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ZINE

50호


글로벌코리아

브루클린 박물관 큐레이터 조안 커민스

다양한 인종들이 모여들어 거기에서 파생된 이국적인 문화들이 한데 어우러진 나라, 미국을 상징하는 단어인 ‘Melting pot’. 이 단어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가장 잘 보여주는 도시가 뉴욕이 아닐까? 당장이라도 폭발할 듯 사람과 건물이 밀집해 있는 뉴욕시의 다섯 개 자치구들 중 가장 많은 인구가 거주하는 브루클린은 90년대에 예술가 집단들의 이주 바람으로 인해 독립 예술 현장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독특한 문화적 공기를 지니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이곳에 소재한 브루클린박물관(Brooklyn Museum)은 회화, 공예, 조각 등을 망라한 약 150만점의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는 큰 규모의 박물관으로서 이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명소이기도 하다. 현재 브루클린박물관은 2015년 개관을 목표로 한국전시실을 포함한 아시아미술 전시실들을 전면 개편중이다.

이번 호 웹진에서는 브루클린박물관의 아시아미술 담당 큐레이터 Joan M. Cummins와 이야기 나누어 보았다.

본인소개 부탁드립니다.

답변 저는 브루클린박물관의 아시아미술 부문 담당으로서 파키스탄에서 일본까지, 동시대를 포함한 모든 연대의 문화에서 만들어진 미술품들을 다룹니다. 저의 전문분야는 인도미술로 브루클린박물관에서 일하기 전에는 컬럼비아 대학에서 박사학위 취득 후 보스턴미술관에서 7년 동안 인도미술 담당 큐레이터로 일했었습니다. 저는 일을 함에 있어 넓은 관점에서 다양한 유형의 아시아미술들을 다루는 것과 미술품을 대중적인 눈높이에서 해석하고 제시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브루클린박물관에서 일하는 것이 즐겁습니다.
아마도 브루클린박물관이 하는 일들 중에서도 가장 흥미로운 작업은 아시아 전시실들을 개편하고 확장하는 프로젝트인 것 같습니다. 3년 예정으로 진행 중인 이 프로젝트에는 새로운 조명과 쇼케이스 외에도 기후조절시스템의 대폭적인 개선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큐레이터의 시각에서 가장 흥분되는 것은 이번 기회에 아시아미술을 보여주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을 고안해 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브루클린박물관의현대화를 향한 몇 가지 움직임 중 하나는 한국미술품들을 위한 공간을 확대하는 것입니다. 조선시대 미술품을 보다 보완하여 회화나 의상처럼 빛에 민감한 유물들까지 포함하여 기존의 한국 전시실보다 전시품을 3배는 많이 보여줄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관이 소장하고 있는 멋진 도자기들뿐 아니라 가구, 칠기공예품 그리고 금속공예품들까지 더 많이 전시할 예정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한국 전시실은 독립적이고 분리된 공간을 확보하게 되어 더 이상 중국과 일본 사이에 초라하게 끼어있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브루클린박물관 큐레이터 조안 커민스 (Joan M. Cummins)

브루클린박물관의 한국 미술품 소장 규모는 어느 정도 입니까?

답변 브루클린박물관은 삼국시대에서 현대까지 아우르는 대략 700여점의 한국미술품들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주력인 도자기와 전통복식 뿐 아니라 고려시대 청동 그릇, 조선시대 가구 그리고 회화까지 광범위하게 컬렉션이 구성되어 있죠. 브루클린박물관의 한국미술컬렉션 중 가장 주목 받는 고려시대 청자 연꽃무늬 주전자와 삼존불 그림 같은 몇몇 명품 유물들이 한국미술에 대한 좋은 개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브루클린박물관 한국 전시실 모습

브루클린박물관에서 열렸던 한국미술 관련 전시들을 소개해주세요.

답변 브루클린박물관은 한국미술 수집과 전시에 있어서 긴 역사를 지니고 있습니다. 저희 박물관은 미국의 미술관들 중에서 호놀룰루미술관 다음 두 번째로 한국미술 전시실을 만들어 1974년에 공개했습니다. 한국 전시실은 항시 모든 미술품들을 온전히 전시하기에는 많이 협소하여 1987년에서 1988년까지 일 년 동안 ‘From the Land of Morning Calm: Korean Art at the Brooklyn Museum’이라는 제목으로 특별전을 개최했었습니다. 또한 1981년에 열린 특별전 ‘Korean Drawing Now’는 뉴욕에 소재한 주요미술관으로서는 유일한 한국현대미술 전시였습니다. 현재 브루클린박물관의 아시아미술 전시실들이 전시개편과 재건축으로 닫혀있기 때문에 한국미술품들은 전시되어 있지 않습니다. 2015년 말이나 2016년 초에 기존 전시실보다 약 3배가량 더 넓은 면적으로 재개관하여 한국미술품들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도자작품을 소개 해주세요

  • 청자 연꽃 무늬 주전자 고려 12세기 중반 브루클린박물관 소장
  • 용 무늬 항아리 조선 17세기 중반 브루클린박물관 소장
  • 김모여재도 조선 1911년 브루클린박물관 소장
  • 상여 조선19세기 브루클린박물관 소장

답변 물론 저희 미술관의 가장 중요한 한국미술품은 12세기 청자 연꽃무늬 주전자입니다. 이 유물은 뚜껑에 갓 피어난 꽃봉오리가 손잡이에 앉은 나비와 교차되는 기발한 표현과 표면에 양각된 문양이 돋보이도록 사용된 절제된 퇴화기법 등이 매우 아름답고 정교합니다. 그리고 이것의 색감 또한 감탄을 자아냅니다. 가까이 들여다보면 빛이 나는 것 같습니다.

또 다른 도자기는 18세기 백자 용 무늬 항아리입니다. 이 유물은 중앙이 넓어지는 매우 극적인 형태를 지녔으며 가장 눈에 띄는 표현은 항아리를 두르며 자유로운 필치로 그려진 용 그림입니다. 용의 형상이 매우 간결하고 빠른 필치로 생동감 있게 그려져 있으며 항아리의 어느 각도에서 봐도 그림이 아름답게 표면을 적절한 비율로 잘 메우고 있어, 이 도자기를 만든 작가는 분명히 뛰어난 명인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저희 박물관에는 아주 멋진 회화들이 몇 점 있지만 저는 최근 조상신을 모시는 사당 그림인 감모여재도에 관심이 매우 많습니다. 다른 그림들과 달리 1811년에 그려진 이 감모여재도는 왕과 왕비의 영혼을 모신 사당을 매우 큰 화폭에 그려 넣었습니다. 그림에 적힌 글에는 제작연대와 함께 “동향각에 걸려있었다”고 쓰여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다른 감모여재도와 달리 이 그림은 일반서민들이 조상신을 기리기 위해 그린 것이 아니라 왕실에서 조상신을 기리고 공공장소에 걸기 위해 제작되었다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그림 속에는 지붕 위 벽면에 작게 그려진 대나무, 소나무의 이미지처럼 아기자기한 재미를 느끼게 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 청자 연꽃 무늬 주전자
  • 용 무늬 항아리
  • 김모여재도
  • 상여

장례에 사용되었던 가마 또한 조상숭배 전통에서 온 것입니다. 이러한 유물들은 서방국가 컬렉션에서는 거의 보기 힘들죠. 이 유물은 뛰어난 솜씨로 조각된 나무판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렇듯 세심하게 공들인 조각은 한국의 전통에서 조상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한국인이 아닌 관람객들은 보통 조상숭배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을 테지만, 제가 가마와 감모여재도를 한국인과 한국계 미국인 관람객들에게 보여주었을 때 그들은 이 유물들이 그들의 전통유산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반영한다고 말하더군요.

최근 조선시대 왕실에서 사용되었던 투구가 브루클린박물관 수장고에서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이 유물을 일반 관람객들에게 공개할 계획이 있으신지요?

갑옷 조선 19세기 천 위에 구리 도금장식 106.7 x 110.5cm 브루클린박물관 소장

답변 뉴스에 등장했던 조선시대투구와 갑옷은 현재 보존 처리중으로 2015년에 한국 전시실을 재개관하면 공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브루클린박물관에는 세계 곳곳을 다니며 현존하는 한국의 갑옷들을 조사하는 한국 연구원들이 방문했었습니다. 그들은 투구와 갑옷외에 우리 관이 소장중인 다른 두벌의 군복들도 조사했고, 이 투구와 갑옷은 왕이 아닌 왕실의 누군가를 위해 제작되었을 것이라며 착용했던 사람에 대해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누가 입었던 상관없이 우리는 이 투구와 갑옷이 희소가치가 높은 유물이 라는 것을 알고 매우 소중히 다루고 있으며, 내년에 재개관하는 한국 전시실에서 관람객들에게 공개하려 합니다.

투구 조선 19세기 가죽, 칠기천, 구리에 도금 높이25.4cm 브루클린박물관 소장

	뉴욕은 한인사회가 크게 형성이 되어있는 지역 중 하나이지만, 여전히 서구인들에게 한국미술과 문화는 
                    낯선 분야라고 알고 있습니다. 관람객들은 한국미술을 어떻게 평가하나요?

답변 뉴욕사람들이 한국미술에 친숙해지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멉니다. 뉴욕에 많은 한국인들이 거주함에도 불구하고 뉴욕 내 학교들은 한국보다는 중국과 일본문화를 가르치는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전시실 문을 닫기 전 우리는 매우 적은 숫자의 한국 전시실 학생단체관람 요청을 받았었습니다. 저희 계획의 일부는 뉴욕 내 학교의 선생님들과 전시실 도슨트들을 동시에 교육시킴으로써 한국미술이 이 지역 미술교육의 역동적인 한 부분이 되도록 만드는 것 입니다. 한국전시실을 중국, 일본 그리고 인도와 같거나 더 넓게 확장하여 한국 미술이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는 중요한 문화라는 메시지가 전달되길 바랍니다. 저희는 사람들이 한국의 전통과 문화에 대해 모른다면 아시아문화 전체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으면 합니다.

한국미술관련 교육 프로그램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답변 브루클린박물관은 수 십 년 동안 박물관교육 분야를 선도해왔습니다. 저희 박물관 교육 프로그램은 일반 대중들에게 무려로 제공되며 출석률이 매우 좋기로 유명하죠. 지금 당장 저희 전시실들이 공사 중인 관계로 한구미술관련 프로그램은 그다지 많이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향후 일 년 내로 지역 내 학교선생님들과 도슨트 교육을 위주로 하여 다시 프로그램을 재개할 예정입니다. 한국 전시실이 새로이 문을 열면 새 전시실에서의 가족대상 프로그램 뿐 아니라 한국 미술과 문화 공연프로그램도 진행할 것입니다.

브루클린박물관 한국 전시실 모습

앞으로 박물관의 한국 미술 관련 계획을 소개해주세요.

답변 브루클린박물관은 지난 몇 년 동안 한국의 학술단체들과 일을 해왔습니다.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는 국립문화재연구소와 공동으로 진행한 한국미술 소장품들에 대한 종합적인 조사연구로 2006년에 보고서가 출간되었죠. 현재는 국립중앙박물관과 2015년 개관 예정인 새 한국 전시실 개편안을 작업 중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보다 향상된 전시기법과 유물에 대한 해석으로 우리의 멋진 소장품들에 공정을 기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해주고 있습니다. 우선은 브루클린박물관의 한국미술품들을 잘 이용하여 전시를 구성한 후에 한국 박물관들과 특별전을 위해 협업하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저희는 현재 브루클린박물관의 소장품들로 구성된 순회전시를 계획하고 있어 한국 관람객들에게 선 보일 날을 고대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및 정리 - 국립중앙박물관 디자인팀 뮤진MUZINE 편집실 / 사진제공-  브르클린박물관 (www.brooklynmuseu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