소장하고 있다. 이번 호 뮤진에서는 이 두 박물관의 도자기 소장품을 책임지며 바쁘게 오가는 큐레이터 루이스 콜트와 이야기 나누어 보았다.

답변 개인적으로 처음 아시아와의 인연이 시작된 것은 고등학교 여름방학에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일본에 갔을 때였습니다. 그때의 경험이 대학에서 동양미술사와 일본어를 공부하게 된 계기가 되었죠. 저는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일본미술사로 석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당시 저의 지도교수는 중국 도자기 분야의 전문가였고, 그래서 일본의 유명한 도자기 생산지인 시가라키 도예마을(信楽陶芸村)의 13세기부터 현재까지의 역사를 주제로 일본 도자기에 관한 논문을 작성했습니다. 그 후로 저는 전통도자기와 현대도자기 간의 상호작용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프리어박물관에서 는 1981년부터 근무해왔고, 인근에 아서 M. 새클러박물관이 1987년에 개관하면서 다른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두 미술관에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현재 두 미술관의 중국, 한국, 일본 그리고 동남아시아의 도자기 소장품을 담당하는 큐레이터로서 근무 중입니다. 도자기는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만질 수도 있는 미술품이며,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사람들의 일상생활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저는 도자기에 애정이 많습니다.

답변 주요 한국미술품들은 프리어박물관에 540점이 소장되어 있습니다. 도자기가 대부분이지만 그 중에는 선사시대 유물과 2점의 불화도 있습니다. 한국미술품의 대부분은 미술관을 설립한 찰스 랑 프리어(Charles Lang Freer, 1854-1919)가 1890년대 초에 구입한 것들입니다. 이후 추가된 소장품들은 지난 몇 십 년 동안 기증되거나 매입한 것들입니다.
새클러박물관의 소장품에는 소수의 선사유물, 1점의 고려불화 그리고 서도호 작가와 이우환 작가의 작품들이 있습니다.
프리어·새클러박물관은 루즈벨트 대통령의 영애인 앨리스 루즈벨트가 1905년 한국을 방문했을 때 받은 고종황제와 순종황태자의 사진들 뿐 만 아니라 찰스 프리어의 한국미술품 관련 기록(미술품 중개상의 송장과 왕복서한)들도 소장하고 있습니다. 이 두 장의 사진은 2012년에서 2013년까지 덕수궁에서 전시되기도 했죠. 프리어박물관의 연구용 소장품 중에는 246점의 한국 관련 유물들이 있는데 대부분이 도자기 파편들입니다. 저희는 온라인상에 이 유물들도 올릴 예정입니다. 현재 저희 미술관의 영구소장품은 대부분 온라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http://korean-ceramics.asia.si.edu)

답변 저희는 프리어·새클러박물관의 한국미술품이 주목을 받을 수 있도록 한 여러 프로젝트들에 국립중앙박물관의 지원을 받아 온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저희는 한국전시실을 중국전시실들과 가까운 곳에 옮겼고, 이로써 프리어박물관 소장품의 강점이라 할 수 있는 고려시대 도자기들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송나라 시대의 도자기들을 나란히 비교·감상할 수 있게끔 되었습니다. 또한 저희는 <Korean Art in the Freer and Sackler Galleries>라는 소장품 안내책자도 발간했고, 찰스 프리어의 한국미술품 수집에 관한 무료 아이패드용 앱을 개발했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도자작품을 소개 해주세요

답변 물론 제가 가장 좋아하는 한국미술품은 도자기류들이죠. 12세기 후반에서 13세기 초에 제작된 청자 주자는 수박 모양을 본 딴 것도 흥미롭지만 그 외에도 음각으로 줄기, 잎 그리고 꽃들을 표현한 표면의 무늬, 말려 올라간 잎처럼 생긴 주구와 줄기의 형태를 딴 손잡이까지 형태와 장식적인 요소들이 서로 결합되어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또 다른 고려시대 도자기는 4마리의 물고기 무늬가 백상감된 얕은 그릇입니다. 마치 맑은 연못 속에 헤엄치는 물고기를 보고 있는 것처럼 청자에 입혀진 두터운 유약은 놀라운 청록 빛의 색조를 만들어냅니다.
저는 또한 프리어박물관에서 이상하리만치 큰 비중을 차지하는 16세기에서 17세기 한국도자기들 중 일본으로 건너가 차사발로 사용된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아직은 한국과 일본 간의 이러한 문화적 상호작용 부분에 대해 학계가 주목하고 있지 않지만, 저희 소장품은 이 부분의 연구에 있어서 좋은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답변 한국전시실에서의 첫 전시는 2011년 11월에 개최된<Cranes and Clouds: The Korean Art of Ceramic Inlay> 이었습니다. 이 전시는 프리어박물관이 소장한 상당한 양의 고려와 조선시대 다양한 상감자기들을 보여주기 위해, 제가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었던 것이었습니다.
저희 미술관에는 일본의 차 마시는 의식인 ‘차노유 chanoyu’관련 도자기들-일본 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한국 그리고 중국에서 수집한-을 전시해 놓은 작은 코너가 일본전시실 내에 있습니다. 2012년에 저는 <Korean Tea Bowls for Japan>이라는 작은 전시를 준비했고, 이어서 2013년에는 한국의 상감기법 같은 기술을 구사하는 일부 일본인 도예가들에 대한 전시로서 <Korean Style in Japanese Ceramics>를 마련했죠. 이 두 전시는 <Cranes and Clouds>전의 내용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2012년 새클러박물관에서는 3점의 고려불화와 정우탁 교수가 이 불화들을 촬영한 사진들을 함께 전시한 <Goryeo Buddhist Paintings: A Closer Look>이 열렸습니다. 현대미술전시 시리즈 중 하나로 2004년에는 서도호 작가의 ‘계단-IV’를 전시한 <Perspectives>를 개최했습니다. 이 전시는 불투명한 붉은 색 나일론 천으로 만든 기념비적인 계단을 미술관 입구 천장에 매단 것이었습니다. 2009년에서부터 2010년까지 열린 전시 <Moving Perspectives>에서는 정연두 작가의 비디오와 사진을 보여주었죠.

답변 저희 미술관에는 <IMAGINASIA>라는 청소년어린이(8세~14세)및 동반가족대상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체험실습에 이어 전시실 투어를 하게 되어있습니다. 2011년 전시 <Cranes and Clouds>에서는 접이식 부채에 고려 상감청자의 무늬들을 응용하거나 빨리 건조되는 점토를 이용한 상감기법 도자기 만들기를 했었습니다. 연중행사인 한국영화제는 항상 많은 관중들을 모아오고 있습니다.

앞으로 박물관의 한국 미술 관련 계획을 소개해주세요.

답변 앞서 국립중앙박물관과의 멋진 협업 경험을 언급했었습니다. 저의 동료인 큐레이터 키스 윌슨(Keith Wilson)은 북미에 소장된 고려불화들을 조사하고 촬영하는 작업을 현재 한국의 정우탁 교수와 하고 있습니다. 정교수는 2011년에 프리어·새클러박물관의 고려불화 3점을 촬영했었고 그가 촬영한 불화의 세밀한 확대 컷들을 2012년 새클러박물관 전시 <Goryeo Buddhist Paintings: A Closer Look>에서 선보였죠. 이러한 새로운 협업은 전시와 출판으로도 이어질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