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ZINE

50호


뮤진 확대경

<뮤진 확대경> 코너에 대해
국립중앙박물관 뮤진은 2013년 새 개편을 맞아 <뮤진 확대경> 코너를 신설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유물 하나를 선택하여 집중 탐구해 보는 <뮤진 확대경>은 초 근접 촬영한 실사 이미지를 통해 육안으로 확인하기 힘든 유물의 세밀한 부분까지 상세하게 관찰해 보는 코너입니다. 뮤진에서 준비한 확대경을 통해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각의 유물 탐구 기회를 가져보시기 바랍니다.
  • 이번 뮤진의 집중탐구 유물은 무엇일까요?
  • 물가풍경 무늬정병
  • 새로운 시각의 유물탐구
  • 첨대
  • 첨대 받침
  • 병의목
  • 몸체
  • 주구

이번 호 뮤진 확대경을 통해 본 유물은 무엇일까요?
평소에 접하기 힘든 정밀 사진을 통해 우리 유물이 지닌 숨김과 드러냄의 매력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 긴 첨대의 모습입니다. 짙은 이끼가 낀 듯 보이는 색상은 오밀조밀한 바탕 질감이 느껴지는 표면과 만나 어딘지 신비로운 느낌을 줍니다. 올리브색에서 짙은 초록색까지 자연스러운 변화를 보이는 바탕색은 표면의 압출정도에 따라 서로 다른 각도에서 빛을 반사합니다. 어딘가 거칠지만 매끈해 보이는 바탕이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원통을 이루며 돌아가는 면 하단부에는 자유로운 선으로 풍경이 묘사되어있습니다. 구불거리며 서로 이어진 선들은 잎맥이 묘사된 나뭇잎 같기도 하고 중첩된 산의 모습 같기도 합니다. 빛에 의해 반짝이는 선의 느낌으로 그 재료가 금속임을 알 수 있습니다.

  • 긴 첨대를 고정 지지하는 받침대입니다. 한눈에 보아도 화려하기 그지없는 장식입니다. 금속판을 넓게 핀 후, 외곽부분은 짧은 직선으로 뇌문을 음각 새김하고, 안쪽 부분은 긴 곡선으로 당초문을 투각했습니다. 소용돌이가 휘몰아치듯 돌아가는 당초문은 긴 덩굴에 일정 간격으로 작은 덩굴이 묘사되어 화려함을 더합니다. 얇은 판 아래로 짙은 초록색의 바탕이 덧대지며 서로 자른 재질, 색상, 두께가 만들어 내는 조화를 잘 보여줍니다. 전체적으로 곡면을 씌운 모습인데, 판의 끝을 아래로 꺾어내려 아래 판과 맞물리게 만든 점이 인상적입니다. 대롱을 고정하는 이음새 역시 짧은 직선의 뇌문을 음각하여 복잡한 가운데 반복적인 문양 새김을 시도하였습니다.

  • 병의 목 부분입니다. 날렵하게 줄어들며 시원하게 뻗은 목의 모습이 가녀린 느낌을 줍니다. 자세히 보니 직선으로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살짝 휘어지며 내려가는 선의 느낌이 인상적입니다. 어깨를 만나며 안정적으로 퍼지는 모습이 상부와 대칭을 이룹니다. 너무 날카롭지도, 너무 평화롭지도 않은 비례가 안정적으로 보입니다. 중간에는 도식화된 구름 문양이 장식되어 있습니다. 총 4단을 이루는 구름 문양은 세로로 한 단씩 엇갈려 위치하는데, 위쪽 3단은 아래쪽으로 꼬리를 늘어뜨린 세로형 구름을, 마지막 단은 옆으로 꼬리를 늘어뜨린 삼산형 구름으로 장식했습니다. 전체적인 문양 배치는 아래에서 힘을 받아 위로 상승하는 것 같은 모습입니다.

  • 몸체의 모습입니다. 살짝 들린 어깨에서 점차 잘록하게 내려오는 형태가 안정감을 줍니다. 둥글게 팽창하는 모습이 풍만한 느낌이며, 몸체의 상하부는 여의두문을 한 줄 씩 둘러 화폭을 암시합니다. 드넓게 펼쳐진 360도의 화폭에는 물가의 정경을 여유롭게 묘사합니다. 갈대가 좌우로 흐드러지고, 수양버들이 늘어진 사이로 기러기 떼가 허공을 날아다닙니다. 찰랑거리는 물에는 오리가 떠다니고, 사람들이 배를 띄웁니다. 적절히 세부를 생략하며 공간을 구성한 수법이 대가의 드로잉을 연상시킵니다. 짙은 초록색 바탕에 자유분방한 선으로 묘사된 풍경은 원 재료가 금속이었음을 잊게 해 줄 정도로 유려한 느낌입니다.

  • 마지막으로 짧고 강해 보이는 주구(注口)를 살펴봅니다. 속에 들어 있는 액체를 따라 낼 때 양을 조절할 수 있도록 크게 2부분으로 나누어진 주구는 여닫이가 가능한 뚜껑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용하지 않을 때는 닫아 놓다가, 물을 따를 때 열어서 사용하는 뚜껑은 침대 받침 대처럼 뇌문 음각 새김과 당초문 투각 새김으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전체적인 뚜껑 판이 아래로 꺾어내려 판을 맞물리게 제작한 점도 첨대 받침과 공통점입니다. 주구를 장식한 문양은 주로 연꽃에서 모티브를 따왔는데, 둥근 상부는 동그랗게 봉우리 진 연꽃처럼 꽃잎의 단을 묘사하고, 긴 타원형의 하부는 옆에서 바라본 연꽃이 덩굴을 이룬 것처럼 묘사했습니다. 몸체에서 주구가 연결되는 부분은 마치 화염이 피어오르는 것 같은 모습의 꽃을 장식하여 화려함을 더합니다.

이번호 뮤진 확대경이 관찰한 유물은 국보 92호 청동 물가풍경 무늬 정병입니다. 균형 잡힌 형태감과 장식의 섬세함이 유난히 인상적인 이 유물을 박물관에서 다시 마주치게 되면, 스스로의 확대경으로 유물을 관찰해주세요. 이전까지와는 또 다른 유물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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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국립중앙박물관 문화교류홍보과 MUZINE 편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