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ZINE

50호


설렘을 간직한 시작

새로운 해가 떠올랐습니다. 어제와 다른 내일을 기대하며 새해를 맞이하는 우리의 마음은 설렙니다.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기 때문입니다. 새해 첫 뮤진에서는 ‘설렘을 간직한 시작’을 주제로 시작의 의미를 지닌 유물들을 모아 E-특별전을 준비했습니다.
일정하게 흐르는 시간 속에서 ‘시작’이 지닌 의미는 특별합니다. 앞으로 다가올 시작은 마음을 다잡고 새로운 일을 성취해 낼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해 줍니다. 지난 시간 속의 시작은 기억의 이정표가 되기도 하지요. 올 한해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 긴장과 설렘을 간직한 멋진 경험으로 여러분의 시간을 풍성하게 채우시기를 바랍니다. 새해 첫 E-특별전은 유물이 지닌 시작의 의미를 찾아 지금 전시를 시작합니다.

한반도 문명의 시작

주먹도끼

주먹만 한 돌이 있습니다. 끝은 뾰족하고 아래는 둥그스름한 형태입니다. 투박하게 깨져나간 모습이 물가에서 흔히 발견되는 돌 같아 보이지만 사실 인류 문명의 시작을 알리는 대표적인 구석기의 모습입니다. 주먹도끼라고 이름 붙여진 이 유물은 약 100만 년 전 한반도에서 살던 인류가 생존을 위해 제작했던 다기능 도구였습니다.
주먹도끼는 원석에서 떨어진 돌덩어리에 수차례 타격을 가하여 완성됩니다. 손아귀에 움켜쥐면 돌이 깨져나가면서 생긴 날카로운 측면으로 동물 가죽이나 식물 뿌리 등을 찢고, 자르고, 찍어낼 수 있는 생활용구로 활용되었고, 종종 땅을 파는 데도 사용되었다고 합니다. 체계적인 역사 기록이 없던 선사시대, 이 땅에 살았던 조상들의 생존을 책임졌던 주먹도끼는 한반도 문명의 시작을 알려주는 중요한 징표입니다. 또한 한반도의 주먹도끼는 동아시아 최초의 아슐리안(Acheulian)형 주먹도끼로 인정되어 세계 구석기 연구의 역사를 다시 쓰게 만들었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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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시작, 탄생의 축복

백자로 만든 긴 항아리입니다. 꼭 닮은 2개의 항아리는 바깥 항아리 속에 안쪽 항아리를 넣을 수 있게 생겼습니다. 봉긋하게 솟아오른 뚜껑 꼭지에는 사방으로 구멍이 뚫려 있어 몸통 윗부분에 붙은 4개의 고리와 연결하여 뚜껑을 고정시킬 수 있는 구조 입니다. 여러 가지로 신경 쓴 세부가 분명 귀중한 것을 담아 보관하기 위한 항아리였음을 짐작하게 해 줍니다.

백자항아리

조선시대 왕실에서 아기가 태어나면 출산 부속물인 태(胎)를 모시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태아의 생명력을 상징하는 태는 길일을 택하여 이중으로 봉안하였는데 이 때 사용하는 것이 도자기로 제작한 태항아리입니다. 왕손의 태를 담은 태항아리는 태어난 아기의 출생정보와 태의 매장시기를 기록한 지석(誌石)을 함께 묻고 태비(胎碑)를 세워 태실(胎室), 혹은 태봉(胎封)에 봉해졌는데, 이러한 과정은 왕실에서 따로 설치한 태실도감(胎室都監)의 주관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국가와 왕실의 안녕을 빌며 생명의 흔적은 모시는 절차는 새 생명의 잉태와 탄생을 축복하는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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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출발의 설렘

교지(백패)

임금이 내린 교지가 있습니다. 교지를 받는 사람의 직위, 성명 뒤에는 시험의 종류와 합격등급, 성적 순위를 기록하고, 교지를 적은 날짜를 적은 다음 어보(御寶: 왕의 도장)를 찍었습니다. 백패(白牌)라는 명칭을 가진 이 문서는 조선시대 과거시험 가운데 1차 시험에 해당하는 생원시와 진사시의 최종 합격자에게 전해진 합격증서입니다. 이 교지에 등장한 합격자 이주길(李柱吉)은 생원시험에 합격했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생원시험은 15세 이상 응시할 수 있는 소과시험 중 하나로, 유교 경전에 관한 이해를 측정하는 시험이었습니다. 평균 20~30년 이상 걸리는 준비 기간을 거쳐 과거시험을 통과한 합격자들에게는 성균관 입학 자격이 주어졌고, 성균관에서 수학한 뒤 대과를 통해 관직에 진출할 수 있었습니다. 오랜 노력을 통해 하나의 결실을 얻은 이들에게는 또 다른 선택과 시작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지요. 새로운 출발선에서만 맛볼 수 있는 기쁨과 설렘을 간직하며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는 여러분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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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성과

감은사 터 서탑 사리갖춤

20cm가 채 되지 않는 작은 유물이지만 뛰어난 솜씨를 보여줍니다. 금도금을 한 외함(外函) 네 면에는 불교에서 불법을 수호하는 사천왕상 부조가 붙어 있습니다. 외함 속에는 전각 모양의 사리기가 들어갑니다. 실제 건물처럼 난간을 두른 사리기는 기단 위에 안정적인 구조를 하고 있는데, 가운데 둥근 복발형의 장식 주위로 각종 악기를 연주하는 천인이 장식되어 있습니다.
손가락 마디 크기의 투명한 수정병이 전각 형태의 중앙에 들어갑니다. 섬세한 표현력이 돋보이는 이 유물은 경주 감은사 터 석탑에서 발굴된 사리 갖춤입니다.

감은사(感恩寺)는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직후인 682년경 신문왕(神文王)이 아버지 문무왕(文武王)의 명복을 빌기 위해 세운 절입니다.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던 시기, 왕을 중심으로 나라의 힘을 한 데 모아 건설한 새 시대의 건축이었던 것이지요. 1,000여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석탑만 남아있던 감은사 터를 발굴조사 했던 것은 1959년의 일이었습니다. 국립박물관이 앞장섰던 조사 당시, 상태가 좋지 않았던 서쪽 삼층석탑을 복원하기 위해 해체하는 과정에서 사찰 창건 당시 봉안한 사리 갖춤을 발견하였습니다. 1959년의 마지막 날, 12월 31일의 일이었지요. 다시 찬찬히 유물을 살펴보세요. 그리고 감은사 창건 당시의 새로운 도전과 국립박물관이 실시한 최초의 절터 발굴의 의미를 담은 유물을 앞에 두고 여러분의 시작을 준비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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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우리의 시작

설렘을 간직한 시작 전시의 마지막 전시장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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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국립중앙박물관 문화교류홍보과 MUZINE 편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