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ZINE

48호


박물관이 신났다

2013년도 국립중앙박물관 글짓기.그리기대회

박물관의 대표적 관람객 대상 서비스인 전시해설프로그램은 일반적으로 관람객이 리플렛 등을 들고 해설사를 따라다니며 설명을 듣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북적거리는 관람객들 속에 파묻혀 앵무새처럼 작품설명을 읊어대는 해설사를 종종걸음으로 쫓아다니기 바빠 다리품만 팔고 남는 것이 없었던 경험은 흔히들 한 번씩은 겪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천편일률적인 방식을 탈피하고자 다양한 전시해설 서비스들이 개발되고 있는데 최근에는 모바일 도슨트, 일대일 맞춤형 서비스에서 로봇 도슨트까지 등장했다.
이러한 다채로운 서비스의 트렌드에 맞춰 개발된 국립중앙박물관의 '스마트 큐레이터' 프로그램은 전통적 방식의 전시해설프로그램에 태블릿PC용 앱(app)이 더해져 스마트기기에 친숙한 요즘 관람객들의 흥미를 끌고 있다.

이번 호 웹진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의 대표적 전시해설프로그램으로 자리 매김해가고 있는 ‘스마트 큐레이터’프로그램의 진행 현장을 따라가 보았다.

지난 해 3월 첫 운영을 시작한 스마트 큐레이터 프로그램은 토요일 사전예약제로만 운영하던 것을 2013년 3월부터는 화요일에서 금요일, 일요일에도 신청을 받아 더 많은 관람객들에게 참여기회를 확대하였다. 이와 더불어 '관장님이 추천한 우리 관 명품', '불교미술로 보는 우리 역사', '조선시대 관료의 길', '미술품 속에 담겨진 숨은 이야기' 등 다양한 총 10개의 주제별 코스가 만들어졌다. 그간 박물관을 방문했던 관람객들의 관심주제·연령· 직업·호응도 등에 대한 분석이 코스를 설정하는데 반영이 되었다고 한다.

전시관람의 좋은 동반자 태블릿 PC

스마트 큐레이터 프로그램의 가장 특징적이고 차별화된 요소를 꼽으라고 하면 단연 관람객들에게 무료로 하나씩 제공되는 태블릿PC라고 할 수 있다. 태블릿PC 속에는 각 코스별로 개발된 앱이 담겨있어 전문해설사의 설명과 더불어 훌륭한 보조 자료 역할을 해낸다. 전문해설사가 말로 다 설명하기 힘든 부분은 관람객들로 하여금 직접 앱을 클릭하게 하여 그림과 동영상으로서 이해를 돕는다. 예를 들어 청동기나 철불의 제작과정 등은 언뜻 설명만 들으면 이해가 잘 안가지만 앱 속에 그림으로 나타내어진 제작과정을 클릭하다 보면 그제 서야 비로소 고개가 끄덕여진다. 게다가 일찌감치 스마트미디어에 익숙해져버린 어린이들이나 청소년들에게는 전시해설프로그램의 지루함을 덜어주어 참여도와 집중도를 높여준다. 동적인 화면에 사운드까지 곁들여져-앱 '금속, 청동 검에서 철불까지'에서는 동종을 클릭하면 종소리가 난다-그야말로 ‘오감’으로 체험하는 전시 관람이 된다.

세심히 설계된 주제별 관람코스

또한 단순히 전시관의 배열순이나 연대순이 아닌, 주제에 적합한 유물들을 골고루 돌아볼 수 있게끔 짜여 진 코스동선은 주제에 대한 심도 있는 접근을 가능케 한다. 예를 들어 '금속, 청동 검에서 철불까지'에서는 청동기실, 가야실, 불교조각실, 금속공예실 등 박물관 내 여러 전시실을 들러 청동 검, 갑옷, 철불, 동종 등의 유물을 감상하고 ‘금속’의 여러 가지 쓰임새, 제작기법 등을 훑어 볼 수 있도록 하여 참여자들의 주제에 대한 깊이 있는 관람을 유도한다.

맞춤형 전시해설 프로그램

프로그램 운영 시작 후 약 1년 반 동안 약 2,500여명 이상의 관람객들이 스마트 큐레이터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간 참여자들의 반응을 분석했을 때 재미있는 점은 연령이나 직업 등에 따라 선호하는 관람코스가 다르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공직자들에게는 ‘조선시대 관료의 길’, 어린이들에게는 '미술품속에 담긴 숨은 이야기', '금속, 청동 검에서 철불까지' 등이 인기가 있다. 스마트 큐레이터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고 있는 국립중앙박물관 고객지원팀에서는 그 동안 다양한 코스들을 개발해왔듯이 앞으로도 특정 계층의 관람객을 대상으로 하거나 특화된 주제를 담은 코스들을 추가할 예정인데, 연인과 가족을 위한 코스인 '인생은 아름다워(가제)', 동·서 문명 교류사로 보는 '이스탄불에서 경주까지(가제)' 등이 새로이 추가될 것이라고 하니 그 내용이 기대가 된다.

촬영 및 글-국립중앙박물관 문화교류홍보과 MUZINE 편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