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ZINE

49호


지금 박물관에서는 I

우리가 몰랐던 아프리카 미술의 매력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아프리카, 그 중에서도 대륙의 가장 오지라 할 수 있는 중앙아프리카의 문화를 소개하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프랑스 케브랑리박물관이 2013년 10월 22일부터 2014년 1월 19일까지 공동으로 주최하는 특별전 <콩고강 - 중앙아프리카의 예술>은 피카소, 마티스, 브라크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19세기~20세기 유럽의 화가들에게 미학적으로 큰 영향을 끼친 아프리카 원시 미술의 다양한 면모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이다.

5년간 정성을 쏟은 야심찬 전시

전시장에 들어서면 어두컴컴한 조명이 압도하며 아프리카 정글 속에 내던져진 듯 강렬한 북소리의 민속음악이 귓가를 때린다. 한편 전시장 중간 중간에 길게 드리운 검정색의 발들은 전시품 속에 스며들어 있는 원시적 분위기를 한층 고조시키는 시각적 효과를 낸다. 아프리카 부족의 의식행위를 보여주는 전시장 한쪽 벽면에 비춰진 영상이 진열장 유리에 반사되어 전시품들의 신비로운 매력을 배가시킨다. 당대 유럽의 화가들을 매료시켰다는 가면들과 조각상들 속에는 피카소가 그린 아비뇽의 처녀도 있었고 모딜리아니가 그린 눈동자 없는 여인의 초상도 있었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71점의 유물들은 모두 프랑스 케브랑리박물관의 소장품이다. 프랑스 파리에 소재한 케브랑리박물관은 서구 문명과 접하기 이전의 비서구권 지역의 토착유물을 소장, 전시하고 있다. 이 박물관은 2006년 설립되어 오세아니아,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의 토착 예술품, 문화 유물 등 26만 7000여 점을 소장하고 있으며, 5500여 점이 상설 전시되고 있다.

아프리카 미술을 보는 세 가지 관점

아프리카대륙의 심장을 관통하는 4,700여km 길이의 콩고강. 이곳에 약 3000년 전 서아프리카에 살았던 농경민인 반투족이 대거 이주하여 자리 잡은 뒤 풍부하고 다양한 문화를 이룩하였다. 이번 전시는 열대우림과 대초원을 배경으로 형성된 콩고강 유역의 다양한 예술 세계를 ‘심장 모양 가면’, ‘조상 숭배’, ‘여인상’ 등 세 가지 섹션으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다.

나무나 상아로 만들어진 심장 모양 가면은 부족의 다양한 신과 정령들을 극도로 단순화시킨 추상적인 표현으로 형태를 빚은 것이 특징이다. 가면을 쓴 사람들은 ‘신의 대리자’로서 가면에 의해 부족의 조상이나 신 등 초자연적인 존재로의 변신을 꾀한다. 아프리카인들은 가면을 쓰고 춤을 추거나 주문을 외우는 등의 의식 행위로 주술적인 힘을 얻어 그들의 소망을 발현시키고자 했다. 기이한 형태를 한 가봉 쿠엘레족의 둥근 뿔이 달린 가면 등이 이에 해당되는 유물이다.

조상 숭배는 중앙아프리카 사람들의 삶에 있어 보편적인 신앙과 같은 부분이다. 그들에게 조상은 신과 산 자를 연결하여 가족을 보호하는 방패 막으로 여겨졌다. 때문에 많은 부족 들이 선조의 뼈와 두개골을 유골함에 보관하였고 그 위에 조각상을 두어 유골 수호자로서의 역할을 하도록 하였다. ‘강한 힘을 지닌 조각상’을 뜻하는 은키스 은콘디, 수호자상, 의례용 도끼 등이 이와 관련 있는 유물들이다. 사바나 내 많은 반투족 집단은 모계 사회를 형성한다. 이 지역에서 여성은 통치자, 사제, 존경 받던 어머니, 명성이 높은 조상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또한 생명을 주고 양육하는 존재로서 여성은 조상과 앞으로 탄생할 세대를 연결하는 은유적인 존재로 부각되었다. 걸상의 형태를 한 여인상들이나 여성의 가면들에서 나타나는 심미적인 표현들로 그들의 여성관을 엿 볼 수 있다.

아프리카 미에 빠진 유럽 화가들

19세기말∼21세기 초 유럽의 식민지였던 아프리카는 넘치는 예술적 생동감으로 오히려 유럽 본토를 압도했다. 기이한 조형성, 원시적인 표현기법, 양식화된 묘사 등은 사실적인 표현에만 매달려 있던 파리의 젊은 화가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리하여 피카소, 브라크, 마티스, 블라맹크, 드랭 등은 아프리카 미술의 파격적인 표현 방식을 작품에 구현했다. 이후 그들은 큐비즘(Cubism) 혹은 포비즘(Fauvism)이라는 새로운 미학적 근원을 제공했고 더 나아가 표현주의, 초현실주의, 추상주의에도 영향을 줬다. 따라서 아프리카 미술의 원초적, 주술적 생명력은 현대 미술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새로운 미술적 토대를 제공했다.

이번 전시와 관련 스테판 마텡 케브랑리박물관장은 “우리 박물관은 사람들이 흔히 찾아볼 수 없는 생소한 문화를 널리 알리는 것을 중요시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에 계신 분들도 아프리카의 걸작들을 직접 보고 체험할 기회를 드리게 돼서 기쁩니다.”라며 소감을 피력했다. 아프리카 지역의 미술품들은 그동안 간간히 국내에 소개되곤 했었지만 서구권의 미술전시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여전히 낯설고 신비롭기까지 하다. 기발한 표현력의 가면들과 조각상들을 감상하며 어쩌면 피카소보다 더 앞섰다고도 할 수 있을 아프리카의 이름 모를 예술가들의 손길과 영혼을 느껴본다.

글      국립중앙박물관 디자인팀 MUZINE 편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