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서쪽에 위치하여 일본 내 '제2의 도시'로 불리우는 오사카 시 중심부에는 1982년에 설립된 세계적인 동양도자 컬렉션을 자랑하는 오사카 시립 동양도자미술관이 자리하고 있다. 건물의 앞뒤로 강이 흘러 운치 있는 풍광이 박물관 유리창 밖으로 펼쳐지는 이곳에는 국보급 수준의 빼어난 중국, 일본 그리고 한국도자들을 전시하고 있어 오사카를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이번 호 웹진에서는 오사카 시립 동양도자미술관에서 한국도자를 담당하고 있는 정은진 큐레이터와 이야기 나누어 보았다.

답변 저는 교토시 소재의 리츠메이칸 대학교(立命館大学) 대학원에서 고고학을 전공하고, 일본도자기를 연구했습니다. 현재는 오사카 시립 동양도자미술관 에서 한국도자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리츠메이칸 대학에서 석사논문을 준비하고 있었을 때, 오사카 시립 동양도자미술관의 학예원 모집에 지원을 해서 2008년에 채용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한국도자 담당자로서 한국도자의 조사연구, 보존, 수집전시, 보급 등 다방면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오사카 시립 동양도자미술관 정은진 큐레이터

답변 오사카 시립 동양도자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한국도자는 약 1200점에 이릅니다. 그 기초가 된 것은 ’아타카 컬렉션’입니다. 이것은 예전 일본의 10대 상사 중 하나였던 아타카산업주식회사의 기업컬렉션이며, 1950년대 이후에 이 회사의 회장이었던 아타카 에이치 씨에 의해 엄격하게 선택, 구입된 것입니다. 아타카 컬렉션은 중국도자와 한국도자가 중심이 되어 있습니다만, 특히 고려, 조선시대의 작품에 한정된 약 850점에 이르는 한국도자는 한국 내 컬렉션들 이외에 질과 양에 있어서 세계 최고 수준의 컬렉션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재일한국인이신 이병창 박사가 일본에서 수집한 한국도자 약 300점의 컬렉션이 있습니다. 한국도자의 개인컬렉션으로서는 역시 세계적인 양과 질을 자랑합니다. 이병창 박사님의 컬렉션은 “한국도자문화의 세계적인 발양과 재일한국인의 긍지와 희망의 양식이 되기 위하여” 라는 이 박사님의 소망 속에서 1999년에 기증되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저희 미술관은 최고의 한국도자를 소장하게 되었습니다.

오사카 시립 동양도자미술관 한국도자실 입구 전경

답변 한국도자기는 주로 고려시대와 조선시대로 나뉘어져 있습니다.특히 고려청자는 세계적으로도 높게 평가 받고 있으며, 많은 뛰어난 작품들이 해외 미술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누가 봐도 인정하는 보편적인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중국도자에도 뒤떨어지지 않는 아름다운 유색과 조형, 독창적인 상감기법, 조용한 풍취에 그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조선시대의 도자기는 분청(분장회청사기)과 백자가 있습니다. 분청은 고려청자의 기법을 기초로 백장토를 다채롭게 구사함으로써 민족적인 특색이 더욱 강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자연스러운 조형, 힘차고 활달한 문양, 소박한 분위기는 중국과 일본의 도자에서는 볼 수 없는 특징입니다.이중에서는 근세 일본 다인(茶人)의 미의식에 적합하다하여 일본에 들어오고 대대로 전해져 현재도 여러 미술관에서 소중하게 보존되어 있는 것이 다수 있습니다. 또한 단순하고 순수한 백자는 검소와 실용을 중요시하는 유교사상의 영향으로 조선시대에 활발하게 제작되었습니다만, 같은 시기의 중국에서는 오채(五彩), 일본에서는 이마리 도자기(Imari wares) 등 유색이 화려한 도자기가 유행하고 있던 때라 경향이 크게 다르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답변 저희 미술관에는 뛰어난 작품이 많이 있습니다만, 그 중에도 문양에 독특한 매력이 있는 작품 2점을 소개하겠습니다. ‘분청 철화 연못 새 물고기 무늬 장군(粉青鐵畵蓮池鳥魚文俵壺)’과 ‘백자 철화 풀꽃무늬 항아리(鐵砂草花文壺)’입니다. 앞에 말한 분청사기는 액체를 넣는 용기인데, 형태에 균형이 잡혀 있고, 유색도 약간 파란색을 띠고 있어 아름다운데다가 탁월한 솜씨의 그림이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명품입니다. 연못에 노니는 물총새, 물고기와 연꽃에 해오라기의 그림은 단순하지만 힘있는 필치로 선화(禪畵)적인 분위기조차 느껴집니다. 그리고 백자항아리는 항아리의 동체부분을 전부 채운 원기가 넘치는 꽃이 봄의 힘찬 기운을 받아 팡팡 소리를 내면서 터지듯이 피어난 것 같습니다. 항아리의 형태는 문양과 잘 들어맞아서 밸런스가 잘 잡혀 안정감을 느끼게 합니다.

답변 한국도자기는 중국이나 유럽의 것에서는 느껴지지 않는 독특한 따스함이 깃들여져 있어 인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특히, 조선시대의 도자기는 보는 이에 따라서 평가의 기준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조선도자의 본질적인 의미를 이해하는 분들은 저희 조선시대 도자 컬렉션의 품격을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답변 저희 미술관은 한국도자 이외에도 중국과 일본의 도자를 상설전시 하고 있습니다만, 각각 도자기의 매력을 최대한으로 살리기 위해서 전시실마다 분위기를 바꾸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한국도자실은 천정이 낮고, 조명을 어둡게 해서 방안에서 도자기를 접하는 것처럼 효과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진으로부터 도자기를 지키기 위해 독자적으로 지진방지대를 개발하여 전시실에 적용하였습니다. 특히, 조명에 크게 신경을 써서 천장에서 자연광을 직접 도입한 자연채광실에서는 도자기 본래의 색상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인공조명에도 특수한 LED를 적용함으로서 작품의 특징이 눈에 띄게 하여 전시효과를 올리고 있습니다. 또한 미술관의 앞뒤로 강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조용하고 침착한 풍경 속에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적 요건을 갖추고 있으니 그러한 점들을 방문 전에 미리 알고 오시면 관람을 더욱 의미 있게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