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ZINE

50호


지금 박물관에서는 I

기획특별전 한국도교문화-행복으로 간는길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는 고대부터 조선시대까지 도교 문화의 양상을 보여주는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불로장생, 질병치료, 재물 획득처럼 세속적이고 현세적인 행복의 성취를 목적으로 하는 도교는 유교, 불교, 민간 신앙 등과 함께 우리 문화를 이루는 중요한 축을 담당해왔다. 최초로 전근대 시기 한국의 도교 문화 전반을 종합적으로 살핀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 생활에 스며들어 있는 도교의 자취를 찾아보자.

전시를 보러 가는길

달력의 마지막 장을 덮고 다시 첫 장을 여는 때가 되면, 지난 시간을 돌아보고 다가올 시간을 준비하게 된다. 매일 뜨는 해지만 새로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새해 소망도 빌어본다. 일반 사람들이 가장 많이 바라는 소망은 무엇일까? 대부분은 나와 우리의 안녕, 건강과 행복을 빈다. 시대가 달라지고 소망하는 사람이 달라져도 바라는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그렇게 변하지 않는 가치를 지닌 마음들은 오랜 시간 동안 생활 문화 전반에 스며들어 보편적인 공감을 이끌어내는 모티브를 제공한다. 때로는 본능처럼 때로는 종교처럼 소망하고 또 노력하는 우리의 삶은 세속적이고 현세적인 행복의 성취를 목적으로 하는 도교와 그렇게 관련을 맺어 왔다. 마침 달력을 바꾸는 시기. 국립중앙박물관이 준비한 <한국의 도교 문화> 전시를 찾아갔다.

행복을 향한 첫 걸음

기획전시실 앞에서 커다란 태극문양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도道는 하나를 낳고, 하나는 둘을 낳고 둘은 셋을 낳고, 셋은 만물萬物을 낳는다”는 『도덕경 道德經』의 문구가 옆에서 전시의 시작을 인도한다. 음양, 사상, 팔극처럼 동양사상의 근간을 이루는 개념부터 도교가 관련을 맺고 있다는 생각에 앞으로 진행될 전시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감이 커진다. 도교의 공식 전래는 7세기 고구려 때라는 설명이 포함된 전시 설명글을 지나면 강서대묘의 사신도 무덤벽화를 재현한 그림이 전시실 벽을 가득 채우고, 밝은 스포트라이트가 사신들을 입체화한 조각품을 비춘다. 거대한 규모의 평면 그림과 단단한 조각으로 쌍을 이루어 전시 공간을 연출한 청룡, 현무, 백호는 전시실에 첫 걸음을 들이는 관람객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도교의 영험한 세계로 인도한다.

1부:도교의 신과 의례

본격적인 전시의 시작은 도교의 신과 의례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신이 된 노자>, <하늘 · 땅 · 물의 신>, <나라 제사>의 3부분으로 구성된 1부 전시는 초기도교에서 신격화되어 도교 최고의 신으로 섬긴 태상노군(太上老君) 노자를 필두로 다양한 도교 신들의 계보와 명칭을 소개한다. 불교의 석가삼존과 유사한 배치를 보이는 도교삼존상 등을 통해 옥황상제나 원시천존과 같은 도교의 신을 만나기도 하고, 하늘, 땅, 물과 같은 자연을 신성시하여 만들어진 성수신(별자리신), 후토신(땅의 신), 용신(물의 신) 등을 살피다 보면 도교의 신들에게 올리는 제사와 관련한 전시가 이어진다. ‘재초(齋醮)’라고 불리는 도교의 신을 위한 제사는 고려시대에 특히 성행하여, 국왕의 수명장수와 기우(祈雨), 전염병 퇴진 등을 위해 국가 차원의 재초를 거행했다는 설명은 청자로 제작된 도교 인물형 연적, 향로 등의 유물을 새로운 시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성리학을 통치 이념으로 내세운 조선시대에 재초행사가 크게 축소되고, 16세기 말에 도교 행사를 주관하는 소격서가 전면 폐지되었다는 사실은 강한 폐지를 주장한 조광조의 문집 등을 통해 여실히 전달되며, 통 시대적으로 한국의 도교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2부:불로불사

전시 내부의 이동을 위해 짧게 지나치는 로비 벽에는 김홍도의 <바다 위의 신선들 海上群仙圖> 이미지가 크게 확대되어 있다. 곤륜산에 사는 도교 최고의 여성 신선 서왕모가 주최하는 요지연에 참석하기 위해 신선들이 지물을 지니고 바다를 건넜다고 하는 그림이다. 각양각색의 신선들이 왁자지껄 이동하는 모습을 따라 들어서는 두 번째 전시 공간은 도교의 중심개념 중 하나인 신선세계에 대한 공간이다. <신선의 세계 · 동천복지>, <신선이 되는 법>, <신선세계를 꿈꾸다> 등으로 구성된 2부는 조상들이 생각한 도교적 이상향과 신선이 되는 방법, 신선세계에 대한 동경 등이 구체적인 사례들로 펼쳐진다. 특히 2부에서는 고사 등의 문헌 설명과 실제 유물을 병치하는 전시 기법이 돋보였다. 다소 생소하거나 복잡할 수 있는 신선들의 세계를 보다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신선이 산다고 전해지는 ‘삼신산(三神山)’에 대한 『사기』의 설명과 이를 표현한 금동대향로, 전돌 등을 함께 전시하거나 대중에게 인기가 높았던 여덟 신선(팔선)에 대한 이름 및 설명 옆에 이들을 묘사한 회화를 배치하는 등의 연출은 마치 영화나 만화처럼 생생한 신선세계를 전달해주었다. 전시 동선 중에 터치스크린 방식의 키오스크 등을 통해 어린이 관람객에게 신선의 이름과 모습을 전달하는 장치 등도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전시실에 생기를 불러 넣으며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하였다. 신선 세계에 대한 소개는 그 세계를 동경했던 조상들의 모습을 다양하게 조망하고, 구체적으로 신선이 되기 위한 방법을 소개하는 흐름으로 이어지며 우리 문화에 깊은 영향을 미친 도교에 대해 두루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3부:수북강녕

전시는 자연스럽게 일상생활에서 도교의 영향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전개되었다. <함께하는 도교 - 도교와 유교, 불교, 그리고 동학>, <민간신앙과 도교> 등으로 구성된 3부는 구체적인 도교의 신들을 소개하며 복을 바라는 도교 문화가 다양한 종교사상과 소통하고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불법을 수호하는 인물로 도교의 신이 그려진 불화처럼 유 · 불 · 도 삼교(三敎)의 어우러짐을 형상화한 문학 및 회화 작품이 등장하였고, 『도덕경』이나 『장자』와 같은 도교 경전을 탐구하는 학자들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다. 19세기 말에 유행한 동학 (東學)이나 관우신앙, 다양한 민간신앙과 도교의 관계가 차례대로 보여 지는 전시실 끝자락 즈음에서는 한국 문화에 스민 도교 문화의 영향이 당초 생각보다 훨씬 넓고 깊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전시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생활 속에 깊이 뿌린 내린 문화로서의 도교를 상기하며 관람객이 소원을 빌어보는 체험공간이 펼쳐졌다. 소원의 벽으로 이름 붙여진 이곳은 칠성부 부적용지에 소원을 적고 각각 학문을 관장하는 문창제군, 수명을 관장하는 수성노인, 재물을 관장하는 관성제군의 벽에 걸도록 조성되어 있다. 전시를 둘러본 관람객들이 전시의 의미를 되새기고, 일상생활에서의 도교 문화를 체험해 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노란색 체험지에 올 해의 소망을 신중히 적어 넣고 전시실 문을 나설 때 즈음에는, 짧은 시간동안 도교라는 키워드를 통해 우리 문화의 역사를 관통해 본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희망에 찬 마음으로 내일의 행복을 향한 가벼운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었다.

글 | 국립중앙박물관 디자인팀 뮤진 MUZINE 편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