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ZINE

47호


관람객들이 박물관을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는 곳으로 느꼈으면…

요즈음 박물관과 미술관은 전시를 보기만 하는 곳은 아니다. 진열장 속에 있어 감히 손댈 수도 없었던 유물들을 복제품으로 직접 만질 수도 있고, 국내·외 문화를 간접경험 할 수 있도록 하는 강의를 기획하여 지적 호기심을 채워 갈 수 있으며 전시품과 관련된 영상물이나 학습지 등 다양한 자료를 활용해 보다 유익하고 이해하기 쉽게 전시 관람을 할 수도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큐레이터 외에도 이러한 박물관의 변신을 가능하게 만드는 이들이 있다. 이름 하여 ‘박물관 에듀케이터(museum educator)’이다. 이번 호 뮤진에서는 국립중앙박물관 교육과에서 근무하고 계시는 원금옥 선생님과 이야기 나누며 아직은 생소한 직업인 ‘에듀케이터’의 세계에 대해 알아보았다.

박물관 에듀케이터로  일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고 그간 어떤 업무들을 담당 하셨었나요?

답변 처음부터 ‘에듀케이터’라는 이름으로 일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어요, 지금도 생소하게 느끼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때는 더했겠지요. 용산으로 이전하면서 다양한 대상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되었고 2005년 당시 교육홍보과에서 관련된 일로 근무하기 시작했으니 박물관에서 교육 분야로 업무를 해 온 것이 올해로 8년째 되어갑니다. 처음에 저는 장애인, 노인, 다문화프로그램 등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일에 참여했었는데, 그때 많은 분들이 다양한 대상을 위한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하면서 자연스럽게 ‘에듀케이터’라는 전문직이 인식되기 시작했고 직무가 확장되었다고 볼 수 있죠. 그 간 직접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고 진행하는 일련의 작업들이 박물관 에듀케이터로서의 기초를 다지게 해주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재 작년부터 청소년 대상 교육프로그램 등을 맡아 진행하고 있습니다.

박물관에서 에듀케이터가 하는 일은?

답변 적절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예전에 제가 가끔 인용해 썼던 이와 관련된
비유가 있는데요, ‘전시품이 박물관의 심장이라고 한다면 그
사물을 생각하고 흥미를 유발시키기 위한 방법으로 제시하는 교육은 박물관의
정신이다.’
라는 글귀였어요. 물론 박물관에서 전시품은 생명과도 같은 가장 핵심이
되는 물리적 요소입니다. 그와 더불어 교육은 전시품이라는 ‘심장’의 박동에서
비롯되는 파장을 어떻게 의미 있게 관람객에게 전해줄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그
가치를 좀 더 이해하기 쉽고 흥미롭게 전달하는 과정을 통해 맥을 이어가게
하는 것이랄까요. 박물관에서 학예연구사들이 전시품에 대한 학문적 연구
성과물을 전시라는 매개체를 통해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면 에듀케이터는
구성된 전시를 어떻게 하면 관람객들에게 흥미롭고 재미있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그에 맞는 프로그래밍
을 해서 그들의 관심을
좀 더 연장시켜주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운영되고 있는 교육 프로그램 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답변 현재 박물관에서는 성인, 청소년, 외국인·가족, 희망계층 등 특정대상 프로그램들과 특별전 및 기획전시 연계프로그램 이렇게 5가지 정도의 카테고리로 프로그램들이 운영 중입니다. 성인대상은 주로 강의중심의 프로그램들로 운영되는데 올해부터 시작한 <토요일 오후 인문학정원>은 강의 시작 전에 다양한 장르의 음악연주도 곁들여 한국역사나 문화 관련뿐 만 아니라 다양한 인문학의 영역을 아우르는 강좌로서 진행을 하고 있습니다. 청소년대상은 박물관 전시품을 스스로 관찰·탐구하는 형태로 참여한 학생들 중심으로 진행되고, 그 외 기획 특별전과 연계된 프로그램, 희망계층 대상 프로그램 등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 동안 프로그램을 운영해오시면서 있었던 에피소드 하나 들려주세요.

답변 2008년에 특별전 ‘황금의 제국, 페르시아’가 개최되었을 당시, 성인대상의 <은하문화학교>란 프로그램에서 이슬람 문화 관련 강좌를 기획해서 운영했을 때 일인데요. 당시 강좌가 열리면 보조의자들을 동원해도 부족할 정도로 많은 분들이 찾아 주셨었 습니다. 그 때마침 우연히도 인천에 중동문화원이 막 문을 여는 시점이었던 거예요. 그래서 약간 명만 신청을 받아 그곳에서 간단하게라도 이슬람 문화 체험을 하면 의미도 있고 도움이 될 것 같아 한 4회 정도만 운영을 할 생각으로 신청을 받았었는데, 수업에 참가한 500여명 전원이 다 가시겠다는 거예요. 예상외의 호응으로 현장체험을 9회까지 늘리는 바람에 담당자들은 힘이 들었지만 아랍 글씨 쓰기 등 흔치 않은 문화체험에 수강자들이 상당히 만족해하셨고, 중동문화원측도 참가자들의 호응에 아주 기뻐해서 모두가 흐뭇해했던 그런 수업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교육프로그램이 기획되고 실행이 될 때 까지의 여러 과정들 중 어떤 단계가 가장 힘들고 어렵게 느껴지시나요?

답변 아무래도 기획단계가 가장 어렵지 않나 싶어요. 전시품의 어디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의미도 있으면서 재미있게 전달해줄까를 생각하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방법을 개발해 나가는 과정이 힘이 드는 것 같습니다. 전시품에 대한 연구가 많이 필요 한데 그럴 만한 시간적 여유가 충분치 않기도 하고... 개발한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기획했던 아이템들에 대해 관련 학예연구사 자문을 받거나 검증하는 협업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그분들도 연구와 전시업무가 바쁜 가운데 교육프로그램에도 관여를 하는 것이 쉽지 않다 보니 시간도 빠듯해서 이런 것들을 효과적으로 조율하는 과정들이 다소 어렵지요. 또한 프로그램 대상의 연령이나 특징들이 저마다 달라 각각의 눈높이에 맞추고 공감대를 끌어내는 것도 쉽지 않은 부분이죠.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구성할 때 가장 주안점을 두는 면은?

답변 기획하고 구성하기에 앞서 최우선으로 해야 될 일이 참여대상에 대한 연구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교육의 주체가 되는 참여대상의 특징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프로그램 내용이 무리 없이 진행되고 참여자들에게도 자연스럽게 수업내용이 흡수 될 수 있다고 보거든요.

박물관의 에듀케이터로서 가장 보람을 느낀 때는?

답변 제가 문화소외계층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시각장애인 어린이를 전시실에 데려간 적이 있었습니다. 주변에서는 시각장애인에게 전시실 관람이 의미가 있겠느냐고 촉각체험만 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반응이었어요. 그런데 아이의 손을 잡고 전시실에 도착했을 때 “이곳은 굉장히 넓고 높은가 봐요. 사람들 소리가 웅성웅성 울리면서 들려요.” 라고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이 아이들도 나름의 감각으로 공간을 보고 느끼는 구나 전시관람 하길 잘했네’.. 저도 참가하는 학생들을 만나면서 배우게 된 부분입니다. 그 이후부터 전시실 관람은 자연스럽게 진행되었고 관람하며 유리장 안에 있는 전시품의 생김새 등을 설명해주고 관람한 전시품을 모형으로 촉각체험을 하는 시간을 거치면서 아이들이 전시품을 알아가는, 이해해 가는 과정을 볼 수 있었지요. 어느 날인가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선생님이 ‘우리 아이들이요, 이제는 해가 바뀌면, “선생님, 우리 또 언제 박물관 가요?” 재미있어요“, 라고 묻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 아이들이 박물관에 와서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아 박물관에 대한 좋은 기억 하나 심어주는데 일조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최근 들어 미술전공자들 중에 박물관, 미술관 등 문화예술기관 취업에 관심 있는 이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이 분야의 선 배로써 이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이 야기가 있으신가요?

답변 최근 들어 ‘문화가 있는 삶’이 화두가 되면서 문화예술관련 일자리 확대 및 프로그램 기획·개발 등에 힘을 쏟고 있어 이 분야에 취업 지망생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다양한 양성과정을 통해 배출되는 인력들을 적절히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보니 취업의 문이 좁아 어려움이 있습니다. 여러 매체 등을 통해서 알려진 바와 같이 해당 전공과나 관련된 자격증 취득 등의 제도적 경로는 많이들 알고 계실 것 같고요. 너무 막연할지 모르겠습니다만 박물관 교육에서 자신만의 특화된 관심분야가 있어야 경쟁력이 있다고 봅니다. 비록 국내 박물관 교육의 역사가 짧지만 ‘교육’이란 테두리 안에서도 자신만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고유영역을 찾고 개발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또한 나중에 에듀케이터로서 일을 시작할 때 준비기간 없이 바로 투입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기관에서 미리 실무경험을 두루 쌓는 기회를 갖는 것도 상당히 중요합니다.

원금옥 선생님은 에듀케이터로서 일을 하면 할수록 박물관 외에 배우고 알아야 할 것들이 많아진다며 교수법들도 점점 다양해지기 때문에 음악, 연극, 뮤지컬 등을 포함한 다른 학문분야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공부하면 응용할 수 있는 것들이 무궁무진하다고 덧붙였다.

박물관 에듀케이터!
그들이 있기에 오늘도 관람객들은 박물관에서 재미난 추억하나 가슴 속에 새겨간다.

인터뷰 및 정리-국립중앙박물관 문화교류홍보과 MUZINE 편집실/사진제공- 아메바 디자인, 국립중앙박물관 문화교류홍보과 MUZINE 편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