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ZINE

50호


지금 박물관에서는 II

국립중앙박물관 테마전 - 고려시대 향로

2013년 국립중앙박물관의 마지막 전시가 될 테마전 <고려시대 향로>에는 중국으로부터 유입되어 발달된 고려시대 향로의 국제성, 독자성을 살펴볼 수 있는 왕실과 불교의 대표적인 향로 및 관련 유물 40점이 관람객을 맞고 있다.

사람이 타고난 다섯 가지 감각들 중에서도 후각은 기억을 일깨우는데 가장 탁월한 기능을 발휘한다고 한다. 냄새는 다른 어떤 기억보다도 오래 남고 깊게 새겨지기 때문이다. 좋은 냄새를 오래도록 지니고 싶은 욕망 때문일까? 옛 사람들은 일찍이 자연물이 간직한 고유의 향(香)을 추출해서 향료를 만들어내기 시작했고 그것이 발전을 거듭하여 오늘날 화장품이나 향수를 제조하기에 이르렀다

향 문화가 발달한 고려시대

이렇듯 보이지 않는 형태로 우리 일상에 자리한 향이 한반도에 전해진 것은 삼국시대로 알려져 있다. 의례나 불교의 제례행사에 등장하던 향은 중국 송나라와의 교류로 영향을 받은 고려시대 이후 일상생활 속 고상한 취미로까지 파고들며 점차 고유의 문화로 번성하였다.
테마전 <고려시대 향로>는 당시 향 문화와 함께 발달했던 향로와 관련 도구들을 한데 모아 당시의 사회문화상을 엿보고 뛰어난 공예기술을 감상할 수 있게 한 전시이다. 전시는 향과 향을 피울 때 쓰던 도구, 왕실 향로, 불교 향로를 나눠서 소개하는데 왕실 향로는 의례용과 일상용으로 나뉜다.

왕실과 불교의 향로

당시 고려 왕실은 조서를 받을 때나 공식 모임이 있을 때 꼭 향을 피웠는데, 이런 의례용 향로 중 대표적인 것이 세 발 솥 모양으로 다리가 달린 청자 정형(鼎形)향로다. 정형 향로는 중국 고대 청동기의 영향을 받아 고려만의 독자성을 갖춘 형태로 변해갔다. 국보 제60호인‘청자사자장식향로’ 와 같은 동물 장식 향로는 주로 왕실의 일상에서 썼다. 청자로 된 게 대부분인 왕실 향로와 달리 절에서 쓰던 불교 향로는 형태가 좀 더 다양하고 소재는 자기보다 금속이 많다. 대표적인 것이 향완(香垸)이다. 향완은 12세기 중반 이후 은실로 선을 박아 정교하게 무늬를 새기면서 더 화려해졌다. 용, 여의주, 구름, 번개 등 자연과 길상 문양, 범어 등을 정성껏 새긴 솜씨는 고려의 빼어난 세공술을 보여준다. 그 밖에 긴 손잡이가 달린 ‘손잡이향로(柄香爐)’, 고려시대에만 있었다고 하는 벽걸이 형태의 ‘거는 향로(懸香爐)’ 등 다양하고 독자성이 돋보이는 불교 향로들이 전시되어 있다. 그중 1168년 원주 법천사의 아미타법회에 사용했던 다양한 불교공양구를 최초로 전시한다.

마음을 정화하는 도구 향로

옛 선인들은 향에 스스로 몸을 태워 악취를 제거하는 실질적 기능 뿐 아니라 잡념을 없애 마음의 때를 씻어준다고 믿는 심리적 기능까지 있다고 믿어왔다. 그리고 이러한 향을 태워 아름다운 향기가 퍼져나가게끔 돕는 그릇인 향로는 여러 문인들이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며 시상이나 영감을 떠올리게도 하고, 옛 그림에서는 종종 향이나 향로가 여유로운 일상의 풍경과 함께 등장하기도 한다.이렇듯 향의 철학적 의미까지 담긴 향로는 향이 타오르며 내뿜는 오묘한 냄새의 하얀 연기와 일체가 되었을 때 비로소 기능적으로나 조형적으로 완성이 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전시실 한쪽 벽면에는 각각 다른 모양의 세 가지 향로에서 연기가 아스라이 피어오르는 모습의 영상이 설치되어 상영되고 있다. 또한 전시실 입구 한쪽에 향 피우기 체험 공간이 마련되어 있어 전시 관람의 여운을 분위기 있게 마무리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윽한 향기가 배어있는 전시, 테마전 <고려시대 향로>는 오는 2월 16일까지 계속된다.

글 | 국립중앙박물관 디자인팀 MUZINE 편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