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ZINE

48호


달아달아, 둥근달아

휘영청 둥근 달이 떠오릅니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하늘에 부드러운 빛이 퍼집니다. 한 낮의 하늘에 붉게 타오른 태양의 강렬한 빛이 있었다면, 고요한 밤하늘에는 하얀 달이 은은한 빛을 발합니다. 계수나무를 심고 토끼가 절구를 찧는다던 우리네 달은 어둠 속에서 세상만물을 비추며 차고 기움을 반복해 왔습니다. 유난히 서정이 풍부해지는 밤에 만난 달은 옛 문인들의 시상을 자극하며 아름다운 글과 그림을 남기게 했습니다. 이번 호 뮤진에서는 달을 소재로 만날 수 있는 유물들을 모아 을 준비했습니다.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이 보름날 한가위만 같으면 좋겠다던 선조들의 넉넉함을 빌어 전시를 시작합니다.

달속에 두꺼비가 사네

연꽃 해와 달

네모난 벽의 모서리 부분을 대각선으로 나누어 마름모꼴을 만들어 나가는 실재 고분 내부의 모줄임 양식 천장구조가 묘사된 배경 위로 빠른 필치의 선들이 현란하게 지나갑니다. 가운데 큼지막한 연꽃그림을 중심으로 오른쪽 상단과 하단 모퉁이에 각각 둥근 원을 그리고, 그 원 안에 동물을 하나씩 그려 넣었습니다. 아래에 위치한 원 속에는 다리가 세 개 달린 까만 새가 날개를 펄럭이고, 위에 위치한 원 속에는 커다란 등껍질을 가진 두꺼비가 네 개의 다리를 휘젓고 있습니다. 마치 신령스러운 빛이 새와 두꺼비를 감싸고 있는 듯합니다.

평안남도 평양 근처에 위치한 고구려시대 무덤, 쌍영총의 천장벽화를 모사한 그림입니다. 무덤의 천장을 천상세계로 표현한 이 그림에는 고구려인들의 관념 속에 자리한 해와 달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고구려인들은 해 속에는 발이 세 개 달린 까마귀(삼족오, 三足烏)가 살고, 달 속에는 두꺼비가 산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마치 화염 속 그림자처럼 강한 면으로 표현된 삼족오와 달리, 두꺼비는 울퉁불퉁한 등의 모습과 활동적인 다리를 묘사한 세부적인 선의 표현이 특징적입니다. 동그란 원 속에서 각각 삼족오와 두꺼비로 표현된 해와 달은 낮과 밤, 양과 음을 상징하며 고구려인의 사후 세계를 밝혀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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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 향 퍼지는 달밤

매화나무 가지가 뻗어 올라간 밤하늘에 보름달이 떴습니다. 매화꽃이 피어있는 모습으로 보아 이른 봄날의 모습입니다. 희미한 달무리가 걷히며 바람 한 점 없는 고요함이 느껴지고, 숨이 멎을 듯 적막함 속에 매화꽃이 차갑게 빛납니다. 싸늘한 공기를 뚫고 꽃나무를 비추는 달빛에 진한 꽃향기만 퍼집니다.

매화 그림으로 당대를 풍미했던 어몽룡의 ‘달밤에 핀 매화’입니다. 조선중기 화단을 대표하는 어몽룡의 매화 그림은 이정의 대나무, 황집중의 포도 그림과 더불어 삼절로 지칭되었습니다. 위로 곧게 솟아 오른 긴 가지는 그가 그린 매화 그림의 특징입니다. 매서운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밤. 꽃망울을 터트리는 매화의 맑고 깨끗한 지조가 하얀 달빛 아래 반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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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에 핀 매화

넉넉한 맏며느리 같은 달

백자 달 항아리

두둥실 달이 떠올랐습니다. 둥글고 크고 넉넉한 모습의 달입니다. 눈처럼 하얀색에 휘영청 둥근 형태가 보름달을 닮았다 하여 ‘달 항아리’라는 이름을 얻은 백자 항아리입니다. 한참을 보고 있으면 크고 둥근 모습에 마음의 긴장이 풀어집니다. 파르스름한 빛을 내지만 어딘지 따뜻한 느낌이 듭니다. 넉넉한 맏며느리 같다는 비유는 둥글고 원만한 형태와 풍만한 느낌을 두고 붙여진 표현인 것 같습니다.

18세기를 전후한 시기에 제작된 것으로 알려진 달 항아리는 조선 왕실의 백자를 전담했던 경기도 광주 관요에서 만들어졌습니다. 빠른 속도로 물레를 돌려 만든 이 항아리는 비슷한 형태의 큰 사발 두 개를 따로 만들어 위아래로 붙이는 방법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상하로 연결된 몸통은 연결지점이 생긴 가운데를 중심으로 약간 뒤틀어지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 때 생긴 부정형의 형태가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담아냅니다. 희미하게 달무리 진 보름달처럼 풍요와 원만함을 상징하는 달 항아리는 모든 것을 감싸 안는 넉넉한 마음을 드러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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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밤하늘을 그린 지도

천문도

하늘의 질서를 그린 천문도입니다. 밤하늘을 비추던 달빛은 수많은 문인들의 시상을 자극하기도 했지만, 달이 차고 기우는 모습에 따라 달력을 만들었던 선조들은 달과 별의 이동을 관찰하고 해석하여 천문도를 그려냈습니다.

천상열차분야지도 天象列次分野之圖’라는 제목이 붙어 있는 이 그림은 하늘의 모습인 ‘천상’을 ‘차’와 ‘분야’에 따라 설명한 그림입니다. 이 때 ‘차’는 목성의 운행을 기준으로 설정한 적도대의 열두 구역을 말하고, ‘분야’는 하늘의 별자리 구역을 열둘로 나누어 지상의 해당지역과 대응시킨 것을 말합니다. 본래는 고려에서 계승한 고구려시대 천문도 탁본을 바탕으로 조선 태조 4년(1395)에 비석에 새긴 ‘천상열차분야지도각석 天象列次分野之圖刻石(국보 제228호, 국립고궁박물관 소장)’을 제작했지만, 돌이 마모되어 잘 보이지 않게 되자 숙종 13년(1687)에 같은 양식으로 만든 ‘복각천상열차분야지도각석 複刻天象列次分野之圖刻石(보물 제837호, 국립고궁박물관 소장)’을 만들었는데, 이 그림은 숙종 때의 각석을 탁본한 자료입니다.

원래 돌에 하나하나 새겨 오래도록 보존시킨 우리의 밤하늘 그림은 1,464개의 별들이 293개의 별자리를 이룬 모습을 비롯하여, 하늘의 적도와 황도, 해와 달, 사방신(四方神)에 대한 정보까지 담아내며 우리의 천문과학사를 증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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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우리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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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국립중앙박물관 문화교류홍보과 MUZINE 편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