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ZINE

49호


지금 박물관에서는 II

메트로폴리탄박물관 특별전 황금의 나라 신라 개막

태평양을 건너 날아간 자랑스러운 신라의 유물들이 뉴욕의 가을을 황금빛으로 물들였다. 신라의 문화와 예술을 주제로 서구에서 개최되는 최초의 기획전시인 특별전 ‘황금의 나라, 신라(Silla : Korea’s Golden Kingdom)’가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에서 11월 4일부터 일반관람객들에게 공개되었다. 이번 호 뮤진에서는 메트로폴리탄박물관 특별전 ‘황금의 나라, 신라’를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5년간 정성을 쏟은 야심찬 전시

특별전 ‘황금의 나라, 신라’는 2008년 메트로폴리탄박물관 큐레이터인 드니스 라이디(Denis Party Leidy)의 국립경주박물관 방문을 계기로 개최가 결정된 이후 약 5년 동안이나 국립중앙박물관, 국립경주박물관 및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이 심혈을 기울여 준비해 온 전시이다. 특히 전시를 앞두고 유물의 훼손우려로 논란을 빚다 극적으로 국외반출이 허가된 국보 83호 반가사유상의 전시출품을 위해 메트로폴리탄박물관장인 토마스 캠벨(homas P. Campbell)은 직접 방한까지 했었다.
이번 특별전은 연 5회 가량 개최하는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의 메인전시들 중 하나로서 2011년 조선시대 분청사기를 67점 전시하며 화제를 모았던 ‘흙으로 쓴 시(Poetry in Clay)’이후 2년 만에 개최하는 한국관련 전시이다. 게다가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신년으로 인해 휴일이 잦은 기간 중에 편성된 전시일정과 더불어 전시장소도 박물관에서 가장 많은 관람객이 몰리는 1층 그리스·로마전시실 옆에 위치해 있어 이번 전시는 관람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최적의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참고로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의 연 평균 관람객수는 600만 명이라고 한다. 개막식 행사에서 토마스 캠벨 관장은 “신라왕국의 눈부신 예술문화를 직접 보고 느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이다. 아름다움과 풍부한 역사를 자랑하는 유물을 통해 관람객들은 신비로운 왕국의 세계로 인도될 것”이라며 이번 특별전을 소개했다.

천년동안 쌓아올린 신라의 찬란한 문화

신라는 한반도 동남부의 작은 나라로 시작하여 한반도 전체를 최초로 통일한 국가로, 역사기록에 의하면 서기전 57년부터 935년까지 천년에 가까운 오랜 기간 동안 번성하였다. 4~6세기 신라에서는 높이 20m 이상의 거대한 무덤을 만들고 금관을 비롯한 많은 황금 장신구를 왕과 함께 묻었다. 신라는 527년에 불교를 국가의 공식 종교로 받아들이고 찬란한 불교문화를 꽃피웠으며, 통일 뒤에는 정복한 나라의 문화를 융합하여 독특하고 아름다운 문화를 남겼다. 이 흔적은 신라의 수도였던 경주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데 통일신라시대의 경주에는 크고 작은 절들이 하늘의 별처럼 많고 탑들이 기러기처럼 늘어서 있었다고 전한다. 8세기 무렵의 경주는 중국 당의 수도 장안(시안)에 비견할 수 있을 만큼 세련된 국제도시였다. 그러나 세계인들은 한반도에 천년동안 높은 수준의 문화를 유지해온 왕국이 있었다는 것을 잘 알지 못한다. 이 전시는 신라를 세계에 본격적으로 선보이는 기회가 될 것이다.

총 3부에 걸쳐 펼쳐지는 신라의 눈부신 예술세계

미국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유물들이 출품된 이번 전시는 크게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4~6세기 신라의 고분에서 출토된 유물들을 중심으로 신라의 문화 중 가장 독특하다 할 수 있는 황금문화의 진수를 보여준다. 당시 왕의 상징물인 금관과 금제허리띠를 비롯해서 고깔 형 모자, 새 날개 모양 장식, 목걸이, 팔찌, 귀걸이, 신발 등 신라의 상징적인 유물들을 비롯하여 토우, 각배와 통일신라의 인화문 토기 등 다양한 신라 토기를 전시하였다. 2부에는 신라의 활발한 대외교류를 주제로 하여 ‘국제성’을 드러내주는 유물들을 전시하였다. 신라는 한반도 동남쪽 끝에 자리하였으나 고립되지 아니하고 가까운 중국, 일본은 물론 멀리 서아시아와도 교류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고 자신의 문화를 밖으로 내보냈다. 이러한 외부 세계와의 끊임없는 접촉은 신라문화를 융성하게 했으며 2부는 이런 모습을 설명하고자 하였다. 먼저 서아시아 및 중앙아시아와의 교류를 상징하는 계림로 보검과 로만 글라스를 소개하고, 통일신라시대 직접 교류의 결과물인 서역 사람이 새겨진 석조물과 토용, 그리고 중국에서 수입한 당삼채와 도자기를 전시하였다. 3부는 융성했던 불교문화를 보여주는 공간으로 반가사유상을 비롯하여 안압지 출토 판불상, 감은사 서탑 사리장엄구와 황복사지 삼층석탑 출토 금제여래좌상 등을 전시하고 충남 서산출토 대형 철불이 마지막을 장식하여 장엄한 불국토를 꿈꿨던 신라인의 염원을 느끼도록 하였다.

뛰어난 한국의 문화 유산을 자랑할 기회

이번 특별전을 계기로 2015년에는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소장 명품을 국내에서 소개하는 교환전시도 개최될 예정이라고 한다. 한편 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이번 전시는 신라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특히 신라가 한반도에 고립된 나라가 아니라 유라시아 등과 교류한 역사를 포함해 정말 신라문화의 진수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현지 관람객들은 “이번 행사를 통해 신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얻었다”며 금 귀걸이, 금관 등에서 보여 지는 뛰어난 세공기술과 조형미에 감탄하고 있다. 또한 황금보검과 로마네스크 양식의 유리잔 등에는 학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별전 ‘황금의 나라, 신라’는 내년 2월 23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천년왕국 신라’의 다양한 면모를 세계인들이 발견하고, 그간 K팝 등 대중문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한국 전통문화유산의 홍보에 도움이 될 것을 기대해본다.

글      국립중앙박물관 디자인팀 MUZINE 편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