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ZINE

50호


박물관이 신났다

어린이 박물관 프로그램

조선시대는 ‘회화의 시대’라고 불러도 무방할 만큼 많은 화가들이 다양한 장르의 그림들을 남겼다. 그중에서도 그림의 주제로 가장 많이 선호한 것은 역시 ‘자연’이다. 주변의 산이나 강과 같은 풍경에서부터 꽃, 나무, 곤충, 각종 동물들까지... 현시대의 사람들 눈에도 기가 막힌 표현력을 뽐내는 다수의 걸작들이 현존해 아직도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이러한 조선시대 화가의 그림들을 응용하여 어린이들에게 이색적인 체험을 선사하고 있는 전시가 국립중앙박물관 어린이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호 웹진에서는 어린이박물관 개관 이후 첫 특별전인 <그림 숲에서 만난 작은 친구들>의 전시 현장을 소개한다

토우에 대해 알아봐요

흔히 조선시대 그림이라고 하면 우선 딱딱하고 어렵게만 생각할 수도 있다. 아무래도 동시대적이지 않은 재료, 색감, 회화적 표현들이 낯설고 어색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시의 그림들이 전부 어렵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신사임당의 ‘초충도’나 남계우의 ‘화접도’ 등은 동식물도감이라도 보듯이 생생한 표현이 감탄을 자아낸다. 그리고 변상벽의 ‘참새와 고양이’는 어떠한가? 고양이의 뛰어난 묘사는 물론 그림 속에 담긴 이야기를 통해 느껴지는 유머가 보는 이의 입 꼬리를 저절로 올라가게 만든다. 어린이박물관 특별전 <그림 숲에서 만난 작은 친구들>은 이렇듯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갈 만한 주변의 자연소재를 다룬 조선시대 그림들을 선별해 그 속에서 추출해낸 다양한 요소들을 이용한 전시물들로 구성되어 있다.

변신! 변신! 토우로 변신~!

이번 전시는 총 3가지의 코너로 이루어져 있다. 1부 ‘구불구불 계절여행’에서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을 소재로 한 각 그림들을 터치스크린 방식의 영상물로 제작하여 담은 패널들을 벽면에 부착하였다. 아이들이 패널에 달린 버튼을 누르고 스피커에 귀를 기울이면 옛 그림 속 계절을 소리와 영상으로 느낄 수 있다. 수박 갉아먹는 쥐의 모습이 담긴 초충도 시리즈 중 하나가 담긴 영상에서는 매미소리가 들리고 눈 내리는 설경이 담긴 영상에서는 사각사각 눈 밟는 소리가 나지막이 들린다. 또한 초충도 속 실제 곤충과 꽃을 그림과 나란히 전시하여 비교할 수 있는 코너도 이색적이다. 2부 ‘옛 그림 속의 오래된 비밀’에서는 그림의 뜻과 상징을 공부하는 코너로 어린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만든 퍼즐 맞추기, OX퀴즈 같은 간단한 게임들이 담긴 키오스크가 설치되어 아이들이 직접 조작하며 놀 수 있게 하였다. 3부 ‘자연에 푹 빠진 화가들’에는 특정한 소재를 즐겨 그렸던 조선시대 화가들 4명을 소개한다. 매화를 즐겨 그렸던 조희룡, 실제와 같은 생생한 묘사의 나비 그림으로 유명한 남계우, 고양이와 닭을 소재로 한 그림을 많이 그렸던 변상벽, 대나무를 사랑한 이정을 이 코너에서 만나볼 수 있는데 영상패널 속에 담긴 퀴즈를 풀다보면 4명의 화가들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된다. 또한 전시말미에 트릭아트 방식으로 변상벽의 ‘고양이와 참새’를 모사한 그림을 포토 존으로 하여 어린이 관람객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을 선사한다

맞춤형 전시해설 프로그램

전시를 관람하기 위해 아이와 함께 박물관을 찾은 한 부모님은 “보통 박물관의 전시들이 평면적이어서 접근하기 어려운데 이번 특별전은 다양한 전시기법에 입체적인 구성으로 아이들이 놀이하듯 편하게 관람할 수 있어서 좋다”고 관람 소감을 전했다. 어린이박물관에서 처음으로 마련한 특별전이라서인지 패널작동이 원활하지 않는 등 군데군데 다소 미흡한 내용들이 눈에 띄기는 하나 앞으로 유물들을 소재로 하는 어린이 대상 체험전시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볼 수 있어서 이번 전시 이후로도 열릴 어린이박물관 특별전들이 사뭇 기대가 된다. 또한 어린이박물관에서는 이번 특별전과 연계한 겨울방학 교육프로그램으로 유아 대상의 ‘병아리들의 그림 숲 속 여행’과 초등학생 대상의 ‘이야기가 숨어 있는 옛 그림 산책’을 운영할 예정이어서 관람객들의 전시에 대한 보다 폭넓은 이해를 도울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취재 및 원고작성      국립중앙박물관 디자인팀 MUZINE 담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