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ZINE

46호


유물박사 교실

대나무와 금동불

뮤진 유물박사 교실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 곳은 뮤진 사이버 박물관에서 만나보았던 <E-특별전>과 <뮤진 확대경>을 또 다른 시각으로 만나보는 공간입니다. 우리 문화가 지닌 다채로운 매력 속으로 지금 들어가 볼까요?

푸른 지조의 상징 대나무는 조선시대 미술시험 문제?

이번 <E-특별전>의 주제는 대나무였습니다. 대나무를 소재로 그린 그림에서, 대나무 줄기를 응용한 주전자, 대나무 마디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연적, 실제 대나무를 사용한 가구까지 살펴보았지요. 이렇게 우리 미술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사랑받아온 대나무는 사실 조선시대 중요한 미술시험 문제였답니다.

조선시대에는 전국에서 가장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인 ‘화원’을 뽑아 나라의 중요한 인물이나 사건을 그림으로 기록하는 제도가 있었습니다. 이 화원이 근무하는 곳인 도화서라는 곳에 들어가기 위해 전국의 화가들은 실기 시험을 봐야 했습니다. 이 때의 시험과목에는 인물, 산수, 화초, 영모(동물) 그리고 대나무가 있었는데 그 중 2개 과목을 골라 그림을 그려야 했습니다. 그런데 5개 주제들 중에서도 난이도가 높고 가장 높은 점수를 받는 과목이 대나무였답니다. 당시 대나무가 1등, 산수가 2등, 인물과 영모가 공동 3등, 그리고 화초가 4등이었다고 하니, 조선에서는 푸른 지조의 상징 대나무를 잘 그리는 사람을 최고의 화가로 인정했던 것 같습니다.

자, 여러분도 도화서 합격을 꿈꾸는 화원들처럼 마음 속 최고의 대나무를 그려보세요.

우리 선조들의 대나무 사랑은 미술품으로만 남아 있는 것이 아닙니다. 무수히 많은 시인묵객이 대나무를 바라보며 시를 짓고 글을 남겼지요. 이번에는 대나무를 예찬했던 조상들의 마음을 문학작품으로 만나봅니다.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문인이었던 송강 정철(1536∼1593)은 대나무 숲을 바라보는 정자에서 대나무를 소재로 시를 지었고, 해남 윤선도(1587~1671)는 물, 돌, 소나무, 달과 함께 대나무를 다섯 명의 벗이라 칭하며 오우가(五友歌)라는 시를 지었습니다. 이들의 문학작품에 나타난 대나무를 만나 보실까요? 풍류와 지조를 동시에 지닌 대나무가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생각에 잠긴 부처님

여러분은 깊은 생각에 빠졌을 때, 어떤 자세를 하시나요? <뮤진 확대경>에 등장한 반가사유상은 한쪽 다리를 내리고 그 무릎 위에 반대쪽 다리를 얹은 후, 팔꿈치는 무릎 위에 붙인 채 긴 손가락을 뻗어 뺨에 대고, 눈을 지그시 내려감은 모습입니다. 이러한 자세는 부처가 싯다르타 태자 시절에 인생무상을 느껴 고뇌하던 자세에서 유래하였습니다.

헌데, 불교조각에서는 같은 자세로 깊은 고민을 하는 부처가 한 분 더 계십니다. 석가모니 부처의 제자로 미래의 부처가 될 미륵보살이 그 분이시지요. 경전에 의하면 미륵보살은 석가모니 부처가 입멸한 후 56억 7천만 년이 지나고 다시 세상에 출현하여 모든 중생을 구제한다는 미래의 부처입니다. 아직 성불하기 전의 미륵보살은 출가 이전의 태자처럼 깊은 고민을 하고 계실 것 같습니다. 그래서일까요, 미륵보살상도 반가사유의 모습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삼국시대 후반의 여러 자료를 통해 국보 83호 금동반가사유상은 미륵반가사유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자, 이제 전 세계의 미술작품으로 눈을 돌려보세요. 깊은 생각에 잠긴 모습을 표현한 작품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금동불 만들기

<뮤진 확대경> 코너 속 90cm가 넘는 크기의 국보 83호 반가사유상은 무엇으로 만들었을까요? 재료는 바로 금동으로 구리나 청동으로 만든 불상에 금을 덧씌운 것이지요. 이와 같이 제작된 불상을 금동불이라고 합니다.

금동불의 제작방법은 우선 가운데 철심(鐵心)을 박아 그 주위를 점토 혹은 석고로 발라 원하는 형태를 만듭니다. 그리고 그 위에 밀랍을 입혀 막을 형성시킨 후, 다시 점토나 석고로 바깥 틀을 만들어 놓습니다. 안의 형태와 바깥 틀을 고정시킨 후 열을 가하면 중간의 밀랍은 쉽게 녹아내리고, 밀랍이 있던 공간만 남게 되는데요, 그 공간에 쇳물을 부어 식히면 금동불이 완성됩니다.

이렇게 완성된 금동불은 만드는 방법이 정밀하고 복잡하지만, 무겁고 단단한 금속재료만으로는 표현하기 힘든 부드러움을 지니고 있습니다. 점토나 석고의 따뜻한 느낌이 금속의 차가운 느낌과 만나 미묘한 긴장과 조화를 이루는 것이지요. 박물관 곳곳에 전시된 금동불을 찾아 섬세한 표현과 단단한 재료의 만남을 관찰해보세요. 유물을 보는 눈이 한층 넓어질 것입니다.

글-국립중앙박물관 문화교류홍보과 MUZINE 편집실 / 사진제공 및 일러스트-아메바디자인, 국립중앙박물관 문화교류홍보과 MUZINE 편집실