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전이 열리고 있는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입구 한쪽 벽면은 짙은 푸른색으로 가득 메워져 있다. 일명 ‘코발트블루’로 불리우는 이 색은 이란을 비롯한 중동지역에서 생산되는 코발트 광물의 색상이자 이슬람 문화권에서는 성스럽게 여기는 색이기도 하다. 이번 호 뮤진에서는 코발트블루만큼 강렬한 미감을 주는 이슬람 미술품들이 한껏 펼쳐져 있는 기획특별전 <이슬람의 보물>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국립중앙박물관이 2013년 세계 문명전 시리즈의 하나로 준비한 <이슬람의 보물, 알사바 왕실 컬렉션> 전시는 쿠웨이트 왕실이 수집한 이슬람 미술 컬렉션을 소개하는 전시이다. 한국과 쿠웨이트의 문화 교류 협정 체결 30주년을 기념하여 개최된 이번 전시에는 오랫동안 이슬람 종교를 믿어온 지역의 문화를 소개하기 위해 금속, 도자, 서예, 그림은 물론 건축 관련 자료까지 총 367점의 유물이 소개되었다. 이번 전시에 소개된 유물들은 쿠웨이트 왕실의 일원인 나세르 사바 알아마드 알사바와 그의 아내 후사 사바 알살렘 알사바가 1970년대 중반부터 수집한 것으로,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고 광범위한 미술 컬렉션 중 하나로 인정받는 ‘알 사바 컬렉션’의 일부이다.
8~10세기에 해당하는 이슬람 미술의 기원, 11~13세기를 보여주는 이슬람 미술의 다양한 전통, 14~15세기 이슬람 미술의 성숙기와 16~18세기 이슬람 미술의 전성기는 순차적으로 이어지며 관람객을 이슬람 문화의 세계로 인도한다. 아라비아의 우마이야 왕조와 아바스 왕조를 시작으로 발전한 이슬람 미술은 로마를 계승한 비잔티움 제국, 사산왕조 페르시아 등 주변지역의 영향을 받으며 형성되었고, 종교의 확산을 따라 여러 지역으로 퍼져나가며 다양한 지역 특성에 맞는 이슬람 미술 전통을 성립시켜 나갔다. 몽골제국의 영향으로 중국에서 유행한 연꽃, 구름, 모란, 용 등의 모티브가 유입되고 티무르 제국의 침략으로 중앙아시아와 서아시아 문화를 하나로 연결시킨 ‘국제적인 이슬람 양식’을 발달시키며 이슬람 미술의 전성기를 누린 모습 등이 세세한 유물 설명과 함께 소개되었다.
이슬람 미술품에 널리 사용된 장식으로 ‘식물무늬의 장식화, 아라베스크’를 따로 조명하여 꽃과 잎사귀, 식물 덩굴 등이 어우러져 자연을 양식화하여 표현한 다양한 유물을 소개한 부분이나, 직선과 곡선 등의 요소로 구성한 ‘무한한 반복의 표현, 기하학 무늬’를 구분하여 반복적인 문양의 유물들을 소개한 부분은 이슬람 미술이 지닌 장식적 특징을 잘 보여 주었다. 마지막 ‘이슬람 미술의 형상 표현’에서는 우상 숭배 금지로 모스크와 같이 종교성을 갖는 장소에서 인간과 동물 등의 형상 표현을 금지했던 이슬람 문화의 특징을 부각시켰는데, 세속적인 일상생활 장식에서는 보다 자유롭게 형상 표현이 이루어졌던 모습을 함께 확인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